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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어떡하니" 암호화폐 사기에 당한 어머니의 눈물

[SUNDAY 탐사] 암호화폐의 그늘, 다단계 사기 
엄마의 눈에선 절망이 흘러내렸다. 30년간 청소 일을 하며 두 아들을 홀로 키워 온 김모(61)씨는 암호화폐 채굴기 사기 사건으로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암호화폐 열풍의 또 다른 단면이었다. [신인섭 기자]

엄마의 눈에선 절망이 흘러내렸다. 30년간 청소 일을 하며 두 아들을 홀로 키워 온 김모(61)씨는 암호화폐 채굴기 사기 사건으로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암호화폐 열풍의 또 다른 단면이었다. [신인섭 기자]

아들아, 너에게 처음으로 쓰는 편지가 되겠구나. 오늘은 엄마가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해.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평탄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너와 네 동생이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아빠의 술버릇을 피해 너희들 손을 잡고 무작정 길거리로 나왔지. 그때부터 먹고살기 위해 식당 일이든, 청소 일이든 안 해본 게 없구나. 월셋방을 전전하던 그때 엄마가 체구도 작고 몸이 약한 탓에 한번 아프면 며칠을 누워 있어야 했었지. 그러면 사정을 아는 아줌마들이 집으로 찾아와 ‘아이들 생각해서 제발 일어나 쌀이라도 사라’고 쌀값을 쥐어주곤 했다. 하루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는데 왜 우느냐고 매달리는 너희에게 ‘니들이 말을 안 들어서 그런다’며 화풀이를 했단다.
 
성인이 된 후로 집을 나간 너는 연락이 끊겼지. 동생과 먹고살아야 하니 엄마는 청소 일을 계속 했단다. 매일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네 시 반 첫차를 타고 출근해 내 키의 몇 배나 되는 진공청소기 호스를 어깨에 둘러매고 일을 해야 했지. 그런데 지난해 6월부터는 제대로 걷지를 못하겠는 거야.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고 하더구나. 이제 수술까지 하면 1년은 일을 못 하고 돈도 많이 들 텐데, 아등바등 일하고 사는 네 동생에겐 말도 못 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지.
 
지난 12일 마이닝맥스 사건 피해자 김모(61)씨가 자신의 전자지갑 화면을 보여줬다. 마이닝맥스는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이더리움이 생성되는 것처럼 꾸몄다. [신인섭 기자]

지난 12일 마이닝맥스 사건 피해자 김모(61)씨가 자신의 전자지갑 화면을 보여줬다. 마이닝맥스는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이더리움이 생성되는 것처럼 꾸몄다. [신인섭 기자]

때마침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한 아저씨 부부가 ‘몸이 아파서 어떻게 일을 하시려고 하냐’면서 이더리움 채굴기 이야기를 해주더라. 암호화폐라는 게 TV 뉴스에도 계속 나오던 거고, 앞으로 정말 잘될 거라고. 채굴기를 사 두면 이더리움이 나오는데, 그러면 한 달에 150만원은 쥘 수 있다더구나. 그 힘든 청소 일을 한 달 내내 해도 120만원 넘게 받아본 적이 없는데…. 처음엔 안 한다고 펄쩍 뛰었지. 암호화폐니, 이더리움이니 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거라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생전 십 원 한 장 허투루 써 본 적이 없으니 다단계 같은 건 더더욱 안 한다고 했지. 그런데 몸이 힘드니까 점점 그 말을 믿고 싶어 지는 거야. 채굴기만 사 두면 아플 때 쉴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 결국 마이닝맥스라는 회사에 2800만원을 넘겨주고 말았지. 10년 넘게 부어 온 내 앞으로 된 실손보험, 암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말이야. 가입은 소개해 준 아저씨 부부가 해줬고, 아이디랑 비밀번호만 종이에 적어 줬어.
 
지난해 10월에야 이 모든 게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땐 눈물도 안 나더구나. 채굴기 같은 건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어. 그때부터 주변에서 ‘치매가 일찍 왔느냐’고 물어 볼 정도로 밥도 제대로 못 삼키고 혼이 빠져 지냈지. 같이 사는 네 동생이 알아챌까 봐 방 안에서 혼자 울곤 했단다.  
 
요즘따라 집 나간 네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러다가 문득 고등학교 시절 네가 외투를 입고 등교하는 모습이 떠오르질 않는 거야. 가난 탓에 추운 겨울에 따뜻한 점퍼 하나 입혀 보내질 못 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친다. 평생 너희를 제대로 먹이고 가르치지 못한 게 한인데 이런 일에 엮였다고 하면 엄마를 사람 취급은 할까, 두려운 마음만 드는구나. 이제 돈을 갚아야 하니 뭐든 일을 해야 할 텐데 몸은 아프고…. 평생을 고생한 결과가 이런 마음의 형벌이라니, 엄마는 이제 어떡하면 좋으니.
 
(※서울 공릉동에서 만난 ‘마이닝맥스 채굴기 투자 사기 사건’ 피해자 김모(61·여)씨의 인터뷰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탐사보도팀=임장혁(팀장)·박민제·이유정 기자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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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