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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래리 페이지는 왜 성공했나

책 속으로
콰이어트 파워

콰이어트 파워

콰이어트 파워
수전 케인 외 2명 지음
정미나 옮김, RHK
 
소심한 아이를 둔 부모는 새 학기가 두렵다. 발표 울렁증, 거친 새 친구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미국 변호사 수전 케인(50)은 소심한 아이, 내향적인 학생의 강력한 후원자다. 자신이 바로 그런 아이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활달한 외향형(extrovert)에 비해 과묵한 내향형(introvert)이 열등한 성격으로 미국 사회에서 고착화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밝힌 2012년 저서 콰이어트로 단번에 스타 작가가 됐다. 같은 해 2월 그의 테드(TED) 강연 ‘The Power of Introverts(내향형의 힘)’는 2018년 3월 현재 1800만 뷰를 기록 중이다. 저평가에 억울해하는 내향형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내친김에 케인은 내향형의 장점을 설파하는 컨설팅 회사 ‘콰이어트 레볼루션’을 차려 내향형의 역습을 운동화하고 있다. 그가 2016년에 출간한 청소년을 위한 콰이어트 파워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케인을 전화 인터뷰했다.
 
책을 보니, 미국 학교에서도 외향적인 학생이 더 인정받는 것 같다.
“미국 학교는 확실히 외향적인 아이들에게 편하게 돼 있다. 수업 시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성적을 주다 보니, 문제의 답을 몰라도 손들어 뭔가를 발표하면 이득을 본다. 내향형 아이들이 자주 더 좋은 점수를 받는데도 선생들은 외향형 아이들이 낫다고 여긴다.”
 
그런 현실을 바꿀 방법은 있나.
“아이의 어떤 행동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손드는 것뿐 아니라 배운 내용에 아이가 실제로 얼마나 자신을 결부시키는지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콰이어트 파워』의 저자 케인. 내성적인 청소년을 응원했다. [사진 David Hartley/REX/Shutterstock ]

『콰이어트 파워』의 저자 케인. 내성적인 청소년을 응원했다. [사진 David Hartley/REX/Shutterstock ]

케인은 수업시간에 발표를 꺼리는 내향형 아이를 돕는 방법으로 ‘TPS(Think-Pair-Share)’ 토론을 권했다. ‘생각하기-짝과 토론-발표하기’쯤의 의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공부한다고 치자. 먼저 그에 대해 각자 조용히 생각하도록 한 다음 두 명씩 짝지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게 한다. 마지막 단계로 각 쌍의 생각을 반 전체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자기 짝에게 한 번 얘기한 내용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발표할 수 있다.” 
 
케인은 “내향형과 외향형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라고 말했다. 두뇌의 신경 시스템이 다르다는 얘기다.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한 내향형은 한꺼번에 많은 일이 벌어지면 과하다고 느끼고 압도당한다. 반면 외향형은 시끄럽거나 붐비는 환경을 편안하다고 느낀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수전 케인의 내향형-외향형 측정표

수전 케인의 내향형-외향형 측정표

노력으로 내향형 성격을 바꿀 수는 없나.
“외향형 ‘기술(skill)’을 습득할 수는 있다. 성격 자체를 바꾸는 건 다른 문제다. ”
 
내향형-외향형 성격 구분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1875~1961)이 고안했다. 그에 따르면 완전 내향형이나 완전 외향형은 없다. 어느 정도씩 섞여 있거나 양극단의 중간쯤인 양향형(ambivert)도 있다. 내향형이라면서 대중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이유다.
 
외향형이 사회에서도 성공하지 않나.
“그보다는 외향형이 성공하기 쉬운 문화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MS의 빌 게이츠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를 포함해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CEO가 내향형이다.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성공 요인이 과연 맞는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정도다. 그들은 내향적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게 아니라 내향적이어서 성공한 거다.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는 문제를 맞닥뜨리면 차분하고 깊이 있게 해법을 생각하거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책들을 빠짐없이 읽는다고. 그런 내향적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는 거다.”
 
내향형 아이를 둔 부모에게 조언한다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또 그런 사실을 아이가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 내향적인 아이를 너무 밀어붙이면 아이의 자신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아이가 수영 배우기를 겁낼 때, 수영이 아주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네가 지금 느끼는 걸 나도 알아, 우리는 지금 수영장에 같이 들어갈 거야, 한 번에 10분씩, 이런 식으로 차츰차츰 접근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 때문에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내향적인 학생은 마음속에서 평정(equilibrium)을 느낄 때 최상의 결과를 낸다. 신경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 그러려면 조용한 휴식 시간을 갖는 수밖에 없다. 매시간 5분씩 걷는다거나 요가를 한다거나. 그런 걸 하는 시간에 공부를 안 한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자신의 성공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야 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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