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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평정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국립발레단 송년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을 격려하려는 발레계 인사들 틈에 묻어갔죠. 무대에서 바라보는 객석은 텅 비어있었음에도 압박감이 실로 대단했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발레리나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은 여자 컬링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근처 절을 찾아 명상에 나섰다는 기사를 며칠 전 아침 신문에서 보고, 객석과는 또 다른, 경기장의 응원과 야유를 초월해야 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되새겨보게 됐습니다. 시종일관 무심한 김은정 선수의 표정을 ‘기쁨’ ‘슬픔’ ‘환희’ ‘절망’ ‘바나나’ 등의 단어로 표현한 네티즌의 유머 감각도 놀라웠거니와, 흥분하지 않으려는 김 선수의 절실함이야말로 국민적 인기의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의 주역 박종환 감독이 골을 넣어도, 경기에 이겨도 찌푸린 표정을 풀지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죠.  
 
발레리나건 운동선수건 자신이 처한 상황에 일희일비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우리가 감탄하는 것은 진득하게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경우를 별로 겪어보지 못해서일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굵직굵직한 이슈가 터져나오는 현실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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