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DWSN'... 휠체어컬링 '큰 형님' 정승원의 빅샷 이끈 암호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영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선보인 정승원의 루틴 카드. 강릉=김지한 기자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영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선보인 정승원의 루틴 카드. 강릉=김지한 기자

15일 강릉컬링센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한국-영국 경기가 7엔드까지 4-4로 팽팽하게 맞서 치러졌다. 스톤이 양 팀 다 3개씩 남은 가운데서 영국의 스톤 2개가 하우스 내에 포진하고, 그 앞에 스톤 2개가 가드를 세운 상황. 한국엔 불리했다.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정승원이 투구한 스톤을 바라보고 있다. [강릉=뉴스1]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정승원이 투구한 스톤을 바라보고 있다. [강릉=뉴스1]

한국대표팀 최고참이자 '서드' 정승원(60)이 회심의 샷을 시도했다. 이 샷은 놀랍게도 가드를 피해 하우스 정중앙에 영국보다 더 가까이 스톤을 가져다놨다. 이 샷으로 분위기를 잡고, 이어 세컨드 차재관(46)이 촘촘한 가드로 스톤을 지키면서 한국의 5-4 승리가 결정됐다. 8승2패, 8년만의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준결승 진출도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백종철 휠체어컬링대표팀 감독은 "정승원 선수가 대단한 역할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1994년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자재에 깔리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정승원은 환갑을 맞은 2018년에 휠체어컬링을 통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05년부터 지인의 소개로 휠체어컬링을 시작해 앞선 3차례 패럴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아픔을 겪었던 정승원은 평창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령 선수이자 맏형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려 하고 있다. 정승원은 영국을 이긴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기뻐했는데 "컬링의 종주국이 스코틀랜드이지 않은가. 그 대단한 나라를 우리가 꺾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말 짜릿짜릿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영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선보인 정승원의 루틴 카드. 강릉=김지한 기자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영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선보인 정승원의 루틴 카드. 강릉=김지한 기자

 
정승원이 영국전에서 준결승전 진출을 확정한 빅샷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숨은 사연도 있다. 그는 자신이 목에 걸고 다니는 대회 AD카드에 '루틴 카드'를 만들어 함께 걸어놨다. 이 루틴 카드는 정승원뿐 아니라 한국팀의 다른 선수 4명도 모두 각자 성향에 맞춰 만들어 달고 다니고 있다.
 
정승원의 루틴 카드엔 암호문같은 'D.W.S.N' 'L W 3 3 & 쭈우욱~'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고, 뒷면엔 '나는 프로페셔널이다. 100% 현재 집중된 샷 하자. 지금 시합은 과정단서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 주어진 이 샷 뿐이다. 그동안 흘린 피눈물을 잊지 말자'라는 다섯 가지 실천 사항 문장도 정리돼 있었다. 그는 'D.W.S.N' 등 일부 암호와 간단한 문구를 휠체어 손잡이에 색테이프로 붙여 그 위에 두꺼운 펜으로 적어놓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정승원은 "선수마다 서로 다르게 적힌 카드 속 문구들을 보고 들어간다. 내가 경기마다 어떤 걸 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마음 속으로 되뇔 때 본다. 경기 도중 잠시 쉬는 4엔드 후에도 본다"고 설명했다. 암호문같은 'D.W.S.N'에 대해 그는 "Down(엎드려라), Weight(힘을 맞춰라), Short not(짧으면 안 된다)을 줄인 말이다. 특히 바짝 엎드려야 가장 좋은 샷을 할 수 있어서 휠체어 손잡이와 루틴 카드 앞엔 '엎드려라' 라는 말을 추가로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손잡이에 붙인 문구 중엔 "안 죽을 만큼 엎드려라!"라는 문구도 있었다.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영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선보인 정승원의 루틴 카드. 강릉=김지한 기자

1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영국전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선보인 정승원의 루틴 카드. 강릉=김지한 기자

 
'L W 3 3'에 대해서도 그는 "Line(라인을 맞추라), Weight(힘을 맞춰라)와 함께 딜리버리(투구) 전에 마음 속으로 셋을 세고, 딜리버리하면서 셋을 더 세면 좋은 샷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성격이 급해서 셋을 세고 샷을 하는 게 내 루틴"이라고 말했다. 그는 "D.W.S.N은 그만큼 내게 무척 중요해서 여기저기 붙인 것이다. 나는 서드라서 저격수다. 내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내 역할을 잘 하기 위한 암호문"이라고 말했다. 그 암호대로 정승원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해냈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정승원이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뉴스1]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정승원이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강릉=뉴스1]

 
정승원은 경기 도중 가장 큰 목소리로 ‘아악!'하고 외치면서 팀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그는 "내가 소리를 많이 지르면 동료들이 에너지를 많이 낸다. 내가 무너지면 다음 선수뿐 아니라 그 다음 경기에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종철 감독은 "팀의 최연장자다보니까 선수에게 '샷을 못하셔도 팀워크가 무너지지 않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 역할을 매우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팀 맏형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정승원은 "내일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우리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다짐하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은 16일 준결승전을 치러 8년만의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강릉=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