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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문제만 북한과 대화 하라고? 갈팡질팡 초조한 아베 외교

 ^기자=“총리가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이었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구체적인 대화내용은 밝히기 곤란하지만, 내 인상으로는 문 대통령도 이해를 해 준 것 같다.”
 
^기자=“양국이 납치문제 연계를 확인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걸 확인했나.”
 
^니시무라=“상세한 건 밝힐 수 없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를 거론해 주길 바란다는 것(을 아베 총리가 전달했고),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양국이 연계한다는 걸 확인했다.”
 
지난 16일 40여분간에 걸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의 전화 회담 뒤 열린 일본 정부 브리핑에선 납치문제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북·일 평화선언에 기초해 핵ㆍ미사일ㆍ납치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남북정상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거론해 달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9일 오후 평창 블리스 힐 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9일 오후 평창 블리스 힐 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일 평화선언은 2002년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합의된 것으로 국교정상화를 통해 핵과 납치자 문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며 북한과의 대화에 가장 부정적이던 아베 총리가 북ㆍ일 평화 선언까지 거론하며 조급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날 누가 먼저 통화를 요청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 정부 관계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부 관계자들 사이의 대화 과정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측에서 먼저 요청해 이뤄졌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과는 달랐다.  
 
이렇듯 겉으로는 아닌척 하지만 일본은 사실 마음이 급하다. 특히 대북 협상과정에서 일본만 빠지는 ‘일본 패싱’, 특히 북한과의 최대 현안이자 아베 총리의 숙원 사업인 '납치자 문제 패싱'에 대한 공포는 상상이상이다.  
 
아베 총리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납치 문제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방문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郎)외상도 지난 16일(현지시간)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 “5월에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2일 도쿄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2일 도쿄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면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가 아닌 핵과 미사일 문제에선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만 너무 치중할까’를 우려하고 있다. 납치문제에선 대화가 필요하고, 핵과 미사일 문제에선 대화가 두려운 일본의 딜레마다.   
 
미국에서 펜스 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연달아 만난 고노 외상은 “과거의 교훈을 잊지말고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포기하도록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의 정지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포기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국과 한국이 너무 대화를 서두르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나 않을까 일본은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이 대화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에 있는 영빈관에서 만찬을 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에 있는 영빈관에서 만찬을 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미우리 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가 거론되지 않거나, 북한과 미국이 타협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인)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폐기하되 일본이 사정거리에 포함되는 단ㆍ중거리 미사일 위협은 남는 사태를 일본은 가장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과 미사일을 사이에 둔 트럼프와 김정은간 희대의 담판 과정에서 납치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일본으로선 두렵다. 
 
일본은 과거 북핵 6자회담에서도 납치문제와 핵 문제의 연계를 시도했다. 이 때문에 핵 관련 논의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한편 이런 일본의 태도에 대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대세를 모르면 닭 쫓던 개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논평에서 “지금까지 미국 상전이 내든 최대의 압박 정책 수행에서 그 누구보다 앞장서 날뛰어 온 것이 바로 일본 반동들”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또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이 자기 자신을 위해 대세를 바로 보고 대조선(대북) 정책을 놓고 숙고해야 할 때”라면서 “ 일본 반동들이 분별을 잃고 계속 못되게 놀아대다가는 영원히 평양행 차표를 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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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