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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실패해도 트럼프는 북한 공격 못한다”

『화염과 분노』 저자가 보는 트럼프
화염과 분노

화염과 분노

화염과 분노
마이클 울프 지음
장경덕 옮김, 은행나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는 논란을 부른 책이다. 트럼프 백악관의 민낯을 드러냈으며 앞으로 트럼프의 행보를 예견하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이번에 한글판이 나왔다. 올해 1월 5일에 출간돼 미국 내에서 200만 부, 해외에서 100만 부가 팔린 책이다. 세계 35개국 출판사가 출간 계약을 했으며 영화화가 결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일곱 달을 다룬 『화염과 분노』는 ‘위장 잠입 취재’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베테랑 언론인인 마이클 울프(64)이다. 컬럼비아대 출신인 그는 잡지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내셔널매거진어워드를 두 번 수상했다.
 
‘위대한 전환: 트럼프 행정부의 첫 100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려고 한다고 ‘속이고’ 백악관 출입을 신청했다. 신청이 받아들여져 저자는 2017년 7월까지 백악관 웨스트윙(서쪽 별관) 로비에 상주하며 백악관 사람들을 만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실소와 찬사를 한꺼번에 받는다. 그의 언행은 미국 유권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공감과 분노를 일으킨다. 『화염과 분노』는 그를 최악의 인물로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실소와 찬사를 한꺼번에 받는다. 그의 언행은 미국 유권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공감과 분노를 일으킨다. 『화염과 분노』는 그를 최악의 인물로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자는 서문에서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곳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눈을 통해 보려고 애썼다”라고 했다. 울프는 자신이 어떤 결론을 미리 내리고 취재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열린 관점’에서 이례적인 인물인 트럼프가 어떻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지를 살피려고 했다는 것이다. ‘위대한 전환: 트럼프 행정부의 첫 100일’이 실제 책 제목이 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트럼프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저자는 11월 중간 선거 이후 트럼프가 탄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또한 트럼프가 미국 헌정사에서 일탈(aberration)에 불과하며 제2, 제3의 트럼프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유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에게 남긴 정치적 유산(legacy)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소화하기 힘든 내용과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이런 내용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트럼프는 아무것도 읽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그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취임 첫날부터 엉망진창이었다.’ ‘트럼프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독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방카는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꿈꾼다.’ ‘트럼프가 백악관 입성 이후에도 혼외정사를 하고 있다는 심증이 있다.’
 
혼외정사에 대한 울프의 심증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 여자는 트럼프에게 중요한 삶의 목표다. 이점에 대해 트럼프 자신이 매우 솔직하다. 백악관에 들어간 후에 그의 행동이 바뀌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나이브하다.
 
이 책 때문에 백악관 전 수석 전략가이자 한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과 트럼프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배넌은 미시간이나 위스콘신 등지의 분노한 백인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가 트럼프의 입에서 나오도록 기획했다. 『화염과 분노』에서 중요한 출처는 배넌이다. 이 책은 배넌이 2016년 6월에 있었던 트럼프 캠프 사람들과 러시아 사람들의 접촉을 ‘반역적’ ‘비애국적’이라고 표현했다고 인용한다. 또 배넌은 저자에게 “트럼프 탄핵 가능성이 33.3%, 사임 가능성은 33.3%, 절룩거리며 임기 말까지 갈 가능성이 33.3%”라고 말했다.
 
『화염과 분노』의 저자 마이클 울프. [사진 젠 해리스]

『화염과 분노』의 저자 마이클 울프. [사진 젠 해리스]

백악관은 이 책이 거짓말투성이 공상이다, 픽션이다, 라고 반응했다. 출판 저지까지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책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저자를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결국 저자를 고소하지 않았다. 저자는 “트럼프는 위협만 할 뿐이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출간 직후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3분의 1이 ‘책 내용이 믿을만하다’, 4분의 1이 ‘믿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한글판 출간을 맞아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독자들 또한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책 내용의 정확성을 자신하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전적으로 정확하다. 최근 백악관에서 벌어진 일들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어쩌면 실제 백악관은 내 스토리에 나오는 백악관보다 더 나쁜 상황인지도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울프의 책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트럼프에 대한 심리·성향 분석만큼은 일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5월에 북미회담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의 스타일은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울프만큼 트럼프를 심층 분석한 인물도 드물다. 어떤 회담 결과를 예상하는지 물었다. 그의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그는 “제대로 될 거라고 상상할 수 없다. 트럼프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 트럼프는 협상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만약 북한 스스로가 핵 폐기를 결정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심은 북미회담을 자신이 신문 헤드라인 기사에 나오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가 대통령직에 도전한 이유는 사익 추구다. 그의 사익은 유명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화염과 분노』를 읽으면 북미대화에 도움이 될까”라고 묻자 울프는 “내가 전해 들은 바로는 그는 이미 『화염과 분노』를 읽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북미대화가 실패한다면 트럼프가 군사행동에 나설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흥미로운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00만 년이 지나도 그럴 일 없다(not in a million years)”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전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황을 주시하는 가운데 대량의 정보를 취합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럴 능력이 전혀 없다. 그는 공격을 위협할 뿐이지 실제로는 공격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남북회담·북미회담이 성공해 트럼프·문재인·김정은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고 했더니 그는 이를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도널드 트럼프는 ‘주의집중 시간(attention span)’이 짧다. 외교는 복잡한 뉘앙스와 전략, 사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세계다. 트럼프는 그런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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