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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심에 키 20m ‘거대 원시인’ 잠든 이유는

깊은 잠에 든 원시인

깊은 잠에 든 원시인

“으악! 저게 뭐야?”
 
1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진천동 상화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초등학생들이 길가에 설치된 조각상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엔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버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사람 얼굴이었다. 김채원(12)군은 “이렇게 큰 조각상은 처음 본다”며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이 재밌는데 무슨 의미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돌로 만든 이 조각상은 달서구가 ‘깊은 잠에 든 원시인’(사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길이 20m, 높이 6m로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고 천재’란 별명을 가진 대구 출신의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기획한 작품이다. 이씨는 “돌을 소재로 이 지역에 묻혀 있는 역사적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달서구 도로변에 커다한 원시인상이 설치된 이유를 찾기 위해선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구석기 시대는 인류가 처음 등장한 약 70만년 전부터 1만여 전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지 시기다. 달서구는 대구 전역에 비교적 흔한 청동기 유적뿐 아니라 구석기 유물이 대량 발견된 곳이다. 특히 2006년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개발지에서 흑요석, 좀돌날 등 1만3184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달서구엔 선사시대 주거·장례 등 생활문화 추정의 실마리가 되는 유물과 지석묘·석관묘 등 무덤, 진천동 입석 등 구석기 유물이 지역 전반에 흩어져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 조각상을 두고 “너무 커서 무섭게 느껴진다” “간판을 가려 영업에 방해된다”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작품 주변에 조각상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다른 쪽에선 “달서구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윤지(33·여·달서구 진천동)씨는 “달서구에 여러 선사시대 유적들이 있다는 것을 조각상 하나로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선사시대로 탐방사업’을 2014년부터 추진 중이다. 구석기 시대 입석이 있는 진천동에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하고 선사시대 유적을 따라가며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탐방코스도 만들었다. 원시인 복장을 하고 중고물품을 파는 벼룩시장도 수시로 열고 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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