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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실사 제대로 이뤄질까] GM의 협상술 간파 없인 백약이 무효

미국 기업, 해외 정부·기업 상대로 짜는 시나리오 대동소이


삼일회계법인이 정부 지명으로 한국GM 실사에 착수했다. 한국GM의 부당한 부실 유발 행위의 근거, GM 본사로부터의 고금리 대출 위법성, 납품가격 조작 여부,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철저한 조사분석을 시행한다. 찬물 끼얹는 것 같지만, 실사 이후 새롭게 부실이나 위·탈법 행위를 밝혀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정부도 하기 어려운 작업인데 민간 회계법인으로서는 애당초 무리한 일이다.
 
외환위기 직후 미국 GM은 포드 대신 대우자동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들어와서, 미국 정부와 정보당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으로 대우자동차를 샅샅이 뜯어봤다. 결국 4억 달러라는 헐값에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인수 후보였던 포드가 평가한 대우자동차의 자산 가치는 60억 달러 수준이었다. 얼마나 속속들이 파헤쳤기에 우리도 모르는 부실이 쏟아지고, 그들의 회계 규정에 무자비하게 뜯어 맞춰 협상에서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어 4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그 후 대우자동차의 중소형 자동차가 중국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2위로 치고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수익성 악화, 신차 흥행 실패, 퇴직자 연금·의료보험 부담 증가 등으로 거의 파산 지경에 있던 GM이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됐다. 비슷한 시기인 1998년에 독일의 다임러벤츠그룹은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36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 숨은 부실 등으로 몸살을 앓다 크라이슬러를 10억 달러 남짓에 재매각했다. 미국 크라이슬러의 억척같은 실사 방해와 기만협상에 넘어가 속 빈 강정을 36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값에 사게 된 것이다.
 
이런 그들이 민간 회계법인에게 속살을 그대로 보여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숱한 이유와 핑계를 대며 비협조적으로 나올 게 뻔하다. 미국계나 유럽계 로펌을 쓰면 해결될까. 우리보다 더 오래 더 큰 규모로 협조해온 사실상의 동지들이다. 우리보다 더 큰 고객을 제치고 우리 입장에서 싸워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승률이 낮고, 사업 망치는 일을 하려고 들까? 아니다. 그들은 냉정하다.
 
실전 국제 협상 전문가는 다르다. 그들은 회계법인이나 로펌이 하듯이, 겉으로 드러나는 계약서의 법률적 해석이나 회계장부의 허점을 찾아내 GM을 압박하겠다는 단순하고 승산이 낮은 방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솔직히 GM이 어떤 기업인데, 한두 번 ‘먹튀’해 본 것도 아닌데 법률 검토나 회계감사에 자신들의 비위가 드러나게 한국GM을 관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국제협상을 경험한 필자 소견으로는 GM의 협상 전략·전술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 기업은 한국 정부나 기업 상대의 협상에서 거의 동일한 시나리오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나 기업의 대응이 가장 취약할 부분을 파고들 시나리오를 짜놓고 상황별로 조금씩 수정할 뿐 매번 거의 비슷한 협상 전략·전술을 구사한다[표 참고]. 이런 시나리오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들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GM의 숨통을 누를 수 있는 정보 획득과 협상 전략·전술 수립, 그리고, 시간과 룰(Rule)을 장악해야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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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