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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아이디어가 운명 가르는 영화같은 일, 기업선 안 일어나

[CEO의 서재] 장재영 신세계 대표 『축적의 시간』
장재영 (주)신세계 대표이사

장재영 (주)신세계 대표이사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단다.”
 
장재영(58·사진) 신세계 대표는 『축적의 시간』(지식노마드) 서문에 나오는 이 문장에 꽂혔다. 이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하는 말이다.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하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봤다. 현재 한국은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나라의 앨리스의 처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일본·독일 등 산업선진국과 거대한 중국은 이미 열심히 앞에서 뛰고 있다. 한국은 기존의 모델로는 안된다는 위기감 속에서 산다.
 
장 대표는 『축적의 시간』을 출간 당시 사내 독서 클럽 등 복수의 추천으로 읽었다. 3년이 지난 요즘도 종종 책꽂이에서 꺼내보는 애독서다. 도전과 경험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엔 임직원에 보내는 ‘CEO의 레터’에도 이 책을 소개했다. 산업 전반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한 서울공대 교수 26명의 통찰을 공유하고, 축적된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계속 만들어 나가자는 의도였다.
 
산업 현장에서 혁신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은 근사한 마법처럼 보일지언정, 오랜 시간, 그것도 죽도록 달린 노력의 결과다. 백화점도 하룻밤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획부터 상권 분석, 용지 매입, 설계·공사, 트렌드 조사, 브랜드 구성, 개장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2016년 12월 문을 연 신세계 대구점은 2010년 8월 공모부터 개장까지 총 6년 4개월이 걸렸다. 모든 임직원이 이 과정에 열정과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대구점은 복합환승센터와 어우러진 입지부터 아쿠아리움, 쥬라지 파크, 문화 마케팅 등 색다른 콘텐트를 갖추었고 개장 1년 만에 3300만명이 방문했다. 오랜 기간 축적한 백화점의 경험과 도전의식이 더해져 새로운 경험자산이 됐다. 화려해 보이는 결과와 성공이 있기까지는 축적된 시간이 필요했다.
 
축적의 시간

축적의 시간

‘메이드 인 코리아’가 경쟁력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어느 특정 산업 문제가 아니라 동시다발적 현상이다. 위기는 모두가 감지하고 있지만, 처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시간의 축적』의 미덕은 해법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산업현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내고 우리에게 없는 경험 축적의 비법을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책은 “도약에 축지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도약을 위해선 ‘개념 설계’ 역량과 ‘스케일 업(Scale up)’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개념 설계는 남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설계도와 기술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힘이다. 스케일 업 역량은 작은 아이디어를 말 그대로 잘 키워 현실화하는 것이다. 두 역량 모두, 경험과 실패, 무수한 시도의 축적에서 나왔다. 현재 한국 산업 현장의 위기는 모방추격형 산업발전 모델의 한계다. 속성으로 현재에 이르렀지만, 선진국의 오래된 산업 역사와 중국의 규모 경제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중국은 산업선진국이 100년에 걸쳐 축적하는 사례를 10년 만에 10배의 많은 시도로 따라잡을 태세다.
 
장 대표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우연한 아이디어 하나가 산업과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영화 같은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경쟁자 뒤만 쫓아서는 현상 유지도 어렵다. 산업화 시대를 이끈 성장모델도 한계에 다다랐다는데 이는 국가나 기업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를 축적해 도약하고, 성장해야 한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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