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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와의 독백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것 같다. 양적 완화의 효과이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누군가는 디지털 경제의 진전으로 물가상승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2007년 서브프라임이 터진 후 10여년이 지났다. 당시 주택담보 대출을 대출자도 확인하지 않고 대출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죽은 사람에게 대출이 나가는 말도 안 되는 일도 발생하였다는 소문도 들었다. 파생상품의 발달은 새로운 증권상품으로 만들어져 버블을 더욱 키워갔다. 미국에서 발생한 버블이 꺼지자 전 세계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2008년 이후 5년 동안은 경제 불안이 지속하는 과정에 유럽 위기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오래 갔다. 잠시 잘 나가던 신흥국의 경제는 구조조정 지연으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세계 경제 성장을 억눌렀다. 그런 와중에 아이러니하게 미국 경제는 살아났다. 미국 3대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나는 몸을 따뜻하게 할 겸 욕조에 들어서서 거품 목욕을 하였다. 심하게 거품을 만들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오늘 밤은 성찰의 깊은 밤이다.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과정이 요즘 따라 힘들다. 처방을 받은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잘 수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주절대며 혼잣말을 한다.

 
“세계에서 부는 암호화폐 바람. 그게 내가 만든 꿈이었나. 실리콘밸리 IT 업무 종사자들도 돈벌이로 가상화폐를 만든다고 하지. 중국도, 일본도, 한국도, 베트남도. 유럽도….”

 
한쪽에서 규제를 하면 다른 쪽으로 원정을 가서 비트코인을 거래한다. 시장이 분리되어 있으니 비트코인 가격은 저마다 다르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세상에. 월가에서 사용하던 기법들이 비트코인에 다 적용되고 있어. 레버리지 투자, 선물에, 공매도에. 조정을 받으면서 몇만 달러를 벌었다는 이야기에서 깡통 찬다는 이야기까지. 끝을 알 수 없는 미로로 가는 것은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인가?”

 
그러면서 몇 년 전 발생한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일어난 한 여인의 사망사건을 떠올렸다. 비트코인 거래소 20대 여성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싱가포르 자택에서 비트코인 거래소 퍼스트메타 대표 어텀 래드키는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독극물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으로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체들은 자살로 추정하였다.

 
어두운 밤. 땅거미가 진 거리에서 복면을 한 채 한 사내가 나타난다. 그는 검은 튤립이라고 쓴 옷을 입은 채 어텀 래드키의 집을 습격한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마시다 만 주스에 독극물을 넣는다. 그리고 몰래 빠져나온다. 버블 속에서 릭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비웃듯 내게 말했다.

 
“이봐. 빌. 넌 아직도 나의 절친한 친구야. 사토시 나카모토. 네 이름은 영원히 남을 거야. 그게 존엄의 이름으로든. 조롱의 이름으로든. 나는 우리 어머니 집을 찾았고 큰 성을 지을 거야. 세상 땅을 다 차지할 만큼 큰 구중궁궐을 말이야. 바닷가가 보이는 집에서 린다와 아니타를 능가하는 미모의 여성들을 거느리며 떵떵거리며 살 거야. 너도 충분한 부를 누릴 거야. 거품이 꺼지기 전에 작전명령 비트코인을 네게 내린다. 개시.”



“릭. 안 돼. 너는 이미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어. 우리의 기술로 우리를 추종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코인을 만들고 있어. 그런 알트코인의 옥석이 가려지겠지만, 우리의 최초 순수성은 기억해줘.”

 
“순수성. 너 그런 바보 같은 놈이었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빌. 네게 그런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주마.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남자라고 욕을 해도 돼. 그 순수성을 개에게나 주렴.”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마구 샀듯이 비트코인에 올인하려 있는 돈 없는 돈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이 잘못 되거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떻게 해.”

