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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내가 밥 딜런을 좋아하는 이유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영문학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영문학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논쟁을 비웃듯 미국에서의 밥 딜런 연구는 이제 하나의 학문, “딜런학(Dylanology)”이 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수많은 딜런 연구서들과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깨알 같은 글씨의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밥 딜런 백과사전』까지 나와 있다. 딜런은 대중문화를 자본과 지배이데올로기의 ‘시녀’라는 오명으로부터 구해냈고, 대중문화에 숭고성(崇高性)을 부여한 예외적 예술가이다. 딜런 덕분에 대중은 엄숙주의에서 해방되어 흥얼거리고 건들거리면서도 얼마든지 인생의 의미와 전쟁의 광기와 신의 존재에 대해 묵상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밥 딜런의 음악을 처음 듣고 깊이 매혹당했던 이유는, 잘 들리지 않던 가사 때문도, 멜로디 때문도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어떤 ‘자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그것은 규범을 넘어서는 힘이었으며, 통념을 조롱하는 해방의 팡파르였다. 그의 목소리는 가짜 권위, 위선과 거짓을 단번에 교란시키면서 모두가 꿈꾸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을 호출하고 있었다. 그의 노래가 불러내는 ‘저 너머’의 세계는,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유토피아 욕망을 자극한다. 그에게 있어서 노래는 “개인교사였고, 현실에 대한 변화된 의식으로 인도하는 가이드였으며, 어떤 다른 공화국, 즉 해방된 공화국이었다.”(밥 딜런)
 
60년대에 (포크음악을 통해) 저항의 아이콘으로 추앙을 받던 그가 어쿠스틱 기타를 버리고 일렉트릭을 집어 들었을 때 수많은 포크 애호가들이 그의 ‘배신’에 분노했다. 그가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반에 걸쳐 가스펠 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예수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이제 70후반이 된 그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길거리의 평론가’였고, 예수쟁이라 비판을 받기 훨씬 이전부터 그 이후까지 단 한 번도 신에 대한 사유를 중단한 적이 없었다. 그는 ‘거리의 이데올로기’를 포크라는 단일한 형식에 가두기를 원치 않았을 뿐이며, 모든 사유의 끝장은 결국 신에 대한 사유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밥 딜런

밥 딜런

1961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그의 노래 가사를 모은 『밥 딜런 가사집』은 거의 700페이지에 이른다. 그는 이 모든 노래의 가사를 썼을 뿐만 아니라 곡을 붙였고 음반으로 제작했으며, 최근까지 연평균 100회에 이르는 월드 투어 콘서트에서 그것들을 불러왔다. 양적 성취만으로도 그의 생산력은 어마어마하다. 그의 음악 창고는 성경을 위시하여 고골리, 발자크, 모파상, 위고, 디킨스, 마키아벨리, 단테, 루소, 오비드, 바이런, 쉘리, 블레이크, 롱펠로, 포우, 프로이트, 밀턴,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에드거 버로우즈, 셰익스피어, 로크 쇼트, 쥘 베른, H. G. 웰즈, 로버트 그레이브스, 알렌 긴즈버그, 케루악, 잭 런던, 로버트 스티븐스, 스콧 피츠제럴드, 헨리 롤린스 등의 사상과 철학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이 무수한 사상과 언어의 창고에서 자신의 철학과 노래와 가사들을 끌어올린다. 그는 이 모든 과거의 언어들을 다시 뜨개질했으며, 그것들을 자기 시대, 자신의 언어로 변형시켰다.
 
내가 밥 딜런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사회 비판뿐만 아니라 뿌리 깊은 자성(自省)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밖을 향한 그의 예리한 칼날은 항상 같은 강도로 그의 내면을 향해 있다. ‘나는 꿈속에서 성 오거스틴을 보았네’라는 노래에서 그는 “그 잘난 세상의 왕과 여왕들에게” “슬픈 불평”을 날리지만, 동시에 자신을 “성 오거스틴을 죽인 자들 중의 한 명”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자신에게 분노하여 잠에서 깨어나며 “외로이 고개를 숙이고 운다.” 비판은 아픈 자성을 동반할 때 진정성을 얻는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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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