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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 “트럼프, 철강 관세 한ㆍ미 FTA 협상 지렛대로 사용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철강 관세 부과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하고 있다.”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마치고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마치고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철강 수출국에 날린 ‘관세 폭탄’을 두고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이 내린 평가다. 관세 면제 대상국 명단에 들기 위한 한국 정부의 막후 노력, 남ㆍ북과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서 긴밀해지고 있는 한ㆍ미 관계도 ‘트럼프식 논리’대로라면 관세 문제를 풀어가는 데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한국을 방문해 13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았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중국 정치 체제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주제였다. 강연을 마친 그를 인터뷰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ㆍ외교ㆍ안보ㆍ경제를 모두 다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며 “외교 따로, 경제 따로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위험을 짊어지고 북한 지도자와 회담해 결과를 냈다.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답을 한국에서 하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통상ㆍ경제 당국은 앞으로 밀려올 더 큰 파도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철강 관세 면제 처분을 받은 캐나다ㆍ멕시코ㆍ호주와 한국의 처지는 다르다고 했다. “캐나다ㆍ멕시코와는 이미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돌입한 상태고, 호주의 경우 미국 철강 기업이 호주에 수출하는 액수가 더 많아 관세 규제를 하면 미국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직 연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오는 11월 미국 상ㆍ하원의원 선거(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는 사그라들까, 아니면 강해질까. 이 질문에 커티스 전 부사장은 “의미 없다”고 잘라 답했다. “트럼프는 30년 동안 보호무역주의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해지고 약해지고 할 것이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과거 몇십 년과 달리 미국이 고립주의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만큼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한국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관세니, 트럼프 정책이니 하는, 어찌 보면 단기적인 사안에 집중하기보다 향후 5년, 10년 한국의 국가적 이익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미국도 중요하지만 통상에 있어 중국은 한국에 더 중요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지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커티스 전 부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은 사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지를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그는 현 경제 상황을 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를 물어보는데 사실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오랜 저금리 시대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불어난 빚을 두고 “빙산의 윗부분은 조그맣지만 그 안에 큰 빙산이 자리하듯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빚도 ‘부채 빙산(debt-berg, 빚과 빙산의 합성어)’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25년 이상을 일본ㆍ홍콩 등 현지에서 보낸 아시아 경제 전문가다. 도이체방크·골드만삭스를 거쳐 현재 투자자문사인 스타포트인베스트먼트홀딩스 회장을 맡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걸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까지 전 세계가 동시에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동시다발적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구매관리자지수(PMI), 소비자심리지수 같은 선행 지표는 이미 고점을 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각국 중앙은행은 좀 더 신중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리 정상화(인상)로 가는 큰 물길을 막긴 힘들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년에 걸쳐 진행된 정책이 대변화를 맞고 있다”며 “재정과 통상, 통화정책 전반에 걸쳐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 번 상상해보라 현재 연 2.9%대인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020년 연 4% 아니 5~6%로 갈 수도 있다. 역으로 연 2.3%로 내려갈 수 있지만 4~6% 금리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현재 드러난 부채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커티스 전 부사장은 ’현재 드러난 부채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우상조 기자

 
그는 한국이 부동산ㆍ금융시장 거품 경고가 나오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실험, 핵 실험에도 한국 증시와 부동산 가격은 오른 것을 외부에서 놀랍게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저축은 줄고,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는 상황이라 아마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티스 전 부사장은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외환보유액도 늘리는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한국 등 신흥국의 상황은 (선진국에 비해) 낫다”고 보면서도 “전 세계적인 무역ㆍ재정ㆍ이민 등 정책 대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거시경제 변수가 생길 경우 정책 결정자들로선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대비를 당부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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