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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노력 '361도 법칙' … 문 워치같은 스토리 살릴 것

[중앙SUNDAY가 만난 글로벌 리더] 오메가 CEO 애슐리만
스위스산 고급 시계 시장은 최근 대침체를 겪었다. 1990년대 말 이후 20년간 호황이었던 시장이 2015년 꺾였다. 그해 스위스산 시계 수출액은 2014년보다 3.3% 줄었다. 2016년은 더 나빠져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2년 연속 수출 감소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855년 이후 몇 차례 안 되는 드문 일이었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속한 스와치그룹도 불황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룹 매출액은 2015년 3%, 2016년 10.6% 줄었다. 브랜드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오메가도 매출 급락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상황은 나아졌다. 2017년 스와치그룹 매출액은 5.4% 증가해 업계 수출 증가율(2.7%)을 웃돌았다. 특히 오메가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군이 성장했다.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최고경영자(CEO)는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불황(recession)이란 단어는 비관적이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너무 급성장한 나머지 최근 약간의 조정(correction)을 거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강릉의 한 호텔에서 애슐리만 CEO를 만났다.
 
럭셔리는 영감 주고 감성 자극해야
 
레이날드 애슐리만은 오메가 입사 20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의 할아버지는 스위스 시계를 만드는 워치메이커(시계 장인)였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레이날드 애슐리만은 오메가 입사 20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의 할아버지는 스위스 시계를 만드는 워치메이커(시계 장인)였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오메가는 고급 시계 시장에서 롤렉스 다음으로 2위인데, 1위로 올라설 전략은.
“좋은 질문이지만 내가 싫어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답은 물론 ‘예스’다. 오메가가 2위까지 올라선 것은 스와치그룹 창업자 니콜라스 하이예크의 리더십 덕분이다.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꾸준히 성장하면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승부는 어떻게 상대를 쓰러뜨릴까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만큼 더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상대보다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361도 법칙’이라고 부른다.”
 
오메가와 롤렉스는 오랜 라이벌이다. 70년대까지는 오메가가 판매량에서 앞섰다. 가격대는 롤렉스가 높았다. ‘스위스 시계의 제왕’을 둘러싼 승부는 세이코 등 일본 브랜드들이 쿼츠 시계(배터리를 넣는 전자식 시계)로 세계 시장을 평정하면서 일단락됐다. 두 회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롤렉스는 강점인 오토매틱 무브먼트 시계에 더욱 집중했지만, 오메가는 쿼츠 시장에 뛰어들어 일본 업체와 경쟁했다. 결국 오메가는 은행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합병과 매각을 거듭한 끝에 85년 하이예크 회장 손에 들어갔다. 하이예크는 품질과 기술에 집중하고, 브랜드 유산을 되살리는 고급화 전략으로 오메가를 럭셔리 브랜드로 다시 끌어올렸다. 2016년 애슐리만 CEO는 “기술과 품질 개선 결과 지난 15년간 판매처는 세계 7000곳에서 3000곳으로 줄였고 시계 평균 가격은 3배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럭셔리는 일반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가.
“영감을 주고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럭셔리는 ‘필요하지 않지만 갖고 싶은 것’이다. 감성적인 측면에서, 기술이나 품질이 좋아서,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어서 등 여러 이유로 그 물건이 이젠 필요하다고 여기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정 계층만 누릴 수 있는 독점성(exclusivity)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독점적이라고 럭셔리는 아니다. 그보다 브랜드의 힘, 진정한 가치, 탁월한 상품, 적시 커뮤니케이션이 먼저다.”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시계회사 론진을 거쳐서 1996년 오메가에 입사했고, 2016년 CEO에 올랐다. 장진영 기자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시계회사 론진을 거쳐서 1996년 오메가에 입사했고, 2016년 CEO에 올랐다. 장진영 기자

 
애슐리만은 2016년 6월 CEO에 올랐다. 시계 회사 론진을 거쳐 1996년 오메가에 합류했고, 2001년 글로벌 세일즈 디렉터 겸 부사장에 올랐다. 전임자인 스티븐 우콰드 CEO가 17년간 지킨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임자가 성장기에 오메가를 맡아 브랜드가 굳건히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 애슐리만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오메가를 이끌게 됐다. 젊은 소비자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시계와 친하지 않은데.
“평생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온 세대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다. 이 세대는 신뢰할만한 브랜드와 스토리를 좋아한다. 달에 간 최초의 시계,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 시계, 올림픽 감동 스토리에 매료된다. 다가가는 방법을 혁신하면 된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오메가 전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값비싼 럭셔리 상품도 온라인에서 팔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온라인 시계 커뮤니티와 함께 기획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판매한 ‘스피디 튜즈데이’ 시계도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4시간 반 만에 한정판 2102개가 모두 팔렸다. 온라인 채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오메가 '씨마스터' 올림픽 게임 에디션. [사진 오메가]

오메가 '씨마스터' 올림픽 게임 에디션. [사진 오메가]

 
오메가는 1848년 창업자인 루이 브란트가 스위스 라쇼드퐁에 세운 시계 공방이 모태다. 1932년 LA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가 됐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69년 닐 암스트롱 일행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시계를 찼다. 이 때문에 ‘문 워치’라는 별칭을 얻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탐사 활동에서 유일하게 인정한 브랜드다.
 
 
고급 시계 시장 약간의 조정 거치는 중
 
올해 시계 시장 전망은.
“지난 12개월 동안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지만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지난 20년간 스위스 시계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따른 조정이다. 2~3년 전에는 하향 조정이었다면 이젠 상향 조정으로 바뀌었다.”
 
고급 시계 시장은 중국 때문에 울고 웃는 형국이다.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진 20년 호황은 중국의 경제 성장 덕이었다. 부자가 된 중국인들이 스위스산 고급 시계 최대 소비층이 됐다. 신생 시계 브랜드가 생겨나고, 숨만 붙어 있던 브랜드들이 재정비 후 출격했다. 기존 브랜드도 중국을 겨냥해 제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뜨거워진 고급 시계 시장은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얼어붙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홍콩(스위스 시계 수출 1위)과 중국(3위)에서 판매가 확 줄었다. 2016년 까르띠에·피아제 등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은 소매상에서 팔리지 않은 시계 수천개를 2500억원을 들여 다시 사들였다.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CEO로서 과제는.
“기대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 오메가의 성공을 이어가는 것이다. 문 워치같이 오메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오랜 바람이다.”
 

361도 법칙이란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가 제시하는 혁신의 법칙. 360도는 완벽한 원이지만 여기에 감성을 의미하는 1도를 더 입히겠다는 의미다. 스스로를 다그쳐 더 높은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는 “소비자의 신뢰는 이 법칙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자성(磁性)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한 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1만5000가우스 이상의 자성에 노출된 뒤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사진)’ 시계를 선보여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직원들은 완벽 이상을 추구하는 이 법칙을 ‘애슐리만 각도’라고 부른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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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