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논설위원이 간다]담배 하나 슬쩍, 아무도 몰랐다…아마존 고와 너무 다르네

"계산이 필요없다고? 그런데 도저히 훔칠 수는 없다고?"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문을 연 무인점포 아마존 고. 시범운영을 끝내고 정식 오픈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문을 연 무인점포 아마존 고. 시범운영을 끝내고 정식 오픈했다. [AP=연합뉴스]

올 초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달군 뉴스는 미국 시애틀에서 들려온 유통공룡 아마존(amazon.com)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 개장 소식이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서 물건을 집어오기만 하면 따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매장을 나서는 동시에 자동적으로 청구서가 날아온다는, 바로 그 영화같은 미래형 매장 말이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미리 양해를 구하고 '공식적으로' 음료 도둑질을 감행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결제됐다)는 체험 기사가 전해지며 아마존의 고객 중심 매장 환경과 이를 구현하는 기술력에 찬사가 이어졌다. 
과연 한국은 어떨까. 아마존 고 오픈에 앞서 이미 지난해 문을 연 국내 무인 편의점 두 곳을 다녀왔다. 2017년 5월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무인 편의점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이하 세븐일레븐)와 뒤 이어 지난해 9월 스타벅스 본사 지하 1층에 문을 연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이하 이마트24)이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있는 국내 첫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쳐'. 정맥 정보를 등록하면 출입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있는 국내 첫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쳐'. 정맥 정보를 등록하면 출입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한국 무인 편의점도 아마존 고처럼 놀랄만큼 편할까. 
기대가 너무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무인 편의점은 세븐일레븐이든 이마트24든 생각만큼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입장하는 데서부터 구매, 그리고 결제에 이르기까지 일반 편의점보다도 훨씬 더 불편했다. 두 회사 모두 본격적인 무인 편의점 도입에 앞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도 이용하는 내내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존 고와 하나하나 단계별로 비교하니 막연했던 불편함의 실체가 보다 명확하게 다가왔다.

 아마존 고 앱을 깔면 나오는 이용법. 각자의 QR코드로 입장한 사람끼리 물건을 주고 받지만 않으면 혼선 없이 자동적으로 계산된다. [화면 캡쳐]

아마존 고 앱을 깔면 나오는 이용법. 각자의 QR코드로 입장한 사람끼리 물건을 주고 받지만 않으면 혼선 없이 자동적으로 계산된다. [화면 캡쳐]

아마존 고의 슬로건은 '노 라인즈 노 체크아웃(No Lines No Checkouts)'. 다시 말해 소비자가 줄 서서 계산하는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얘기다. 아무리 쇼핑이 즐거워도 계산은 늘 번거롭다. 특히 붐비는 시간 인기있는 매장이라면 돈을 내기 위해 계산대 앞에 서서 꽤 오랜 시간을 버려야 한다. 아마존 고는 고객이 불편해하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물건을 얼마든지 골라 가져가면서도 계산에 들어가는 '죽은' 시간을 없애는 완전히 새로운 쇼핑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하는 데 목표를 뒀다. 마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처럼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쇼핑이 끝나도록 말이다. 

민정웅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고객은 온라인에서처럼 쉽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고, 동시에 아마존은 온라인 채널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 상세정보를 얻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기술과 유사한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테크놀로지가 귀찮은 일을 알아서 대신 해주기에 소비자는 물건을 갖고 매장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너무 편해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과소비를 걱정할 정도다.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를 보여주는 개념도. 수백대의 센서와 카메라가 물건 위치와 고객 동선을 파악한다. 2017년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동시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가면 오류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올초 정식 개장 후에는 동시 입장 인원을 60~70명으로 제한했다. [사진 맥킨지]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를 보여주는 개념도. 수백대의 센서와 카메라가 물건 위치와 고객 동선을 파악한다. 2017년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동시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가면 오류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올초 정식 개장 후에는 동시 입장 인원을 60~70명으로 제한했다. [사진 맥킨지]

매장에서 쇼핑하는 동안만 편한 게 아니다. 매장에 갈 때마다, 다시 말해 구매 데이터가 계속 쌓일수록 아마존 고는 고객에게 시기별로 필요한 쇼핑목록을 알려주는 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이 책 구매 정보를 토대로 추천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민 교수는 "단순히 고객이 산 품목 뿐만이 아니라 어느 매대 앞에 가장 오래 머물렀고 어떤 물건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는지까지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빅 브라더의 시선처럼 오싹한 게 사실이지만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국내 무인 편의점은 달랐다. 계산을 해주는 '계산원(캐셔)'을 없앴을 뿐 계산 시간은 물론 계산하는 노동까지 오히려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겼다. 과거 매장 직원이 하던 일을 소비자의 무임금 노동으로 대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령 이마트24에선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물건을 계산대 앞에서 일일이 바코드로 찍어야 한다. 세븐일레븐은 360도 자동스캔이 되는 컨베이어벨트가 계산대 앞에 있기는 하지만 구매 물건을 벨트에 올렸다가 다시 담고 결제 승인 절차를 밟는 건 역시 소비자 몫이다.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쳐에서 계산 중인 고객. 컨베이어벨트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자동적으로 구매목록을 인식한다. 장진영 기자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쳐에서 계산 중인 고객. 컨베이어벨트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자동적으로 구매목록을 인식한다. 장진영 기자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계산 방식이다. 사실 세븐일레븐에 가기 전 신용카드나 휴대폰이 필요없이 내 몸의 정맥 정보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보도자료만 보고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체정보가 어디에선가 데이터로 쌓인다는 게 찜찜하긴 하지만 편리성 하나만큼은 뛰어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세븐일레븐이 도입한 핸드페이가 롯데카드 기술이라 우선 롯데카드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엔 바이오인증 동의서를 종이로 쓰고 사인한 뒤 신분증으로 내 신원을 확인받고 두 번의 정맥 정보 입력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봐야 현재 핸드페이 이용이 가능한 곳은 일부 롯데마트와 롯데리아, 그리고 잠실 롯데월드타워 안 매장 등 70여 곳에 불과하다. 

