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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 번 우는 1만8000명 … 가해자 반격으로 피해 보상 험난

[SUNDAY 탐사] 코인 열풍 못 따라가는 법
지난 5일 마이닝맥스 사건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에 피해자들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마이닝맥스는 이더리움 채굴기 투자를 빌미로 2700억원을 모집했다. [사진 피해자단체]

지난 5일 마이닝맥스 사건 주요 피고인들의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에 피해자들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마이닝맥스는 이더리움 채굴기 투자를 빌미로 2700억원을 모집했다. [사진 피해자단체]

지난해 12월 마이닝맥스 사건 피의자 21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인천지검 외사부는 1만8000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피해자들이 일부라도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려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형사조정 합의를 중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JU 사태, IDS 홀딩스 사건 등 피해자가 수천~수만 명에 이르고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다단계 사기 범죄가 잇따랐지만 검찰의 중재로 피해 회복이 시도된 적은 없었다. 주범들에겐 장기 형이 선고됐지만 실제로 돈을 되찾은 피해자는 거의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마이닝맥스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박남호(55·수배 중) 회장 등은 해외로 도주했지만 채굴기 조립·설치를 담당했던 자회사에 일부 채굴기와 부품들이 남아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며 “공범격이었던 이 자회사의 대표가 태도를 바꿔 피해 회복에 적극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1차로 피해자 3105명이 손실금의 40%를 돌려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처벌은 있지만 피해 회복은 없다’는 다단계 사기 사건의 전형이 재연될 조짐이다.
 
 
1. 가해자의 반격
 
지난해 10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미국으로 도주한 박 회장은 올 1월 미국 시민권자 이모(55)씨를 대리인으로 파견해 반격에 나섰다. 본사인 마이닝맥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박 회장은 피해 회복에 협조해 온 채굴기 조립 자회사 대표 윤모(49)씨를 해임하고 이씨를 새 대표로 앉혔다.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해임돼 자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 윤씨가 한 형사조정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자기 재산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씨의 주장이 먹혀들 경우 피해 회복은 사실상 요원해진다. 피해를 회복하려면 형사처벌과 별도로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가해자의 자산을 압류·처분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처분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다단계 업체가 보유하는 자산은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뺏긴 돈이지만 손해배상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법률적인 소유권은 회사나 가해자에게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2. 거물 변호사의 등장
 
이씨는 박 회장 측의 반격에 힘을 싣기 위해 자신의 진주고 동기동창인 강찬우(55·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선임했다. 2016년 수원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은 강 변호사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었다. 지금은 변호사 10여 명이 소속된 법무법인 평산의 대표다.
 
한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사수신 범죄의 경우 수사가 진행돼도 주범들은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유지한다. 특히 거물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와 피해 회복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만표 전 검사장(구속 수감)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구속 수감)을 동시에 변호인으로 선임해 유명해진 돼지 분양 사기업체 ‘도나도나’ 사건이 대표적이다. 강 변호사는 지난 14일 기자와 만나 “박 회장은 사기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며 “재산 찾기는 비윤리적으로 보일진 모르지만 합법적 절차”라고 말했다. 이 사건 ‘통합피해자단체’(이하 통피단) 대표 이모(51)씨는 “박 회장 측이 공공연히 ‘강찬우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면서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3. 피해자들 간의 불화
 
피해자 단체가 서로 갈려 다투는 것도 다단계 사기 범죄의 피해 회복이 어려워지는 한 이유다. 마이닝맥스 사건에서도 중간 직급인 3스타 이상의 사업자들은 ‘파워블록체인’이라는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통피단 중심의 피해 회복 절차에 맞서고 있다.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까지 설립한 이들은 통피단처럼 자신들이 국내에 남아 있는 채굴기와 부품을 인수해 피해 회복을 책임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암호화폐 관련 다단계 피해 사건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 대행 사기 업체인 ‘이더트레이드’의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최종화(법무법인 정동국제) 변호사는 “가해자에 가까운 중상위 사업자들이 SNS 등으로 소통하는 피해자 모임에 끼어 고소·고발 움직임을 차단하고 다른 다단계 사업으로 피해 회복을 권유하는 등의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수사관은 “다단계 사기 사건에선 최하위 피해자와 최상위 가해자를 제외하면 모두가 누군가에게 가해자이고 누군가에게는 피해자인 셈”이라며 “중간 층위의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수사와 피해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변호를 맡은 강 변호사는 “다수 서민의 생활기반을 침해한 사건을 맡는 것에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부담감은 있다. 하지만 피해자 대다수는 서민이라기 보다 다단계 판매원들이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팀장)·박민제·이유정 기자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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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