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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거기서 거기” … 원가 줄이기로 옮겨 붙은 스마트폰 전쟁

갤럭시 S9(左), 아이폰 X(右)

갤럭시 S9(左), 아이폰 X(右)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9이 전작 S8과 비교해 디자인에서 큰 차별점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뒷면 지문 인식 센서를 카메라 렌즈 옆에서 아래로 움직인 걸 빼면 갤럭시S9은 S8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외신도 국내 반응과 비슷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갤럭시S9은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대신 카메라에만 큰 변화를 줬다”고 평가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도 “외관에서 놀라운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그런데 업계 내부 평가는 조금 다르다. 지난달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8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황정환 LG전자 부사장(MC사업본부장)은 “삼성전자가 S8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높은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부사장은 “스마트폰 원가 줄이기 경쟁은 하나의 트렌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가를 잡아먹는 ‘디자인’을 두고 ‘부품’을 바꿔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 원가는 대부분 디자인 개발 단계에서 결정된다.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줄 경우 부품 개발 단계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X 가 대표적이다. 아이폰 탄생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 X는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이 움푹 팬 노치(notch)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내부 부품 디자인도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 노치 디자인 채택으로 빈 공간이 줄어 전자회로를 2층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디자인을 택했다. 배터리도 단일 배터리가 아닌 L자형으로 2개로 이어붙였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노치 디자인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위해선 기존 설비에 새로운 장비를 추가해야 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디스플레이 일부를 잘라내는 등 공정도 늘어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지고 원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폰 X 64GB 국내 출고가는 142만원으로 전작인 아이폰8 64GB(94만 8000원)와 비교해 47만2000원이 비싸다. 그만큼 원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소비자 심리 저항선인 1000달러(약 110만원)를 넘어선 아이폰 X는 판매 부진을 겪는 중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에서 손해를 봤다. 애플은 아이폰 7300만 대를 판매해 시장 전망치인 8000만 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애플이 아이폰9 등 차기 제품군에선 노치 디자인을 포기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에는 노치 디자인을 뺀 OLED 디스플레이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폰6 이후 아이폰8까지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3.5㎜ 이어폰 단자를 뺀 게 디자인 측면에선 가장 큰 변화였다.
 
정태경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 교수는 “아이폰 X에 들어간 개발비 등을 감안하면 디자인 포기로 애플이 본 손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디자인이 아닌 부품 개선을 통한 신제품 출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원가와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외관을 그대로 두고 카메라 성능을 높인 V30S 씽큐(ThingQ)를 지난달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V30S 씽큐는 기존 V30에 인공지능(AI) 씽큐를 탑재해 사진 기능을 강화했고 음성 인식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황정환 LG전자 부사장은 “앞으로 고객이 쓰지 않는 기능을 넣어서 원가를 높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 등 스마트폰 디자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으로 외형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다. 외관상 큰 변화가 없는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 구매욕을 당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줄어든 판매량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22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7년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5.6% 줄어든 4억800만 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가트너가 스마트폰 시장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 형태에서 벗어난 폴더블폰 등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중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폰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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