세븐일레븐의 정맥 정보 리더기. 계산할 때마다 휴대폰 번호를 같이 입력해야 한다. 장진영 기자

세븐일레븐의 정맥 정보 리더기. 계산할 때마다 휴대폰 번호를 같이 입력해야 한다. 장진영 기자

처음 한 번만 번거로운 것도 아니다. 매장 안 담배 자판기에서 담배를 꺼내든, 최종적으로 결제를 하든 핸드페이를 사용할 때마다 맨 처음 신청서에 입력한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같이 입력해야 한다. 홍보문구대로 '손바닥으로 결제 끝~'이기는커녕 매 순간 내가 이 물건을 꼭 사야하는지 자꾸 되묻게 되는 환경이다. 이재성 코리아세븐 홍보팀장은 "데이터 보안 우려 때문에 금감원이 권고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여러 문제를 고객이 알아차리기 전에 해결한 반면 국내 편의점은 발생가능한 우려를 고객에게 전가한 셈이다. 이마트24는 패스트푸드 무인 결제시스템 방식처럼 고객이 소지한 신용카드를 직접 센싱해 결제할 수 있다. 

이마트24 무인점포의 셀프 계산대. 안혜리 기자

이마트24 무인점포의 셀프 계산대. 안혜리 기자

아마존 고의 경우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아마존 계정(주소와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만들 수 있다)으로 로그인하면 만들어지는 QR코드를 지하철 개찰구 같은 출입구에 대기만 하면 된다. 뭘 사든 매장을 나오는 순간(세븐일레븐처럼 나갈 때 한번 더 출입구에서 센싱할 필요도 없다) 자동적으로 내 가상 카트에 목록이 담기고 그 가격만큼 영수증이 청구된다. 처음 계정을 만드는 것도, 이후에 계산을 하고 매장을 나갈 때도 물흐르듯 막히는 구석이 없다.  

아마존 고를 들어갈 땐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만 갖다 대면 된다. 쇼핑을 끝내고 그냥 걸어나가면 앱에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를 통해 계산이 완료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 고를 들어갈 땐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만 갖다 대면 된다. 쇼핑을 끝내고 그냥 걸어나가면 앱에 입력된 신용카드 정보를 통해 계산이 완료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난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다. 뉴욕타임스 기자가 몸소 보여줬듯 아마존 고는 절도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편의점은 기존 유인점포보다 더 취약하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에서 담배 판매를 위한 성인 인증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홍보실 직원이 담배를 자판기에서 꺼낸 후 결제 없이 매장 밖으로 들고 나왔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들어가고 나올 때 본인을 인증하는 센싱 과정을 거치고 CCTV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도난을 막기는 어렵다. 
이마트24 역시 매장 안의 360도 CCTV가 본사로 연결돼 24시간 대응을 하지만 실시간 도난 방지는 불가능하다. 이마트24 김재진 대리는 "재고 조사로 드러나는 이마트24의 도난율은 다른 직영 편의점의 1%대보다 약간 높은 1~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마트24 본사에서 관리하는 무인점포 관리 시스템. 24시간 CCTV를 통해 무인점 상황을 파악한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 본사에서 관리하는 무인점포 관리 시스템. 24시간 CCTV를 통해 무인점 상황을 파악한다. [사진 이마트24]

미국과 한국의 무인점이 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왜일까. 규제나 기술력 차이, 비용 투자 측면도 물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무인 점포를 통해 구현하려는 지향점이 달라서다. 아마존 고는 '업그레이드된 고객 경험 제공'을 내세운다. 이를 활용한 적절한 재고 관리를 통해 자연스레 매장 인력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쌓인 데이터로 개인화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이 모델을 다른 기업에 판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반면 한국 편의점 업계는 당장 매장에 투입되는 인건비를 줄여 경영효율화를 도모겠다는 계산이다.  

이마트24 채교욱 팀장은 "편의점은 유인 매장이 원칙이지만 심야 등 취약시간엔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직영 6개 매장에서의 실험이 효율적으로 결론이 나면 가맹점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화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 숙제지만 5년이 지나면 투자비용을 감안해도 무인화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붙였다. 세븐일레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는 첫 무인매장 오픈 당시 "IT기술 발전에 따라 무인 편의점은 유통업계에 나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개인화 서비스 등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맥킨지 신정호 부 파트너는 "아마존 등 외국 유통업체가 무인점포 실험을 통해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비해 국내 편의점업계는 무인점을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절감 수단 정도로만 바라본다"며 "고객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는데 업계의 균형점은 고객 중심이 아닌 공급자적인 마인드로 하향 평준화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편의점 시장을 감안할 때 거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마존식 고객 경험 제고와 이를 통한 개인화한 서비스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