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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편 친구가 겁탈" 동반자살 부부···항소심 관건은

"남편 친구가 겁탈" 동반자살 부부 항소심에 숨은 '미투' 
성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성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남편 친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1심에서 가해자에게 무죄가 나오자 "억울하다"며 남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3일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 카라반(이동 주택)에서 목숨을 끊은 A씨(33·여)와 B씨(37) 부부 이야기다. 1심 법원이 지난해 11월 15일 강간 혐의로 기소된 C씨(37)에게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A씨 부부는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2014년 5월 재혼한 A씨 부부에게는 각각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 A씨는 당시 남긴 유서에서 C씨를 '무언의 살인자' '가정 파탄자'로 부르며 "당신의 간사한 세치 혀가 죄 없는 예쁜 사춘기의 두 소녀를 고아로 만들었다"고 했다. 
 
검찰은 오는 21일 C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앞두고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 자료 확보에 나섰다. 항소심 1차 공판은 A씨 부부가 숨지기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열렸다. 
 
지난 3일 남편과 동반 자살을 한 A씨(33·여)가 두 딸에게 남긴 유서. [사진 유족]

지난 3일 남편과 동반 자살을 한 A씨(33·여)가 두 딸에게 남긴 유서. [사진 유족]

성폭행 피해자가 1심 선고에 불만을 품고 죽음을 택하자 항소심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조계는 강간의 직접 증거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이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양쪽 주장 가운데 누구 말을 더 믿느냐가 유·무죄를 가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김남순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일관성 있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다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 C씨를 기소했다"고 말했다. 
 
아내와 극단적 선택을 한 B씨(37)가 남긴 유서.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친구 C시(37)를 향해 "죽어서도 복수하겠다"고 적었다. [사진 유족]

아내와 극단적 선택을 한 B씨(37)가 남긴 유서.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친구 C시(37)를 향해 "죽어서도 복수하겠다"고 적었다. [사진 유족]

김 지청장은 "피해자가 고인이 돼 증인으로 다시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유족과 상담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추가 자료가 있는지 찾고 있다"며 "피해자가 심리 치료를 받은 기록과 유서 등을 항소심 재판부에 보강 자료로 제출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사건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린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린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C씨는 지난해 4월 14일 오후 11시43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6분까지 충남 계룡시 한 무인모텔에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A씨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A씨를 한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경찰에서 "C씨에게 며칠간 협박을 당하다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C씨는 "서로 합의 하에 가진 성관계였을 뿐 강간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C씨가 친구 B씨가 해외 출장을 간 지난해 4월 10일 밤 A씨를 만나 B씨의 비밀을 폭로하며 부부 사이를 갈라놓고, 이 과정에서 A씨의 뺨과 머리를 때린 혐의(폭행)는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나흘 뒤 C씨가 A씨를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이 남편 비밀을 듣고 충격을 받은 A씨를 위로해 주면서 4일 후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매일 만나다시피 하며 남녀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경위를 소상하게 진술하는데 그 내용이 수긍할 만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미투 운동 동참을 위한 행진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미투 운동 동참을 위한 행진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심 재판부는 또 C씨가 A씨로부터 들은 A씨 친딸의 고교 진학 문제 등 민감한 개인사와 고민을 두고 "이러한 종류의 대화는 어느 정도 친분을 쌓고 신뢰를 가지게 된 상대방과 나눌 수 있는 것이지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범인에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A씨에게 불리한 정황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김 지청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관계여서 그런 얘기(A씨 개인사 및 고민)는 다른 경위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유족도 "A씨는 C씨의 아내와도 평소 자주 차를 마시고 미용실을 가던 친한 사이여서 서로 집안 사정을 잘 안다"고 했다. 유족은 또 "C씨가 말한 B씨의 비밀은 거짓말이고, 당시 동네에 'A씨가 꽃뱀'이라는 식으로 소문냈다"며 "C씨가 교묘하게 연출한 시나리오에 1심 법원이 속았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이 사건의 1심을 맡은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법리대로 공정하게 판결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건을 심리한 조영범 전 논산지원장(부장판사)은 지난달 26일 정기 인사에서 대전지법 본원으로 발령됐다.  
 
논산지원 관계자는 "조영범 부장판사도 A씨 부부 죽음에 안타까워했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사견임을 전제로 "누구 말을 믿을지의 문제인데 (당사자) 진술 외에 여러 정황에 비춰 피해자의 말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1심 재판부는 C씨에게 적용된 특수상해와 상해·특수협박·폭행 혐의는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C씨는 지난해 4월 10일 충남 논산시의 한 커피숍에서 후배 두 명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얼굴에 커피를 끼얹거나 머리채를 잡은 채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또 후배 한 명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린 후 화분으로 머리를 찍으려 하며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그날 밤 호텔 객실로 불러 라이터로 얼굴을 지지려 하거나 불붙은 담배를 얼굴에 던진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방법이 매우 대담하고 가혹하며, 피해자(두 후배)들의 정신적·육체적 피해도 가볍지 않다. 재범 위험성도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간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논산지원 측은 "폭행·협박과 강간은 죄질이 전혀 별개의 것이어서 폭행·협박을 유죄로 하면서도 강간은 무죄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이미지. [연합뉴스]

성폭행 이미지.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닷새간 C씨에게 협박을 당했다"면서도 수사기관이나 남편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정황을 경험칙에 어긋난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A씨가 피고인과 남편 사이의 다툼을 오해하고 불륜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먼저 남편에게 허위로 강간 사실을 말했을 여지도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여성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서지현 검사를 비롯해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 대부분이 뒤늦게 용기를 내 수년 전 당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상황에서 "당시엔 왜 침묵했느냐"며 외려 피해자를 나무라는 논리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씨에 대한 항소심 2차 속행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4시30분 대전고법 316호 법정에서 형사1부(부장 권혁중) 심리로 열린다.
 
논산·대전=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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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