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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권력 분산 개헌 하되, 국회가 중심에 서라

 
자유한국당이 어제 6월 국회서 여야 합의 개헌안을 발의하자는 개헌 로드맵을 내놨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당이 개략적이나마 개헌안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 많이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마침 문희상 의원·유인태 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원로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에 반대하고 국회 주도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마당이다.
 
나라의 최상위 법규인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각 정당이 합의, 처리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여소야대 정국서 성공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정부의 독자적 개헌안 발의를 시도하는 건 일단 국회 압박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개헌이 무산될 것으로 판단하고 그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개헌 논의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는 야당, 특히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야당은 1년 넘게 지방선거 유불리만 따지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 시한을 정해 놓아선 안 된다는 야당 주장은 원론적으론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그런 만큼 한국당의 개헌일정 발표로 국회 개헌 논의는 한 걸음 나가게 됐다. 각 당은 이제 좀 더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끝없는 추락은 견제 없는 권력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폐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것 역시 맥락이 같다. 역대 대통령 전원이 비극의 대열에 서고 있다. 한국형 대통령제에 분명한 결함이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때 “제왕적 대통령제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고 삼권 분립 속에 협치를 도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발의하겠다는 정부 개헌 초안을 보면 대통령의 막강 권한에 대한 견제장치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껏해야 감사원 독립성 강화와 대법관 제청권 축소, 국회 예산심사권 강화 정도가 전부다.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 제한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개헌의 형식과 내용 모두에 문제가 있는데도 청와대는 정부 개헌안 발의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여야가 개헌안을 합의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일이 아니다. 개헌은 국회 협조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 지금 모든 야당이 대통령 주도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아예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예정대로 21일 개헌안을 제출하고 국회서 부결되면 정국은 급속하게 냉각되고 개헌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개헌 동력을 되살리는 건 어렵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도 힘들어진다. 마침 한국당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한 만큼 여야가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게 정도다. 대통령 주도의 일방적 개헌안 발의는 우리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으며 마냥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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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