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뉴스분석/재정투입 일자리정책, 국책연구기관 등 비판에도 역대 정부 추진하다 모두 실패

지난 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정을 투입하는 식의 청년실업대책은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KDI는 "채용과 고용유지장려금 사업은 사업체의 반복참여와 같은 형식으로 흘러 청년고용대책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고 꼬집었다. 한시적인 임금보전 방식으로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KDI, 재정 투입 일자리 정책 위험성 지적했지만
일주일 만에 정부 돈 뿌리기 청년 실업대책 내놔

단기 성과 위주 재정투입 일자리 창출은 부작용

정부, 정규직 과보호와 임금격차 인식하면서도
이를 바로잡을 구조개혁 방안은 안 내놔

OECD, "노동개혁으로 근원적 대책 수립" 권고

정부가 15일 내놓은 청년실업대책은 3~4년 동안 청년고용장려금과 같은 각종 재정투입 정책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한시적인 임금보전 방식이다. 불과 일주일 전에 나온 KDI의 권고와 딴판이다.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재정투입을 통한 일자리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역대 모든 정부에서 나왔다. 그러나 무시되기 일쑤였다. 단기 성과라도 내고 싶은 정부의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대신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같은 중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은 노동계 반발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 막혀 번번이 접었다.
 
2014년에는 '정부가 예산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 오히려 고용률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KDI가 낸 '고용률 제고를 위한 일자리 사업 방향의 모색'이라는 보고서다. 당시 일자리 예산은 11조8000억원이었다. 고용장려금과 같은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에 투입된 돈이 67.3%였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직접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는 예산은 12.5%에 불과했다. 한국과 비교해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대부분 국가가 직업능력개발이나 일자리 미스매칭을 바로잡고, 고용알선과 같은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예산을 썼다. 당시 김용성 KDI 선임연구위원은 "직접 일자리 창출사업은 단기적으로는 고용률을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KDI는 2012년에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비단 국책연구기관만 재정을 쏟아붓는 방식의 일자리 대책을 비판한 건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5년 "한 명 취업시키는데 1565만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며 "고용촉진지원금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고용촉진지원금 참여기업이 늘어나도 지원금을 받았다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한다는 실태까지 꼬집었다. 실제로 당시 고용촉진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은 2012년 3529개에서 2014년엔 1만6900개로 늘었다. 그러나 지원한 사업체 가운데 25.6%가 폐업하거나 업종전환을 했다. 기업이 사라지니 일자리도 없어졌다. 단기 고용부양책의 폐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에도 청년인턴 채용을 위한 예산 투입을 비판했다. 당시 정부는 3만2000여 명의 청년 인턴을 채용하려 돈을 쏟아부었다. 이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6개월 이상 고용이 유지된 사람은 38%인 1만2000명에 뿐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결과적으로 1만2000명을 6개월 동안 고용토록 하는 데 1933억8000만원을 썼다"고 꼬집었다.
 
국책연구기관과 국회 등의 거듭된 경고에도 정부는 재정 투입형 일자리 만들기에 몰입했다. 결과는 뻔했다. 번번이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8조91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노무현 정부 직전인 2002년 7%에서 2006년 7.9%로 오히려 높아졌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연평균 4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2008년 1조8000억원을 일자리에 배정하고, 이듬해 4조5489억원, 2012년 10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매년 늘렸지만 청년실업률은 2008년 7.2%에서 7.5%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7조5000억원을 일자리에 풀었지만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그 해 9.8%를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9%로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기존 예산 17조원에다 11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까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결과치고는 초라하다.
 
재정 투입형 일자리 만들기가 실패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예산이 끊기면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적, 저임금 일자리만 늘게 된다. 단기 성과 이외에는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OECD도 정부가 돈을 직접 지원해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경계한다. 대신 노동시장의 구조개혁과 고용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을 짠다. OECD는 한국에도 비슷한 권고를 여러 차례 했다. 2016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노동개혁을 통한 고용시장 격차 해소와 같은 근본 처방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2015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으로 고용시장의 이중구조를 바로잡을 기회를 잡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타파를 위해 고용유연성을 확대해 경기 둔화 시 기업이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비용을 줄이도록 하고, 인건비 격차를 줄여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유인을 감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정규직 근로자는 노동법과 법원의 결정, 기업 관행, 사회적 관습, 노조 활동의 결과 등으로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년실업을 잡을 수 없고, 고용시장도 활력을 잃는다는 말이다.
 
이런 권고는 한국에서 무시됐다. 이러다 보니 OECD 회원국 가운데 다른 나라는 지난 4년 동안 청년실업률이 떨어지는데 한국만 상승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년실업대책을 발표하면서 정규직 과보호와 임금격차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런데 정책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내놨다. 진단과 처방이 동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청년실업률을 낮추려면 진단에 걸맞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같은 고용시장 활력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