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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물류 예측 … 밤 11시 주문해도 아침 7시에 배달한다

[하선영의 IT월드] 콜드체인 시장
 
#1. 맞벌이하는 심성민씨 부부는 생후 9개월 아기를 재운 오후 9시부터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평일에 동네 수퍼마켓에 갈 짬이 안 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유아식에 필요한 다진 브로콜리와 다진 닭고기, 두 사람이 출근 전에 먹을 아보카도 스무디, 식빵을 주문했다. 심씨가 다음 날 아침에 현관문을 여니 주문한 제품들이 도착해있었다.
 
#2.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 ‘마켓컬리’는 인공지능(AI)의 일환인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몰 일일 주문량을 예측한다. 이 쇼핑몰은 수도권에 사는 고객들에게 ‘다음날 오전 7시 배송’ 원칙을 내걸었다. 그래서 싱싱한 제품을 배송해야 하므로 정확한 물량을 제때 입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선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채소 등은 산지에서 수확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데까지 17시간이 채 걸리지 걸린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당일날 입고된 샐러리를 입력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채소 제품을 산지에서 수확한지 17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송한다. [사진 마켓컬리]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당일날 입고된 샐러리를 입력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채소 제품을 산지에서 수확한지 17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송한다. [사진 마켓컬리]

 
최근 서울·경기 수도권에 사는 30·40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쇼핑몰 마켓컬리는 그간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들과는 다른 컨셉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서비스 3년 만에 4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 곳은 지난해 매출(530억원)보다 3배 높은 1600억원을 올해 매출 목표로 잡고 있다.
 
‘프리미엄 온라인 푸드마켓’을 내세우고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신선하면서도 특색있는 식자재 상품을 강조한다. 깨지기 쉬운 계란부터 눈으로 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채소, 과일은 소비자가 마트에서 직접 손으로 고른 상품만큼 품질이 좋아야 한다. 흑돼지 앞다릿살, 새우 완탕면, 손질한 아귀 등 동네 수퍼마켓에서는 살 수 없는 이색적인 제품군도 마켓컬리만의 장점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의 김슬아 대표는 요즘에도 김 대표 본인과 직원들이 직접 모든 식품을 먹어본 다음에 입고할 상품을 정한다. 비슷한 시기에 대형 쇼핑몰들이 ‘신속한 배송’을 앞세워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할 때쯤 마켓컬리는 아예 ‘오전 7시 배송 보장’을 내세웠다. 수도권에 사는 고객이 오후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늦어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물품을 배송해준다. 주문한 지 8시간 만에 집 앞에 물건이 배달오는 것이다. ‘살충제 달걀 파동’ 등 식자재 위생 사고가 날 때마다 불안한 고객들을 위해 ‘더 비싸더라도 안전한 음식’을 찾았다. 제주도 자연 방사청란 등 안전한 유기농 계란 6종을 들여오는 식이다.
 
 
마켓컬리, 하루 1만8000상자 배송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근 국내외 유통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처럼 제철 식품이나 냉장·냉동 제품들을 매입해서 고객들에게 최상의 상태로 전달하는 ‘콜드 체인’ 시장이 가장 큰 화두다. 대기업 유통 업체들이 그간 내세워 온 저렴한 가격과 많은 상품 가짓수가 더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류 업계에서는 2013년 978억 달러(약 104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콜드체인 시장 규모가 2019년 2335억 달러(약 24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늘날 콜드 체인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제품 입고부터 배송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다. 동시간대 운반하는 물량은 최대화하되 배송 시간은 단축하고 품질의 신선도는 유지해야 하는 것이 기업들의 과제다. 결국 물류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AI 등 최신 정보통신(IT) 기술이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미국 아마존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등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들 기업이 일찌감치 IT 기술과 물류를 접목하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물류 시스템 중 일부. 냉장·냉동·상온으로 나눠진 센터에서는 하룻밤에 평균 1만8000개의 박스가 만들어진다. [사진 마켓컬리]

마켓컬리 물류센터의 물류 시스템 중 일부. 냉장·냉동·상온으로 나눠진 센터에서는 하룻밤에 평균 1만8000개의 박스가 만들어진다. [사진 마켓컬리]

 
지난 13일 저녁 기자가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마켓컬리 물류센터는 입고부터 배송까지 담당하는 직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배송받기 원하는 손님들의 주문은 오후 10시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마지막 주문 시간인 11시까지 전체 주문 중 20%가 몰린다. 물류센터가 가장 바쁜 시간도 오후 10시부터 포장이 끝나는 다음날 오전 1시까지다. 
 
냉장·냉동·상온으로 나눠진 센터에서는 하룻밤에 평균 1만8000개의 박스가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출고되는 제품이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면 가차 없이 버린다”고 설명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어느 지역 농가에서 몇시에 상추를 얼마만큼 따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사전에 상품기획자(MD)들이 농가와 ‘수확하기 좋은 상추 크기’까지도 의견 합치를 본다. 마켓컬리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오늘 밤에는 상추를 몇 분의 고객에게 배송할 수 있을지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더파머스 “아이들 먹일 수 없다면 폐기”
 
서울 을지로에 있는 더파머스 본사에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 전략을 짜는 ‘데이터 농장’이란 부서가 있다. 박길남 더파머스 전략이사는 “데이터도 뿌리고 키워서 수확해야 한다는 뜻에서 ‘농장’이라고 부른다”며 “계절·날씨부터 대체재나 보완재 여부 등 판매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과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동네 수퍼마켓에서 떨이 제품을 팔듯이 남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해도 되지 않을까. 김 대표는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녀나 조카가 있는 직원들한테 ‘이 제품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냐?’고 물으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한다. 최저가를 맞춘답시고 품질을 포기할 수 없다. 만약 신선 채소를 들여올 때면 채소를 담는 비닐을 만드는 공장까지도 가본다. 제품 품질이 기대 이하면 과감히 상품을 내린다. 폐기율은 1%가 넘는다.”
 
최근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콜드체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플래닛은 스타트업 ‘헬로네이처’를 인수해 유기농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GS리테일은 식재료를 손질 포장해 배송하는 서비스 ‘심플리 쿡’을 내놨다. 김슬아 대표는 “미국에선 아마존 등에서 이미 선보이는 AI 스피커를 통한 음성 주문 서비스나 무인 마트와 같은 식으로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얼마만큼 진화한 IT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로 콜드체인 기업들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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