 
“내 알 봐 아니지. 내가 시켰니? 인간이란 원래 그런 종자야. 인류의 역사를 봐. 광풍의 물결은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있었어. 뉴턴도 예측 못 한 인간의 광기를 나보고 해결하라고? 너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월가에서 살아남았니? 너 쫓겨났지? 나는 네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래소 해킹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정신을 놓고 있어. 훗날 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한 시대의 사기극으로 기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여보세요. 친구여. 미래에 살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세요. 속고 속이는 게 세상이야. 그리고 나는 속이지도 않았어. 현실은 냉혹한 거야. 우리 어머니가 잃은 집. 그때 총을 대동한 놈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나는 돈으로 복수할 거야. 내 돈을 정부가 규제한다고.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소리. 돌멩이도 돈인 시절이 있었어. 우리의 기술에 사람들이 신뢰를 보이는데 그들이 믿으며 투자하는 건데 넌 뭐가 두렵다는 거야.”



“일본 도쿄 소재 마운트콕스는 4억 달러가 사라져 문을 닫았잖아. 많은 사람이 도탄에 빠졌어. 한국에서도 해킹 세력이 있고. 너 그들과 연관된 것은 아니니. 캐나다의 한 은행도 해커에게 당했던데…….”

 
“하하. 웃기는 놈. 세계 최대 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잇따라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이제 우리의 비트코인은 점점 제도권으로 돌입하고 있어. 어쩌면 우리는 역사상 최대 거품을 만들 수도 있어. 네가 그걸 거품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어. 욕조의 거품 맛이 어때. 맥주도 한 캔 마셔라. 맥주 거품 좋잖아. 시켜줄까.”

 
“릭, 비트코인은 이제 감정적인 상품이 되었고 특별한 근거 없이 가격이 움직이고 있어. 알아. 비트코인이 지금보다 유명해질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내가 바라던 세상은 아니야.”

 
“빌. 더는 너랑 말을 못하겠다. 이 정도에서 사라져 주마. 안녕.”

 
버블 속의 릭은 그렇게 버블처럼 꺼졌다. 나는 더욱 겁이 났다. 가상화폐 거품이 꺼져 비트코인이 향후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두려웠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잃었다고 내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비트코인을 향해 갈팡질팡하는 세계 각국 정부의 모습에 릭은 비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 그게 그의 목적이었다면 말이다. 누군가는 비트코인 선물 도입 결정을 “자살행위”라고 비난하며 “자칫 전체 경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생각해 보면 월가는 비트코인에 적대적이었다. 그러다 우호적인 태도로 바뀌자 선물거래를 반대하는 측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 위험성을 강조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그 광고를 통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측에 비트코인 선물거래 승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것은 내가 주범으로서 만든 결과이다. 거래소에서 해킹이 일어날 때마다 비트코인 손실이 일어난다. 보안이 잘된 콜드지갑에 보관된 것은 무사하다.

 
목욕을 마친 후 버블의 역사를 읽고 있다. 고전 경제 세계 3대 버블이라고 하면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영국의 남해회사 버블, 그리고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이다. 그중 미시시피 버블을 일으킨 사람은 바로 ‘존 로(John Law)’라는 스코틀랜드 경제학자였다. 그는 금세공자 집안에서 태어나 14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까지 집안 사업에 참여해 은행업을 배웠다. 이후 런던에서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날렸다. 런던의 한 광장에서 결투를 벌이다 사람을 죽이고 살인혐의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후 존로는 감옥에서 탈출하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도망친다. 암스테르담에서 무역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 그는 자신의 고향인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마침 스코틀랜드와 영국이 통합하자 그는 다시 범죄자 신분이 될 것을 두려워해 프랑스로 도망간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왔다 갔다 하면서 금융업에 종사한다. 존로는 당시 경제난에 빠진 프랑스에 중앙은행과 국가회사를 설립하자는 주장을 한다. 프랑스 국가의 어마무지한 독점시스템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당시 빚에 허덕이는 프랑스는 존로의 주장이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중앙은행과 국영회사를 만들어 발생하는 이윤으로 빚을 청산한다. 존로는 프랑스 금융 책임자로 임명된다. 금융 책임자로 임명되어서 가장 먼저 일반은행을 설립하여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존로가 건립한 일반은행은 단순한 개인은행이 아닌 정부의 어음과 정부가 인정한 은행의 3/4으로 이루어진 대형은행이다. 존로는 서인도와 북아메리카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가진 미시시피회사를 가지게 된다. 존로가 건립한 일반은행이 왕립은행으로 되면서 미시시피회사를 통해 프랑스 동인도회사, 프랑스 중국회사, 서방회사를 모두 흡수하게 되면서 모든 해상의 상업적 권리를 독점하게 된다. 이후 미시시피회사에 대한 투기 열풍이 불면서 당시 프랑스는 인플레이션으로 사회가 마비된다. 백성은 고통을 받는다. 미시시피회사는 정부회사로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은 정부의 부채나 다름없었고 존로가 추진하던 종이화폐에 대한 유통 역시 성공을 거둔다. 미시시피회사의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주식은 계속적으로 올랐다. 당연히 프랑스정부의 재정은 계속해서 돈이 들어왔다. 프랑스는 채무로 인한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존로 같은 인간이 되기 싫어. 존로는 루이지애나 경제 가치를 과장해서 투자를 더욱 끌어들여 주당 500리브 하던 주식을 1만8000리브까지 오르게 했어. 그런 존로를 비난할 자격이 내게 있나? 나도 똑같은 인물이 되는 것 아냐. 미시시피회사가 개발하려는 땅을 실제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 어쩌면 실체도 모르고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들 아닐까.”

