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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마을 가면 수숫단 속 소년·소녀가 된다

[문학마을 이야기] 황순원문학촌 
황순원문학관 앞엔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두 남여 어린이 조각과 수숫단이 있다. [ 신인섭 기자]

황순원문학관 앞엔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두 남여 어린이 조각과 수숫단이 있다. [ 신인섭 기자]

강원도 산간벽지를 따라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큰 물길을 이룬 것이 북한강이다. 그리고 경기도 남동부의 넓은 들을 적시며 기호지방의 중심으로 흐르는 것이 남한강이다. 이 두 강은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합류하여 한강을 이루고 서울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서해로 빠져 나간다. 양수리(兩水里) 또는 두물머리라는 지명은 이러한 유수(流水)의 행로를 형용하여 이루어진 터이다. 그 양수리에서 북한강변을 따라 거슬러 오르다가 서종면 문호리를 만나 오른쪽 중미산 기슭으로 방향을 꺾으면 가까운 거리에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 있다.
 
 
물 맑은 고장에 자리한 청정 문학관
 
예로부터 양평이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긴 하나, 소나기마을에 이르는 산하의 풍광은 유난히 수려하고 청정하다. 양평군은 양수리의 두물머리를 관광 명소로 개발하고 인근에 ‘물과 꽃의 정원’ 이라는 별칭을 가진 세미원을 조성했다. 이곳을 찾은 풍류 관상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려 인근의 소문난 문학 테마파크 소나기마을로 향한다. 소나기마을은 2009년 6월에 문을 열었으니 햇수를 따지면 올해로 10년 차에 이른다. 3층 규모의 건물에 1만 4천 평의 야외 공원을 가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료 입장객이 찾는 성공한 문학관이다. 현재 연간 관람 인원은 13만 명 내외.
 
소나기마을은 한국문학에서 ‘순수와 절제의 미학’을 이루었다고 평가 받는 황순원 작가의 문학과 그 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동시에 ‘국민단편’이란 호명을 얻은 그의 단편소설 『소나기』의 무대를 형상화하여, 서울에서 전학 온 소녀와 시골 소년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소나기』 속에 양평을 언급하는 대목은 딱 한 군데 있다. 말미에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라는 문장이다. 이 언표에 의지하여, 작가 황순원이 23년 6개월 동안 교수로 재직했던 경희대와 소설의 배경지 양평군이 함께 이 동심의 동산을 구성했다. 소년과 소녀가 갑자기 만난 소나기를 피하던 수숫단, 그 다소곳하고 정감 있고 은밀한 모형을 본 따서 만든 건물 조형이다. 문학관의 정문은 2층 현관이다. 로비에는 작가의 문학적 연대기와 필적(筆跡)들이 게시되어 있고, 왼편 제1전시실에는 작가의 유품과 서재 그리고 생애의 족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황순원의 유품을 모아놓은 내부 전시실. [신인섭 기자]

황순원의 유품을 모아놓은 내부 전시실. [신인섭 기자]

황순원 작가 생전의 거실을 그대로 재현한 서재에는 작가의 서가와 외출복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특히 첫 글을 깨알같이 노트에 쓰고 다시 원고지에 옮겨 적는 창작의 과정을 볼 수도 있다. 제2전시실로 이동하면 작품세계를 형태화 한 여러 전시물,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영상자료와 전자정보들을 관람할 수 있다. 그 다음 동선은 소나기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남폿불 영상실인데, 여기에서는 소설 『소나기』의 후속편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그날』이 종일 상영된다.
 
3층의 옥상 정원 두 곳은 갈밭머리 쉼터, 쪽빛구름 쉼터 등의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 강당 또한 수숫단 강당이란 이름을 가졌다. 이 명호들은 모두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단어에서 그 방명(芳名)을 빌어 왔다. 문학관 밖으로 나서면 시원한 하늘과 숲과 오솔길 산책로가 눈앞에 있다. 소나기 광장이라 불리는 중앙의 마당에는 여기저기 수숫단과 원두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어느 결에 한 세대 전의 시골마을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 소나기 광장에서는 겨울철을 제외하고 매 시간 네 개의 물기둥을 통해 인공 소나기를 뿜는다. 엄청난 양의 물을 쏘지만 땅에 내릴 때는 분무가 된다. 그 때 햇빛이 반사되면 쉽사리 영롱한 무지개가 걸린다. 아이들이 뛰어들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팍팍한 세상살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하다. 
 
 
황순원 문학의 인본주의와 모국어 사랑
 
작가 황순원이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은 뒤 촬영한 기념사진. [신인섭 기자]

작가 황순원이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은 뒤 촬영한 기념사진. [신인섭 기자]

황순원의 문학은 인간 본성의 순수와 아름다움을 신뢰하고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본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바탕을 두고 출발했다. 이팔청춘 젊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80객 노년에 이르도록 문학과 더불어 한 평생을 산 작가는 시 104편, 단편 104편, 중편 1편, 장편 7편의 문학적 적층을 이루었다. 첫 시집 『방가』에서부터 마지막 장편 『신들의 주사위』와 그 후속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에서 출발하여 단편 및 장편소설의 흥왕을 거쳐 다시 함축적인 단편과 시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의 문학을 일컬어 완결성과 완전주의의 극명한 모범을 보였다고 상찬(賞讚)한다.
 
일제강점기, 많은 문인들이 강압에 의해 훼절하고 저들의 요구에 동조했을 때, 황순원은 여느 문인들과 달랐다. 그는 혼자 골방에서 읽혀지지도 출간되지도 않는 작품들을 쓰며 모국어를 지켰다. 이 작품들은 석유 궤짝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해방이 된 후 『기러기』라는 제호의 단편집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일생에 좋은 동반자였던 부인 양정길 여사는 작가와 1915년 생 동갑이다. 작가는 2000년 86세의 일기로 유명(幽明)을 달리했으나 양 여사는 2014년까지 100세의 수(壽)를 누렸다. 문학관 옆, 아담한 작가의 묘역에는 다음과 같은 묘비명이 새겨져 있다. “20세기 격동기의 한국문학에 순수와 절제의 극(極)을 이룬 작가 황순원 선생(1915~2000), 일생을 아름답게 내조한 부인 양정길 여사(1915~2014), 여기 소나기마을에 함께 잠들다.” 생전의 작가는 늘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절반은 내 내자(內子)의 몫이야.”
 
 
‘백년의 사랑’을 넘어 새로운 내일의 꿈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소나기마을에서는 1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더욱 그렇다. 첫사랑 콘서트, 동화 구연, 이야기 숨바꼭질, 손 편지 쓰기, 가슴으로 읽는 시 30편, 그리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이 콘텐트를 채우고 있다.
 
앞으로 세계문학의 ‘첫사랑 문학마을’을 꿈꾸며 알퐁스 도데의 『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함께 조형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기에 한나절의 발걸음으로는 너무 바쁘다. 하루쯤 온종일을 할애하여 머물며, 깊은 눈으로 돌아볼 가치가 있는 곳이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다.
 
김종회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현재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나와 『문학사상』 『문학수첩』 등 문예지의 편집위원을 맡았으며,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및 토지학회 회장이다. 김환태평론문학상·김달진문학상·편운문학상·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과 예술혼』 『문학의 거울과 저울』 등 많은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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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