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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맨 '찰칵' 불길 속으로 '휙'…우리 동네 슈퍼 히어로들

바바리맨 검거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배모(사진 가운데)양이 표창장을 받았다. [사진 안성경찰서]

바바리맨 검거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배모(사진 가운데)양이 표창장을 받았다. [사진 안성경찰서]



50대 바바리맨 검거의 결정적 '원 샷'
 
지난 7일 오후 6시 30분쯤 경기도 안성시 장기로 낙원역사공원.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던 배모(17)양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공원 내 공중화장실 인근에서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자신의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채 서성이고 있는 것을 목격해서다. 
 
이 공원은 안성1동 주민센터와 직선거리로 50m도 떨어지지 않은 도심지에 있다. 영조 4년(1728)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조선후기 문신 오명항(1673~1728) 송공비도 세워져 있을 정도로 평소 시민의 왕래가 잦다.
이런 곳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음란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일반적인 바바리맨 이미지. 본 기사 내용 속 피의자와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일반적인 바바리맨 이미지. 본 기사 내용 속 피의자와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하지만 배양은 침착했다. 우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112신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50대 추정 남성은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배양은 얼른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이 남성의 모습을 찍었다. 신고내용을 전파받은 지구대 순찰대원들이 5분도 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 남성은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다.
경기도 안성 낙원역사공원. [사진 안성시]

경기도 안성 낙원역사공원. [사진 안성시]

 
배양에게 사진을 건네받은 경찰은 이 남성이 며칠 전 지구대 관내에서 음주 소란을 피운 박모(55)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상 정보는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동료 대원들에게 신속히 전달됐다. 서인동의 한 병원 방면으로 도주 중인 박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신고 15분 만이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검거에 결정적 도움을 준 배양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윤치원 안성경찰서장은 “평범한 여학생이라 많이 놀랐을 텐데 침착하게 대응해줘 피의자를 특정하고 검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연음란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시흥시 매화동주민센터 공무원이 화재가 난 불속으로 뛰어들어 90대 노인을 구했다. 사진은 당시 불에 탄 주택 모습. [사진 시흥소방서]

시흥시 매화동주민센터 공무원이 화재가 난 불속으로 뛰어들어 90대 노인을 구했다. 사진은 당시 불에 탄 주택 모습. [사진 시흥소방서]

 
“어, 저기 박 할아버님 댁인데…”
 
지난 13일 낮 12시쯤 경기도 시흥시 도창동. 출장 차량으로 이동 중이던 매화동주민센터 유명진(51·7급) 주무관은 주택가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곤 마음이 다급해졌다. ‘혹시 박모(96) 할아버님댁 아닌가’ 유 주무관은 황급히 방향을 틀어 불이 난 곳으로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은 현실이 됐다. 입구 쪽인 주방이 활활 타고 있었다. 박 할아버지는 워낙 고령에 거동이 불편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낼 정도라고 한다. 박 할아버님의 부인(78)은 겉옷도 입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대피한 뒤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당시 유 주무관과 함께 출장길에 나섰던 이인주(8급) 주무관이 할머니를 안심시키는 사이 유 주무관은 집 안으로 진입할 만한 곳을 찾았다.     
불속에서 90대 노인을 구한 공무원을 칭찬하는 과거 글. [자료 시흥시홈페이지 캡처]

불속에서 90대 노인을 구한 공무원을 칭찬하는 과거 글. [자료 시흥시홈페이지 캡처]

 
박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었지만 200㎡의 집에 박 할아버지 내외만 쓸쓸히 지내다 보니 동 주민센터에서 일주일에 3회 정도 반찬을 제공해왔다. 화재현장에 도착한 유 주무관이 박 할아버지네 반찬 배달을 맡았다. 이런 인연에 할아버지의 현재 상태와 집안 구조가 훤했다.
 
집 뒤쪽으로 난 창문을 깨고 진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그는 불길이 솟은 주방 쪽으로  간 뒤 자세를 낮춰 안방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안방에 있던 박 할아버지를 이불로 싼 채 업고 밖으로 필사적으로 대피했다. 이어 도착한 소방대에 의해 불길은 30분 만에 모두 잡혔다. 
마블 최초로 흑인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중앙포토]

마블 최초로 흑인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중앙포토]

 

유 주무관은 16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말을 아낀 뒤 또다시 출장길에 올랐다. 시흥시청 인터넷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과거에도 유 주무관을 칭찬하는 시민들의 글이 여러개  올라와 있다.
 
잔잔하지만 큰 울림 주는 동네 영웅
 
이달 초 광명의 한 도로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택시 밑에 깔린 대학생을 구조한 시민도, 지난 1월 전북 전주시에서 교통사고로 불길에 휩싸인 차량에 뛰어들어 운전자를 구한 이중근(61)씨도 모두 우리 동네 영웅이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이런 시민 영웅들의 활약상은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준다. 
 
오수생 동원대(복지학부) 교수는 “의인들이 만들어 낸 소중한 하나하나의 일화가 모여 세상을 보다 밝게, 살맛 나게 만드는 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시흥=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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