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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의 한국 재산과 상속전략

한 재미교포가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에서 재혼한 이중국적자였다. 미국에 사는 혈연관계인 자녀한테만 재산을 주고 싶다는 그. 한국에 살면서 이런 고민을 하는 이중국적자를 여럿 만났다.
 
모 씨는 오래전 미국에 이민 가서 결혼 후 자녀를 뒀다. 미국 국적을 취득 후 30년가량을 미국에서 살다가 최근 배우자와 사별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고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사실상 이중국적자인 셈이다. 모 씨 자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자다.
 
그러던 중에 그는 한국에서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혼인신고를 했다. 한국인 배우자는 전 배우자 사이에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모 씨는 이참에 재산문제를 정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혈연관계인 미국 거주 자녀에게 전 재산을 미리 증여 또는 상속하겠다는 것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자녀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새로 만난 배우자에게도 가능하면 적정 수준의 재산만 넘겨줄 요량이다.
 
한국법, 이중국적자 상속은 한국법 따라야
 
모 씨는 미국과 한국에 모두 자신 명의로 된 동산과 부동산이 있다. 만약 그가 갑자기 사망하면 상속 문제는 당장 어느 나라법을 따라야 할까.
 
한국 국제사법에 따르면 상속은 피상속인(사망자)의 본국법에 따른다고 돼 있다. 그 준거법에 따라 상속권 귀속 여부와 지분 등이 결정된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 미국 상속법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미국 상속법은 주법(州法)으로 통일부부재산법(Uniform Probate Act)를 채택하지 않는 주라면 주마다 적용이 다를 수 있다. 한국 국제사법은 이중국적자의 경우 이중국적 가운데 하나가 한국 국적이면 한국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본 사안의 모 씨의 상속문제는 한국법이 준거법이 돼야 한다.
 
본격적으로 한국법을 적용해보자. 민법에 따르면 계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상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 씨가 사망해도 한국에서 새로 만난 배우자의 자녀에게 상속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배우자는 상속받는다. 유언이 없는 법정 상속이라면 법정상속분의 50%를 가산한다. 그럼 한국 배우자는 1.5, 미국 자녀는 자녀 1인당 1.0의 비율로 법정상속이 일어난다.
 
여기서 모 씨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다. 한국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된 재산이 그 배우자의 자녀에게 상속된다. 한국 배우자와 미국 자녀 사이엔 혈연관계가 없으므로 별도의 상속절차는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유언’을 활용해야 한다. 그가 사망 후 모든 재산을 미국에 사는 자녀에게 상속하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유언을 남기는 방법은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 총 5가지가 있다. 어느 경우건 적법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 법원은 특히 유언의 요식성을 중시해 정해진 요건 하나라도 어기면 그 유언을 무효라고 판시한다.
 
유언 남기거나 미리 상속해도 ‘유류분’ 살아 있어
 
유언만 남기면 모 씨의 고민이 사라질까. 한국법상 미국 자녀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겨도 그대로 상속되는 건 아니다. 한국법은 ‘유류분’을 명시해 유언과 상관없이 배우자 등이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 씨가 모든 재산을 미국 자녀에게 주겠다고 유언을 적법하게 남겨도 사실상 0.75까지 상속재산을 자신에게 달라고 할 수 있다.
 
미리 미국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도 소용없을 수 있다. 한국 민법에서 증여는 상속개시(사망 시) 전 1년간 행한 것을 포함해 유류분의 기초가 되는 상속재산을 산정한다. 이때 피상속인과 상속인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될 것을 알고 증여한 때는 1년 이전에 마련한 재산도 유류분 산정재산에 포함한다. 무엇보다 모 씨가 미국 자녀에게 상속하는 식으로 일부 상속인에게 몰아줄 경우 ‘특별수익’으로 간주한다. 그럼 1년보다 더 이전에 형성된 재산 모두가 상속재산 대상된다.
 
다만 시효에 의한 소멸은 존재한다. 유류분의 반환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한국 배우자가 유류분을 청구하겠다며 법정 문턱을 밟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미리 겁먹고 무턱대고 증여해버리면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한국 국적 포기하면 미국법 따라야
 
상속세보다 증여세가 많을 수도 있다. 그래서 조세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위에서 말하는 상속 재산은 상속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 재산과 꼭 일치하는 게 아니다. 상속세 목적으로 별도의 검토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자녀에게 증여했지만 이를 매매한 것으로 가장해 주택이나 토지를 등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한국 세무당국은 부모와 자녀 간 거래를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더군다나 매매대금이 오가지 않았다면 증여가 아니라고 소명하기엔 더 어려워진다. 매매대금이 오간 적도 없는 미국 자녀가 한국에서 그 부동산을 처분하고 매각대금을 미국으로 가져가려 하면 외국환거래 처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 배우자가 미리 상속재산(유류분)을 포기할 경우는 어떤가. 하지만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한 포기 약정은 무효이므로 ‘포기’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해진다. 한국 국적을 가진 기타 이중국적자도 마찬가지다. 만약 모 씨가 한국 국적을 갖지 않고 미국 국적만 유지한다면 미국 상속법(주법·州法)이 적용돼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 최병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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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