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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마켓 랭킹] 디젤에 밀렸던 수입차 시장, 6년 만에 가솔린이 추월

‘97.8 대 2.2’.
 
2003년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는 가솔린(휘발유) 차량이 차지한 비율(%)과 디젤(경유) 차량의 비율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났다.
 
이 해는 수입차 시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연도로 기록된다. 디젤 승용차의 수입 빗장이 처음 풀렸다. 푸조 디젤이 들어오면서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값싼 경유를 넣고 달리는 승용차가 등장했다. ‘승용차는 휘발유, 트럭·SUV는 경유’라는 고정관념도 유효하지 않게 됐다.
 
수입차 시장의 연료별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정치·경제·환경적 시대 흐름이 함께 읽힌다. 2003년 당시엔 전 세계에서 유럽만이 디젤 승용차를 생산했다. 반대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디젤 SUV를 생산했다.
 
수입 승용차 연료타입별 시장점유율

수입 승용차 연료타입별 시장점유율

2003년 이전까지 우리 정부는 디젤 승용과 디젤 SUV에 서로 다른 배출가스 기준을 정했다. 유럽에서 배출가스 기준에 ‘유로 2’를 적용해 만들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정부는 국내 판매 디젤 승용의 배출가스 기준을 현재의 ‘유로6’ 기준으로 못 맞출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했다. 시장에 보호막을 친 것이다. 그러다 한국에서 만든 디젤 SUV가 유럽 판매 길에 오르자 국내 디젤 승용의 기준도 낮춰줬다.
 
그렇게 들어온 디젤 승용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15년까지 단 한 번도 뒷걸음질 치지 않고 계속 늘었다. 2009년 22.4%, 2011년엔 35.2%로 오르다 2012년 50.9%, 2015년 68.8%까지 늘었다. 국내에서 팔리는 수입 승용차의 세 대 중 두 대 이상이 디젤 차량인 시대가 됐다.
 
같은 기간 가솔린 차량의 점유율은 꾸준히 줄었다. 2011년 61.1%로 내려앉더니 2012년 44.2%, 2015년엔 26.9%까지 줄어들었다. 가솔린 수입 수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몇 가지 이유가 겹치면서다. 우선 2008년 리먼브러더스 발 금융위기 여파가 컸다. 연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즈음 마침 국제 유가도 치솟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부회장은 “BMW·아우디처럼 유럽 고급 브랜드가 만든 디젤 승용차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만족도, 연비, 퍼포먼스 등을 동시에 만족하게 했고 판매량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쾌속 질주하던 디젤 수입차 판매량은 2015년 말~2016년 초 사이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게 문제의 본질인데 소비자들 사이에 마치 디젤 엔진이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판매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내 가솔린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26.9%를 바닥으로 2016년 33.9%, 2017년 43%까지 회복했다.
 
디젤은 같은 기간 68.8%로 정점 찍은 뒤 58.7%, 47.2%로 급속히 낮아졌다. 주목할 만한 건 올해 들어서는 1월과 2월 판매량에서 가솔린이 디젤을 약 5%포인트 안팎으로 따돌렸다. 다시 가솔린 수입차의 시대가 온 것이다.
 
두 연료의 싸움에서 하이브리드도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08년 1%를 넘어선 뒤 지난해엔 9.8%까지 세를 확장했다. 2014년에 186대를 들여오면서 시작된 수입 전기차 시장은 0.1~0.2% 사이를 오가며 점유율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볼트 등 신차가 본격 출시되고 국내 충전 인프라가 늘어나면 이 수치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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