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믿는구석통영’으로 놀러오세요

 
“왜 하필 통영이에요?”  
 
통영에 집을 마련한 뒤 이 얘기를 무척 많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나도 어릴 때 잠깐 있었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자랐다. 
 
2010년 책을 쓰려고 통영 버스터미널 인근 죽림에 방을 얻어 3개월을 살았다. 2016년 10월 일 때문에 친구와 함께 통영을 다시 찾았다. 옛 미수동 동사무소를 고쳐 만든 아동센터에 내가 그린 빨간 로봇으로 조형물을 세웠다. 통영이 고향인 아동센터 소장님의 소개로 처음 가본 당동에서 오래된 주택을 만났다. 바로 친구와 함께 그 집을 계약했다. 왜 하필 통영이냐고요? 예, 해묵은 충동 때문입니다.  
 
현장에 벽화를 그리거나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전국을 돌아다녔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숨과 쉼이 살아있는 자연까지 서울 바깥은 서울에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그때부터 서울을 중심에 두지 말자, 바깥에서 살아보자고 마음 먹었다. 지방에 갈 때마다 살 만한 집을 알아보았다. 통영도 마찬가지였다.  
 
집을 사니까 이번엔 통영 사람들이 “왜 하필 당동이냐”고 물었다. 서피랑처럼 관광객이 많아 장사하기 좋거나 죽림처럼 시내도 아니다. 당동은 통영 운하를 바라보는 남쪽 언덕이라 늘 햇볕이 가득하다. 어르신이 대다수라 무척 조용하다. 무엇보다 정원이 딸린 마당과 멀리 바다가 보이는 옥상이 마음에 들었다. 집에 찾아오려면 당동 다리 밑까지는 쉽지만 그 뒤로는 조금 어렵다.  
 
사람만 다닐 수 있는 골목을 따라 짧은 언덕을 오르면 우물이 나온다. 우물물은 채소를 씻거나 허드렛물로 쓴다. 우물을 지나 두 번째 집이 바로 우리집이다. 낮은 담장 너머 스무 평 남짓한 마당에는 정원이 딸려있다. 동백ㆍ작약ㆍ수국ㆍ장미ㆍ히야신스ㆍ향나무와 깜짝 놀랄 만큼 큰 로즈마리까지 자라 작지만 알차다. 옥상에 오르면 왼쪽으로 한산섬과 통영국제음악당, 조선소가 보이고 충무교와 당동다리를 지나 통영대교까지 차례로 보인다. 멀리 미륵산에는 케이블카들이 조그맣게 오르내린다. 이 집은 1984년에 지었고 오랫동안 ‘지장암’이란 이름으로 부처님을 모셨다. 할머니 연세 탓에 울산 아들네로 가시면서 결국 집을 내놓았고 때마침 우리를 만났다. 친구가 공간 디자이너라서 몇 달간 공사를 도맡았다. 덕분에 오래된 절집은 사람 사는 집으로 바뀌었고 ‘지장암’은 ‘믿는구석통영’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믿는 구석은 필요하다’는 뜻으로 지었다.  
 
통영에 집이라니까 대뜸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쯤으로 여긴다. 실제로 빈 방 있는지, 하루에 얼마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다시 한번 믿는구석통영은 그냥 집이다. 나와 친구,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이다. 어쩌다 초대한다고 모르는 사람이 대뜸 집에 올 리도 없다. 생각해 보니 팬션이나 게스트하우스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나 친구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을 골라서 받는 까칠한 녀석이랄까.  
 
지난 5월 공사를 마치고 집들이를 했다. 서울 사는 오래된 친구들과 통영 사는 새로운 친구들을 모두 불렀다. 여기서 알게 된 동네 셰프가 마당에다 음식을 차렸고 서울에서 음악 하는 형은 밴드를 데리고 옥상에서 ‘볼라레’와 팝송을 불렀다. 멋진 시작이었다. ‘믿는구석통영’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을 해 먹으며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찾고 싶다. 통영 친구들과 서울 친구들이 어울려 동네를 가꾸고 싶다. 느리지만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무게중심을 서울에서 통영으로 옮겨본다. 
 
작가ㆍ일러스트레이터ㆍ여행가. 회사원을 때려치우고 그림으로 먹고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호주 40일』『밤의 인문학』 등을 썼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