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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툭하면 발묶이는 제주, 해저 KTX터널이 과연 답일까?

 
 
도버해협을 가로질러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유로터널. 1994년 개통했다. [사진 유로터널]

도버해협을 가로질러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유로터널. 1994년 개통했다. [사진 유로터널]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겨울철에 눈과 강풍 탓에 큰 고초를 겪은 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제주도가 빠지지 않을 겁니다. 폭설에 강풍이 겹치면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인 항공의 발이 묶여 많은 관광객이 공항에서 노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오로지 항공기와 배로만 연결되는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상 별다른 대안도 없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제주 해저터널 거론  
 이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오르내리는 방안이 '목포~제주 해저 KTX 터널'입니다. 호남선 KTX의 종착역인 목포에서 제주까지 167㎞ 구간을 터널과 다리로 연결해 고속열차가 다니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러면 항공기와 배가 뜨기 어려운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육지와 제주를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1월 초 제주공항은 폭설로 인해 운항에 큰 차질을 빚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초 제주공항은 폭설로 인해 운항에 큰 차질을 빚었다. [연합뉴스]

 
 이 계획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목포에서 해남까지 66㎞ 구간은 지상 철도로, 해남에서 보길도는 28㎞ 길이의 교량, 그리고 보길도에서 제주도까지는 73㎞ 길이의 해저터널로 연결하게 됩니다. 
 
 현재 예상 공사비는 17조원가량이며 공사 기간은 10년이 조금 넘습니다. 열차운행속도는 KTX와 같은 시속 300㎞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터널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약 2시간 30분, 목포에서 제주도까지는 40분 정도에 주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남지역에서 특히 이 터널에 관심이 높습니다. 2007년 박준영 당시 전남도지사가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공동으로 정부에 "해저터널을 국책사업에 포함해달라"고 제안했었고요. 2016년에는 이낙연 당시 전남도지사가 대통령 주재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이 계획을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건의도 했습니다. 
 
 또 외부 기관에 타당성 용역조사도 맡겼는데요. 육지와 제주의 안정적인 연결과 함께 추자도, 보길도 등 전남도 내 관광 자원의 개발과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한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비싼 요금, 수요 제대로 나올지 우려 
 하지만 전문가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우선 수요가 제대로 나올지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평소 기상 상황이 좋을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행시간이 한 시간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KTX가 소요 시간 면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요금도 문제입니다. 현재 계획대로 해저터널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민자사업자는 터널 통행료를 받아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데요. 투자비 규모가 큰 만큼 통행료도 상당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순수 민자사업으로 150억 달러(약 18조 5000억원)를 투입해 건설된 영국~프랑스 사이 유로터널(Euro Tunnel·1994년 개통)은 투자비를 통행료로 회수하고 있기 때문에 통행료가 비쌉니다. 그 수준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2013년 유럽연합(EU)이 통행료 인하를 공식 요구하는 상황까지 생겼는데요. 승객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데다 비싼 요금 탓에 이용률도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유로터널은 막대한 금융비용 등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1988년 개통한 일본의 세이칸터널(혼슈~홋카이도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참고로 유로터널의 공식명칭은 '채널터널(Channel Tunnel)'입니다. 
 
1998년 개통된 세이칸터널은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오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다. [중앙포토]

1998년 개통된 세이칸터널은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오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다. [중앙포토]

 현재 목포~서울 간 KTX 요금은 일반실 편도 기준으로 5만 8000원가량입니다. 여기에 터널 통행료까지 더해진다면 요금은 훨씬 더 오를 텐데요. 반면 서울~제주 간 항공 요금은 시간대와 할인 여부에 따라 3만원 대에도 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저비용 항공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덕분인데요. KTX가 소요시간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 면에서 그리 우월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2012년 정부의 타당성 용역 결과,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가 0.71~0.78로 기준치인 1에 못 미치게 나온 것도 이러한 상황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현재 추정 사업비는 17조원가량이지만  본격적인 해저 지질 조사 등을 거치다 보면 사업비 규모가 더 늘어날 여지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민자사업자에게 노선 주변의 관광지 개발권 등의 반대급부를 준다면 통행료 수준을 낮출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특혜 시비와 환경 훼손 논란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실제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최장 해저터널, 안전성은? 

 수요와 요금 문제 못지않게 큰 숙제가 안전입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바다 밑으로 지나는 해저구간만 73㎞로 세계에서 가장 깁니다. 영불해협을 가로지르는 유로터널은 총 길이는 50㎞지만 순수 해저구간은 38㎞ 정도이고, 세이칸 터널도 54㎞ 구간 중 해저구간은 23㎞에 불과합니다. 해저구간 길이로만 따지면 목포~제주 해저터널이 유로터널과 세이칸터널의 2~3배에 달하는 셈인데요. 
 
2008년 9월 발생한 유로터널 내 화재사고로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중앙포토]

2008년 9월 발생한 유로터널 내 화재사고로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중앙포토]

 통상 해저터널은 육상에 건설된 터널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얘기합니다. 육상터널은 만일의 경우 중간마다 설치된 비상대피구를 통해 밖으로 나갈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해저터널은 특성상 중간에 물 밖으로 나가는 탈출구를 달리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내부에 비상 대피로를 만들기는 하지만 결국은 터널 양 끝으로 빠져나가야만 하는데요. 만에 하나 대형 화재 등이 발생할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유로터널에서는 1996년과 2008년, 2012년, 그리고 2015년에 화재사고가 발생해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특히 2008년에는 인화성이 강한 페놀을 실은 트럭에서 불이 나 많은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유로터널에선 고속열차인 유로스타와 셔틀열차인 르셔틀이 운행하고 있는데  르셔틀엔 자가용이나 트럭을 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철도도 기상 조건이 심하게 악화될 경우 제대로 운행을 못할 수 있습니다. 항상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제주도는 "신공항 건설이 우선"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이 제주 신공항 계획입니다. 현재 제주 성산 지역에 제 2 공항을 짓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지역주민 반발로 어려움은 있지만, 계획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제주도는 기존 제주공항을 포함해 두 개의 공항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두 공항 모두 폐쇄될 정도의 상황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여객 수송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2 공항의 추진과 운영 상황, 효과를 본 뒤 해저터널을 논의해도 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둘 다 동시에 추진할 경우 자칫 과잉 또는 중복 투자 논란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제주도도 현재는 제 2 공항에 우선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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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도 해저터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부정적입니다. 민자사업비와 사용료, 안전문제 등 여러 숙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 그리고 육지와 제주의 안정적인 연결은 그 자체로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기된 문제들을 하나하나 정교하게 검토하고 예상 효과를 따져본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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