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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 공개 검토 … ‘환율조작국’ 피할까

정부가 원화가치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판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투기 세력이 악용하지 않도록 시장 개입에서 정보 공개까지 일정한 시차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8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권고를 감안해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등을 포함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한은은 원화가치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미세 조정)’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거나 팔아 원화가치가 크게 출렁이는 것을 막는 작업이다. 한국은 1962년 외환시장의 문을 연 이후 단 한 번도 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가 공개 가능성을 내비친 데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과 교역하는 주요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작국을 뜻하는 ‘심층분석대상국(Enhanced analysis)’과 그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을 정한다.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은 ▶대미 상품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 달러 순매수 비중 GDP 대비 2% 초과 등 세 가지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 발표 당시 대미 상품수지 흑자(220달러)와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5.7%)의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외환시장 달러 순매수 비중은 GDP 대비 0.3%였다.
 
다음달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미국 상무부 기준 229억 달러로 이미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200억 달러)을 넘었다. 경상수지 흑자는 784억6000만 달러로 GDP의 5%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들어 철강 관세,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을 통해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정부 조달시장 진출 제한 같은 제재를 당한다. 전반적인 대미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IMF는 지난달 한국과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시장 개입 자료를 공개하도록 권장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영국과 일본, 호주 등은 한 달 후 자료를 공개한다. 미국은 석 달 이후 공개가 원칙이다. 중국과 한국, 터키 등은 비공개 국가에 속한다.
 
한국이 그간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외환시장의 출렁거림이 심하면 어느 정도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고, 자료가 공개될 경우 투기 세력이 역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형렬 기재부 외화자금과장은 “싱가포르·태국 등 동아시아 신흥국들도 개입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신흥국의 경우 기축통화국과 달리 국제 자본 흐름에 따른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판단을 주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미국이 문제삼는 것은 외환시장 개입이 아닌 대미 무역흑자”라며 “자칫 국내 기업과 경기 전반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수단만 잃고, 미국에는 해답을 못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외환시장 정책이 필수”라며 “기축통화국의 국제금융 논리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고위층 협의를 통해 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4월 발표되는 환율 보고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 우리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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