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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기본, 과학·배려까지 담아낸 평창올림픽 선수촌 식당 ·

올 겨울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과 겨울 패럴림픽(이하 패럴림픽)이 모두 끝났다. 대회 운영 못지않게 긍정적 평가를 받은 곳이 선수촌 식당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기간 당시 평창올림픽 선수촌 식당을 찾아 “역대 올림픽 중 음식과 관련해 선수들의 불만이 한 건도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셰프들에게 감사의 뜻과 함께 IOC배지를 전달했다. 
호평은 패럴림픽까지 이어졌다.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도 대회 기간 평창선수촌 식당을 찾아 “훌륭한 식사와 서비스에 선수들을 대표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직접 식사를 한 국내외 선수들도 만족도 역시 높았다. 캐나다 대표팀 마리 라이트(58·휠체어컬링) 선수는 “외국 대회에선 음식이 잘 안맞을 때가 많았는데 평창은 메뉴가 다양해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이해만(48·아이스하키) 선수는 “체력 소모가 큰 선수를 위한 육류부터 식단 관리하는 선수를 위한 샐러드·과일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좋았다”고 칭찬했다.  
 
음식을 맛본 후 엄지를 들어 보이는 패럴림픽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 신세계푸드]

음식을 맛본 후 엄지를 들어 보이는 패럴림픽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 신세계푸드]

평창선수촌 식당을 패럴림픽이 한창이었던 12일 점심에 직접 둘러봤다. 본래 빙상경기장이었던 용평돔(용평실내빙상경기장)을 식당으로 단장한 내부는 관객석을 보지 못했다면 경기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만큼 깨끗하고 밝았다. 식사하는 선수들은 옆에 앉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밝은 분위기였다. 평창선수촌 식당을 책임진 신세계푸드의 최정용 총괄셰프는 “평창올림픽 때보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밝다. 바이애슬론 이도연 선수가 경기 중 넘어진 당일 저녁 식당에서 만났는데 먼저 ‘내일 잘하면 된다’며 웃었다”고 말했다.
 
빙상경기장을 식당으로 꾸민 평창선수촌 식당은 하루에 400여 종류의 메뉴를 준비하며 24시간 동안 개방돼 있었다. [사진 신세계푸드]

빙상경기장을 식당으로 꾸민 평창선수촌 식당은 하루에 400여 종류의 메뉴를 준비하며 24시간 동안 개방돼 있었다. [사진 신세계푸드]

구이 대신 스팀 조리로 더 부드럽게  
선수촌 식당은 월드존·아시안·코리안·할랄·24시간존으로 구분돼 있는데 하루 400여 종의 다양한 메뉴가 제공됐다. 음식 종류나 배식대만 보면 평창올림픽과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패럴림픽 선수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패럴림픽엔 49개국 선수 570명이 참가했는데 이중 휠체어 장애인이 약 200명, 시각 장애인이 60명 가량이다. 최 총괄셰프는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동이 불편한 선수들이 많아 메뉴부터 동선까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선수촌 식당을 책임진 최정용 신세계푸드 총괄셰프(사진 왼쪽)와 크로스컨트리 남자 7.5km 좌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 [사진 신세계푸드]

올림픽 선수촌 식당을 책임진 최정용 신세계푸드 총괄셰프(사진 왼쪽)와 크로스컨트리 남자 7.5km 좌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 [사진 신세계푸드]

우선 메뉴다. 메뉴 가짓수는 평창올림픽과 같지만 조리법은 다르다. 소화가 잘되도록 부드러운 식감을 우선시했다. 이를 위해 굽거나 볶는 대신 찜 요리 비중을 늘렸다. 예를 들어 소갈비 구이를 갈비찜으로 바꿨다. 농어·광어·연어는 구이 대신 스팀 조리했다. 똑같이 굽는 방식을 사용해도 평창올림픽 땐 180도 오븐에서 90분 동안 구웠다면 패럴림픽 땐 100도에서 2시간 30분 이상 굽는 등 저온조리법을 많이 사용해 육질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음료는 수평 배열, 테이블마다 물티슈 구비   
테이블 사이 간격은 넓히고 6인용 테이블엔 의자를 3개씩만 배치해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송정 기자

테이블 사이 간격은 넓히고 6인용 테이블엔 의자를 3개씩만 배치해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송정 기자

냉장고에 다양한 음료수와 유제품을 진열할 때도 층마다 다른 음료수를 놓는 대신 한 층에 콜라·사이다·물·주스 등을 함께 놓았다. 선수들이 한 번에 어떤 종류의 음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바로 꺼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엔 전부 홀더를 끼우고 뚜껑도 구비해뒀다. 배식대 높이도 조절했다. 선수들이 직접 배식하는 24시간존의 경우 배식대 높이를 8cm 정도 낮춰 휠체어에 앉아서도 음식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 수를 30% 줄여 테이블 사이 간격을 넓히고 6인용 테이블엔 의자를 3개씩만 배치해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편하게 이동하고 앉을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마다 물티슈도 준비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 선수들이 식사 전에 손을 깨끗하게 닦을 수 있도록 했다. 바닥 틈새마다 테이핑을 해 걸음이 불편한 선수들이 틈새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번 패럴림픽을 위해 최 셰프는 올림픽 개최 전 경기도 이천에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원을 찾아 식당 운영 관련 노하우를 배웠다고 한다. 또한 올림픽 개최 2년 전부터 소치·리우올림픽 선수촌 식당 메뉴와 각종 요리 서적을 공부하며 1년 전 이미 메뉴 구성을 마쳤을 만큼 오랜 시간 준비했다. 각국 대표팀의 영양사들의 조언이나 부탁도 흘려듣지 않고 모두 반영했다.
 
호텔에선 맛, 선수촌 식당에선 안전이 우선  
음료 전용 냉장고는 한 층에 다양한 음료가 보일 수 있도록 수평배열했다. 송정 기자

음료 전용 냉장고는 한 층에 다양한 음료가 보일 수 있도록 수평배열했다. 송정 기자

올림픽 선수촌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위생이다.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도 위생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특급호텔 출신인 최 셰프는 “호텔이 맛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선수촌 식당은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식재료는 어느 때보다 깐깐하게 골랐다. 수질 관리가 어려운 지하수의 특성상 지하수를 사용하는 공장의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쉽게 상하는 식재료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달걀은 조식에 나오는 달걀후라이·삶은달걀 등을 제외하고는 요리에 사용하지 않아 김밥에도 넣지 않았다.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새우는 전용 오븐·그릴을 사용해 다른 식재료와 섞이지 않도록 했다. 모든 메뉴는 조리 후 3시간이 지나면 폐기하고 식약처와 신세계푸드 식품안전센터 직원들이 상주하며 수시로 식재료와 조리도구 등의 위생을 점검했다.
선수촌 식당에선 수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등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 용기를 사용했다. 송정 기자

선수촌 식당에선 수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등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 용기를 사용했다. 송정 기자

조리한 음식은 배식대 앞에 메뉴별로 영양성분을 한글·영어로 표기해뒀다. 보통 음식 옆에 놓인 집게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더는 일반 뷔페식당과 달리 선수촌 식당은 배식 담당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원하는 음식을 말하면 그릇에 담아준다. 식기도 일회용을 주로 이용하는데 모두 위생 때문이다. 또한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글루텐프리 빵·피자도 준비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평창 겨울올림픽 뒤엔 선수들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한 숨은 손길들이 있었다. 
평창선수촌 식당에서 제공한 글루텐프리 피자.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송정 기자

평창선수촌 식당에서 제공한 글루텐프리 피자.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송정 기자

 
평창=송정·김효경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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