 
당시 미시시피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들이 루이지애나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주식가격은 급락했다. 결국 시가총액의 97%까지 하락하면서 존로는 프랑스에서 쫓겨나 유럽을 배회하며 도박을 하다 가난에 시달리며 폐렴으로 사망하게 된다. 나는 그런 인간이 되기 싫었다. 존로와 같은 사기꾼을 금융 책임자로 임명해 미시시피회사를 통해 사기를 친 거다.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들은 곡소리를 낸다. 프랑스 정부 역시 경제 대붕괴를 경험한다. 어떠한 투자처이든 버블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주식시장, 채권시장, 부동산시장, 상품시장, 그 외 다양한 투자처에서 버블은 어느 순간 만들어졌다가 사라진다. 돈의 흐름 속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당한 버블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심각한 버블은 붕괴를 만들고 그에 따른 충격이 뒤를 잇는다. 그 충격은 단순히 버블에 투자한 투자자에게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남긴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새끼를 낳았다. 비트코인 생태계 참여자들 간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면 새로운 새끼 암호 화폐가 떨어져 나온다. 비트코인 캐시도 생겼고 비트코인 골드도 생겼다. 전문용어로 새끼를 낳는 것을 하드 포크(hard fork)라 한다. 하드포크는 신뢰가 깨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래서 악재다. 그런데 비트코인 캐시가 하드포크 된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올랐다. 투자자에겐 비트코인 캐시가 덤으로 생겼다. 하드포크가 일종의 ‘암호 화폐 배당(crypto dividend)’으로 여겨졌다. 이제 가격은 무서울 정도로 움직인다. 한국에서 하드포크 관련 소란 기사가 있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이라는 새로운 화폐가 생겨날 예정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사기를 친다.

하드포크 개념도; 블록체인의 분기

하드포크 개념도; 블록체인의 분기

 
그는 트위터에 “기술적 오류로 비트코인 플래티넘 하드포크를 연기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드포크 직전에 배당받으려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갔다. 그는 하드포크 연기와 관련한 사기 글을 올린 후 공매도를 했다. 하드포크 연기로 가격을 떨어뜨려 돈을 번 것이다. 그는 고등학생이었다. 항의하는 투자자들에게 태연히 말했다.

 
“이런 데 투자한 사람들이 잘못이지,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

 
투자자들은 화가 났고 그는 살해 위협을 당했다. 결국 경찰이 나서서 그의 신변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며 나는 슬퍼서 울음이 나왔다. 도대체 사람들은 돈이 된다면 돌이라도 먹을 태세였다. 혼자만의 독백을 하며 잠을 자고 싶어 했다. 약을 먹었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버블은 현명한 이가 마음먹는다고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집단 심리가 반영되기에 버블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이 과정에서 버블을 토대로 한 파생상품들과 레버리지들이 커간다. 버블이 붕괴될 때 사람들도 국가도 세계도 모두 피해를 받는다. 버블은 어쩌면 사형선고를 받아야 할 악마이다.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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