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고난 이긴 한국 봅슬레이, 세계 최고로 기억됐으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간판 파일럿 원윤종. 태극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함께 들어올려보이고 있다. 김지한 기자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간판 파일럿 원윤종. 태극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함께 들어올려보이고 있다. 김지한 기자

"요즘 행복합니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4인승을 이끈 '파일럿' 원윤종(33·강원도청)은 모처럼 마음 놓고 푹 쉬었다. 지난달 26일 평창선수촌을 퇴촌한 뒤, 각종 행사, 미디어데이 등을 소화하면서도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지난 7일 봅슬레이대표팀 미디어데이를 가진 뒤 만난 그는 "봅슬레이에 입문하고나서 가장 많이 쉬었다. 몸도, 마음도, 편하게 보냈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원윤종은 평창올림픽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앞서 서영우(경기연맹)와 치른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선 6위로 기대했던 메달을 따지 못해 좌절했다. 그러나 2인승을 치르고 6일 뒤에 김동현, 전정린(이상 강원도청), 서영우와 함께 출전해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이끈 주인공으로 떴다. 특히 앞서 경기를 마친 독일의 니코 발터 조와 1~4차 시기 합계 기록(3분16초38)이 100분의 1초까지 같은 '공동 은메달'을 땄다. 지난해 12월에 처음 조합을 이뤄 그동안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3위권 내에 들지 못했던 걸 뒤집은 '기적의 은메달'이었다.
 
19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봅슬레이 4차 주행에서 경기를 마친 대한민국의 원윤종(왼쪽)과 서영우가 인터뷰 도중 시상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9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봅슬레이 4차 주행에서 경기를 마친 대한민국의 원윤종(왼쪽)과 서영우가 인터뷰 도중 시상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25일 봅슬레이 4인승을 마친 뒤 "원윤종이 2인승을 마친 뒤 방 안에서 눈물을 펑펑 흘려서 가만히 놔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달래주고 싶었는데, 그 눈물로 2인승 때 못했던 것 다 치유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냥 뒀다"고 말했다. 당시 2인승을 치르고나서 당사자의 심경은 어땠을까. 원윤종은 "진짜 많이 힘들었다. 아마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만 뛰는 게 아니라 함께 뛴 서영우를 비롯해 다른 대표팀 동료 선수들, 코칭스태프, 전담 스태프 등이 모두 생각났다. 이걸 바라보고 열심히 해왔는데 나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해서 면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개인적인 결과로 받아들이는 거라면 상관없었다. 그런데 우리 팀이 6위가 됐다보니 그게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멘털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원윤종이 다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던 건 '팀'이었다. 그는 "감독님을 비롯해서 팀 동료들이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4인승이 남았는데 이렇게 주저앉고 있으면, 내가 좌절하면서 생각났던 그 많은 분들에게 더 볼 면목이 없겠단 생각이었다.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주위 응원에 힘입어 정말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응원과 격려로 원윤종은 2인승때와는 다른 환한 표정과 편한 마음으로 4인승을 준비했다. 그리고 기적같은 은메달을 땄다.
 
대한민국 원윤종이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2차 주행에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후 기뻐하고 있다. [평창=뉴스1]

대한민국 원윤종이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2차 주행에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후 기뻐하고 있다. [평창=뉴스1]

봅슬레이 4인승에서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파일럿 원윤종은 "메달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을 충분히 하면서 기대를 갖고 도전했다. 사실 예상은 동메달이었다. 자신 있었다. 다행히 예상보다 한 단계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4차례 주행을 모두 치른 뒤 알게 된 결과에 대해선 "소름돋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피니시를 통과하고 앞에 그 조의 기록을 볼 수 있는 전광판이 있다. 거기서 (현재 1위를 의미하는) 숫자 1이 떠서 '됐다!'하고 환호하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대기실로 들어가서 결과를 보는데 (앞 조에 나섰던 독일 조와) 0.00초로 같은 기록을 냈다고 하더라. 1등이 떠서도 놀랐는데 0.00이 떠서 더 소름돋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대해 스스로 "4인승은 90점 이상이었다. 반면 2인승은 60점 정도밖에 안 됐다. 전체적으론 80점 이상 줄 수 있는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원윤종·서영우가 2016년 1월 캐나다 휘슬러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원윤종·서영우가 2016년 1월 캐나다 휘슬러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체육교사를 꿈꿨던 원윤종은  “안정적인 교사직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2010년 8월 대표 선발전을 통해 봅슬레이에 입문했다. 처음 썰매를 탈 때 뒤집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하루 8끼 이상 먹으면서 몸을 불려야 했던 그였다. 그리고 당당히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해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5-2016 시즌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세계 1위 파일럿으로 떴다. 그는 "8년이라는 시간동안 흘러온 과정 모두 힘들었다. 한 순간도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봅슬레이 선수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후회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한테 봅슬레이는 의미있는 스포츠였다. 내 인생에서도 평범했던 학생에서 봅슬레이 선수가 되겠다고 결정한 건 의미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썰매를 조종하는 역할을 하는 파일럿(조종수)은 해당 팀의 선수 대표로 불릴 만큼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경기에 나선다. 원윤종은 평창올림픽에서 2인승과 4인승 모두 홀로 한국의 대표 파일럿으로 나섰다. 혼자 모든 걸 짊어진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그는 "2인승과 4인승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훈련 방식도 같다. 부담보단 개인적으로 시합을 두 번 출전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파일럿에 대해 그는 "한 배의 선장같은 느낌이다. 제일 앞에 있기도 하지만 우리 팀에선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다보니 더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간판 파일럿 원윤종. 태극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함께 들어올려보이고 있다. 김지한 기자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간판 파일럿 원윤종. 태극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함께 들어올려보이고 있다. 김지한 기자

 
원윤종은 한국 봅슬레이 팀을 '자랑스러운 팀'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했다. 그는 "4인승 은메달을 딴 뒤에 인터뷰장에서 '우리 팀을 메달을 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태프가 꾸려지고 8년여동안 많은 시련이 매 순간 있었다. 그래도 이걸 헤쳐왔고 해결해와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 선수들 개개인이 모두 특별하다. 개개인이 분담한 걸 잘 조화해서 목표를 이뤄낸 게 우리 팀"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게 우리 팀내의 모토였다. 여기 있는 선수들이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단 마음가짐으로 달려왔다. 그만큼 평창올림픽에 뛴 한국 봅슬레이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팀이었다고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윤종을 비롯해 봅슬레이, 스켈레톤대표팀 선수들은 "평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약 2주반의 휴식기를 보낸 대표팀은 지난 1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다시 모여 새 시즌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그보다 앞서 세계선수권에서 봅슬레이 최초 메달을 따고, 어떤 대회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던 원윤종이지만 그는 '잘 하는 선수'보다 '언제나 노력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누구나 다 '저 선수는 열심히 하고, 경기에 임하면서 노력하는 선수다'라고 기억되도록 더 뛰겠다"고 다짐했다. 8년동안 고난을 이겨내고 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표 파일럿'으로 거듭났던 그 과정처럼 말이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국가대표 원윤종-서영우가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경기는 18~19일 하루 2차례 총 4차례 주행의 기록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매긴다. [평창=연합뉴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국가대표 원윤종-서영우가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경기는 18~19일 하루 2차례 총 4차례 주행의 기록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매긴다. [평창=연합뉴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