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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줘 고마워!"...'아름다운 동행' 마친 양재림-고운소리

양재림(왼쪽)과 고운소리. 정선=우상조 기자

양재림(왼쪽)과 고운소리. 정선=우상조 기자

 "아쉬움은 큰데, 완주한 걸로 만족해요. 결과에 상관없이 많이 응원와주셔서 감사합니다."
 
18일 강원도 정선의 정선알파인경기장.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알파인 스키 시각 부문 여자 회전에 출전한 양재림(29·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3·국민체육진흥공단)가 2차 레이스를 모두 치르자 조용했던 관중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 시각 장애 부문은 앞이 보이지 않는 선수의 원활한 주행에 필요한 선수와 가이드 러너의 소통을 위해 경기 중엔 조용히 해야 한다. 이들의 최종 결과는 12명 중 7위. 평창 패럴림픽에서 목표했던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양재림과 고운소리의 '아름다운 동행'은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양재림은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 3급 장애인이다. 10여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오른쪽 눈은 조금이나마 시력을 회복했지만 왼쪽 눈은 여전히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균형 감각을 키우기 위해 어머니의 권유로 5세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한 그는 2010년부터 스키 선수로 아예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대한장애인스키협회의 가이드 러너 공고를 통해 양재림과 고운소리가 만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키를 탄 덕분에 유니버시아드 대표로도 뛰었던 고운소리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2014년 소치 패럴림픽에서 대회전 4위를 차지했던 양재림의 가이드 러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18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시각장애 2차 경기에서 양재림(오른쪽)이 가이드러너 고운소리 안내를 받으며 질주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18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시각장애 2차 경기에서 양재림(오른쪽)이 가이드러너 고운소리 안내를 받으며 질주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여섯살 차이가 나는 둘은 2016년 1월 양재림이 무릎 부상으로 10개월간 재활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자매같은 사이로 발전했다. 고운소리는 외롭게 부상과 싸우던 양재림의 힘이 돼줬다. 고운소리는 지난달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언니가 1주일에 3-4번 병원가면 혼자서 식사해야 하고, 외롭게 보내야 했다. '급하게 복귀하는 것보단 천천히 하나하나 올라가자'고 이야기하면서 힘이 돼줬다"고 말했다. 양재림은 "소리(고운소리를 부르는 말)가 병원에 자주 찾아와줬다. 오랫동안 파트너와 떨어지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데, 스키 얘기도 더 많이 나눴다. 복귀하고나서도 기량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슬로베니아 월드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다시 떴다.
 
2년9개월동안의 동행에 이들이 꿈꿨던 건 메달이었다. 그러나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양재림은 "지난 패럴림픽 때도 실패했고, 이번에도 실패했다. 아쉬움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치지 않고 함께 달린 것에 둘은 감사함을 표시했다. 고운소리는 "좋은 성적을 얻진 못했지만 언니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완주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많이 즐기려 했다. 최선을 다해준 언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양재림은 "스키를 탄 게 8년이 됐다. 긴 시간동안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완주한 걸로 만족한다. 최대한 즐기고 싶었고, 부담없이 잘 내려왔다. 결과에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응원와주셨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장애인 스키에 더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시각장애 2차 경기에서 양재림(왼쪽)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가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18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시각장애 2차 경기에서 양재림(왼쪽)과 가이드러너 고운소리가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아직 경기가 더 남아있을 것 같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이번 패럴림픽이 사실상 마지막 동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운소리는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많이 아쉽고 슬프다"고 말했다. 둘은 눈물을 함께 흘렸다. 지난 2년9개월동안의 아름다웠던 동행을 떠올렸다.
 
이들은 패럴림픽 전에도 제주도 여행을 함께 간 경력도 있다. 양재림은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함께 훈련하고, 패럴림픽이라는 가장 큰 시합을 준비하고 마쳤다. 그동안 스키장 가서 스키만 타고 그랬는데, 못 했던 여행부터 가자"고 했다. 그러자 고운소리는 "패럴림픽 때문에 하지 못했던 레저스포츠, 특히 언니가 좋아하는 패러글라이딩 꼭 했으면 좋겠다. 언니가 내려오는 거 내가 지켜봐줄게"라고 말했다.
 
친자매처럼 지낸 둘은 서로의 앞날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다. 양재림은 "어딜 가서 어떤 일을 하든 내 옆에서 훈련했을 때보단 덜 힘들 것 같다"면서 "어디 가서 뭘 하든 열심히 하고, 자주 밥도 같이 먹자!"고 말했다. 그러자 고운소리는 "자주 만나면서 밥 먹는 건 당연한 거다.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언니도 어느 곳에서 뭘 하든 잘 할 거고, 많이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둘은 같은 말을 하며 서로를 안았다. "고마워!"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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