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단독] 회계사·법조인·교사도 당했다, 마이닝맥스 2700억 사기

[SUNDAY 탐사] 암호화폐의 그늘, 다단계 사기
경북 구미에 사는 이모(40·여)씨 부부는 지난해 5월 2억원을 들여 마이닝맥스에서 이더리움 채굴기 50대를 구매했다. 이씨 부부는 식당을 운영하다가 하루 10만원도 안 되는 매출에 장사를 접은 터였다. 어느 날 이씨 남편의 지인이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생산하는 채굴기를 사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구미공단의 사무실에서 열리는 강연회에 잠깐 와 보라”고 권했다. 강연회에선 강사가 암호화폐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화려한 언변을 늘어놨다. 결국 부부는 신용카드·주택 담보 대출을 끌어다 돈을 넘겨줬지만 이는 다단계 사기로 판명났다. 이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먹고살아야 하는데 기술도 없고, 장사가 안 돼 한 달 생활비라도 건지겠다 싶어 돈을 건넸다”며 “우리에겐 1000만원도 큰돈인데 2억원의 빚을 지니 죽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빚을 갚기 위해 원단 공장에 취직했다.
 
마이닝맥스 사태는 국내외 1만8000명(ID 기준)에게 “이더리움 채굴기의 위탁경영을 해 준다”며 2700억원을 모집한 사건이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단일 사건으로는 현재까지 피해가 가장 컸다. 채굴기 실물은 판매 대수의 10%에 불과했고, 피해자들의 전자지갑에는 이더리움이 정상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것처럼 입력됐다.
 
중앙SUNDAY는 마이닝맥스 사건의 피해자들이 누구고, 어떤 경로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는지를 추적했다. 2월 21일~3월 6일 통합 피해자 단체를 통해 성명·연락처가 파악된 피해자 1482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설문조사(온라인)를 했다. 이 중 답변을 해 온 482명(응답률 32.5%)을 분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안정적 노후 수익 바란 4050
 
응답자 482명의 연령대는 40대(38.0%)와 50대(28.8%)가 가장 많았고 30대 (22.0%), 60대(6.0%) 순이었다. 거래소 업비트 가입자의 80%가 2030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암호화폐 열풍이 불 때 2030이 거래소를 통한 직접거래에 나섰다면 상대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40대 이상이 다단계 업자들의 주요 타깃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별은 여성(52.1%)이 남성(47.9%)보다 조금 더 많았다.
 
재산 규모는 5000만원 미만(36.3%)이 가장 많았고, 5000만~1억원 미만(18.3%), 1억~2억원 미만(17.6%) 순이었다. 통합 피해자 단체 대표 이모(49)씨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 아니라 임대수익처럼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받는다는 말에 없는 돈을 끌어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마이닝맥스 피해자 중엔 노년층이 상당수 포함됐다. 경기도 의정부에선 70대 노인 30명이 집단으로 사기 피해를 당했다. 독거노인이 대부분이고, 형편도 어렵다. 반지하에 홀로 살며 폐지를 주워 하루에 2만~3만원씩 벌고 있는 김모(70·여)씨도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나온다”는 말에 속아 사채와 곗돈을 끌어 1000만원을 넘겨줬다고 한다. 김씨는 “상위 사업자가 5~6개월을 찾아와 설득해 1000만원을 입금하고 나니 감감무소식”이라며 “나이가 들어 일도 못 하는데 혼자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투석 중인 신모(74) 할아버지 역시 매달 받는 월남 파병 보훈 연금을 대출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공무원·전문직도 “암호화폐 가치 믿었다”
 
응답자의 47.3%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주택 담보 대출, 저축은행 대출 등을 받아 돈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상위 사업자들은 “돈이 없다”고 하는 피해자들에겐 신용카드 대출, 보험 담보 대출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했다고 한다. “이더리움 시세가 상승하기 때문에 5~6개월이면 원금을 회복한다”고 설득했다. 퇴직금 등 은퇴로 생긴 목돈(4.8%), 자녀나 지인에게 빌렸다(9.3%)는 응답도 있었다. 기타 응답으로 ‘자녀의 대학 등록금’ ‘암 수술 보험금’이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마이닝맥스에 돈을 넣은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 또는 지인이 한 것을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해서’(45.0%)였다.
 
특히 가족과 지인 네트워크로 확장한 다단계는 가정과 주변 인맥까지 파탄냈다. 6000만원을 넣었다는 주부 박모(44)씨는 “내가 끌어들이는 바람에 언니가 갑상샘암 수술 보험금 4000만원을 날렸는데, 너무 미안해 연락도 못 하고 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직업 분류상 자영업(27.8%)과 가정주부(19.5%)가 많았지만 현직 공무원 17명, 회계사·법조인 등 전문직군도 있었다. 경남·부산 지역에선 교사 10여 명이, 경기도에선 전·현직 군인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부산 지역 교사 이모(51)씨는 “뉴스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관해 들어 알고 있었고, 채굴기는 일종의 컴퓨터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거래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암호화폐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71.2%가 현재도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마이닝맥스 사건이 문제이지 암호화폐 자체는 문제가 없다’(40.8%)고 답변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팀장)·박민제·이유정 기자 deeper@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