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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맨→조정→패럴림픽 출전… 꿈 이룬 청년 이정민

13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바이애스론 남자 12.5km좌식 경기에서 이정민 선수가 설원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13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바이애스론 남자 12.5km좌식 경기에서 이정민 선수가 설원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잘 나가던 금융맨에서 장애인 조정선수로, 그리고 겨울패럴림픽까지 끝없는 도전에 나선 젊은이가 있다. 대한민국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 이정민(34·창성건설)이다.
 
이정민은 1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에서 51분51초5의 기록으로 9위에 올랐다. 10일 바이애슬론 7.5㎞(11위)와 크로스컨트리 15㎞(10위)보다 순위가 올라갔다.  
 
이정민은 "날씨가 좋아 눈이 녹는 바람에 모래밭에서 스키타는 느낌이었다. 이럴 땐 나같이 무게가 있는 선수가 불리하다. 눈이 딱딱하면 추진력을 받는데 녹은 눈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불리하다.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정민이 진짜 아쉬운 부분은 사격이었다. 그는 이날 20발 중 15발을 맞춰 500m의 벌주를 돌아야했다. 이정민은 "속도를 내는 것보다 사격이 중요했다. 자세나 템포는 평소와 같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래도 순위는 계속 올리고 있다. 꼭 대회 마칠 때까지 톱5 안에 들겠다"고 다짐했다.  
 
13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15㎞에서 9위에 오른 이정민. [평창=김효경 기자]

13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15㎞에서 9위에 오른 이정민. [평창=김효경 기자]

이정민은 열 살 때 길랭바레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았다. 아직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 병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힘이 풀리더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날 입원했을 때는 허리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게 이정민의 기억이다. 재활 치료를 했지만 양발목을 움직일 수 없어 격렬한 운동은 할 수 없다.
 
아버지의 권유로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한 이정민은 미시간주립대에서 광고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한국 자동차회사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 2010년 귀국했다. 그는 영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남들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인생이 바뀐 건 2012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조정 특집 프로그램을 보고나서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그는 무작정 미사리로 향했다. 조정의 매력에 빠진 그는 곧 직장까지 그만두고 매달렸다.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13년 충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모든 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안정된 미래를 버리고 운동을 시작한 아들을 걱정스러워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아버지와 4개월 동안 말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넉넉한 수입을 얻거나 좋은 직장에 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쉽긴 하다. 솔직히 장애 때문에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운동을 통해 내 몸이 건강해졌고, 성취감도 느꼈다. 지금은 부모님도 많이 믿어주고 응원해주신다."
11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남자 15km 좌식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이정민 선수가 설원 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11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남자 15km 좌식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이정민 선수가 설원 위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조정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그는 2015년 1월 스키로 영역을 넓혔다. 2018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을 전공한 그는 패럴림픽 출전과 장애인스포츠 외교전문가가 되는 꿈을 키웠고, 그 중 한 가지를 이뤘다. 이정민은 "울컥하는 마음이 있다. 메달이 목표인데 성작하는 속도가 더뎌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잘 버티고 여기까지 왔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내서 2~3년간 노력한 성과를 얻고 싶다"고 했다.
 
외롭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의 도전은 다른 이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솔직히 후회를 한 적도 많았다. 어떤 분들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성적이 안 나다 보니 굉장히 외롭고 소외감도 생겼다. 선구자가 없고,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얻는 게 있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창=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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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