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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불편 개선하려 창업”…아이디어로 무장한 시민 발명가

옷장을 책꽂이처럼…심봉옥 드레스북 대표
심봉옥 드레스북 대표가 충북 청주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드레스북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심봉옥 드레스북 대표가 충북 청주 사무실에서 자신이 만든 드레스북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걸 사용하면 누구든지 4~5초 안에 옷 한벌을 정리할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고려대 BT융합보육센터. 심봉옥(63·여) 드레스북 대표가 스웨터를 탁자를 펼치더니 그 위에 책받침 모양의 얇은 도구를 올렸다. 심 대표는 곧장 스웨터 양팔과 목둘레, 하단을 4번 접더니 이 도구를 다시 반으로 접었다.
 
분홍색 끈으로 옷을 여미자 책 한권 크기로 정리됐다. 단순해 보이는 이 제품은 심 대표가 직접 디자인 한 ‘드레스북(Dress book)’이다. 사무실 책장에는 가지런히 놓인 와이셔츠·스웨터·원피스·바지·전통의상이 책처럼 꽂혀 있었다. 책인지 옷인지 쉽게 구분이 안됐다.
 
드레스북은 가정 주부였던 심 대표가 4년 전 우연한 계기로 만들었다. 이후 특허 출원을 하고 서원대창업보육센터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심 대표는 “옷을 쉽게 정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드레스북을 만들었다”며 “내가 편리하려고 만든 제품 덕분에 이제 사장님 소리를 듣게 됐다”며 웃었다.
심봉옥 드레스북 대표가 드레스북으로 정리된 옷을 책장에 꽂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심봉옥 드레스북 대표가 드레스북으로 정리된 옷을 책장에 꽂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시민 발명가들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제품을 만들고 사업화까지 스스로 한다. 요식업 위주의 ‘어쩌다 창업’을 빗겨간 진화한 프로슈머(prosumer·제품 생산과 판매에 관여하는 소비자)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옷장 안에 있던 옷들을 모두 꺼내서 다시 정리해야 해요. 공들여 접었던 옷들이 흐트러지는데다 찾기도 번거로워서 드레스북을 만들어 봤어요.”
심 대표는 2014년 늦가을 사과박스를 오려서 드레스북을 만들었다고 한다. 옷이 제법 깔끔하게 정리됐다. 이듬해 디자인 시안을 갖고 전국의 학용품 공장을 수소문 해 6000장을 만들었다.
 
심 대표는 “베란다에 쌓여있는 드레스북을 보더니 아들이 좋은 제품인 것 같다고 용기를 줬다”며 “2015년 특허청에 특허출원, 디자인·상표 출원을 한 뒤 여성발명박람회에서 드레스북으로 금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드레스북은 현재 심 대표를 비롯해 직원 1명을 둔 소기업이다. 한달 매출은 500~700만원 정도다. 지난해 7월부터 한 투자자가 심 대표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홈쇼핑에서 100만장 이상 팔렸다. 
 
머리카락에 막히는 세면대 그만…김정아 성진기업 대표
김정아 성진기업 대표가 막히지 않는 세면기 밸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정아씨]

김정아 성진기업 대표가 막히지 않는 세면기 밸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정아씨]

 
머리카락 때문에 막히는 세면대로 스트레스를 받자 막히지 않는 세면기 밸브를 만든 주부도 있다. 성진기업 김정아(42·여) 대표 얘기다. 함경북도 청진시가 고향인 김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생활하다 2009년 남한에 왔다. 그러던 중 교회에서 북한 선교 일을 하던 남편을 만나 2011년 12월 결혼도 했다.
 
김씨 부부는 자주 막히는 세면대 배수구 때문에 사소한 말다툼을 종종 하게 됐고, 해결책을 찾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로 ‘속 시원한 세면기’를 발명했다. 김씨는 “재작년 봄 방송출연이 있어 준비하는데 세면대가 막혀 남편과 말다툼을 했는데 그날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세면대 배관을 다 뜯어놓은 상태였다”며 “둘이 한참 동안 배수구 구조를 보던 중 우산을 쓰면 빗물이 옆으로 흐르는 것처럼 물길을 열어주면 되겠다고 말한 것이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존 세면기 배수구 밸브에 우산 모양의 구조물을 추가해 머리카락이 걸리지 않고 하수구로 흘러가도록 했다. 김씨 “남편과 함께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직접 제작한 제품을 욕실에 설치했는데 이후 세면기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김씨는 2016년 11월 특허를 출원한 뒤 그해 특허청과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주최한 ‘2016년 생활발명코리아’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엔 창업에도 성공해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제물포센터에 입주했다. 지난달부터 온라인에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렌즈 못끼워 자동 렌즈삽입기 만든 대학생 이재경씨
강원대 이재경씨가 직접 개발한 렌즈웨어를 보여주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대 이재경씨가 직접 개발한 렌즈웨어를 보여주고 있다. 박진호 기자

 
혼자 렌즈를 착용하는 게 어려워 렌즈 착용을 돕는 제품을 직접 개발한 대학생도 있다. 오른쪽 눈 시력이 0.2,  왼쪽이 0.1인 이재경(24·강원대 자원에너지 시스템공학과 4년)씨는 2년 전부터 렌즈를 시력 보정과 운동 시 안전을 위해 렌즈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쁜 오전 시간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서툴러 무리하게 착용하다 보니 각막염과 결막염 등 각종 안구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변 친구들도 렌즈를 끼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씨 등 친구들은 렌즈 착용을 도와주는 ‘렌즈웨어’를 만들기 위해 창업 동아리를 결성, 지난해 2월부터 3D 프린트를 활용해 제품 모형을 만들었다. 이들이 개발한 제품은 눈 주변을 덮을 수 있는 크기의 덮게 안쪽에 렌즈를 올려놓은 뒤 바깥쪽으로 연결된 버튼을 눌러 렌즈를 착용하는 방식이다.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전문업체에 제품 제작을 의료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재경씨가 직접 개발한 렌즈웨어를 보여주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이재경씨가 직접 개발한 렌즈웨어를 보여주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8월엔 ‘콘택트렌즈의 착용을 돕는 렌즈 착용 기구’라는 명칭으로 특허 출원도 한 상태다. 또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등 각종 안전성 검사를 앞두고 있다. 이씨는 “이 제품은 눈 주변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올해 각종 실험을 통해 완성된 제품을 만든 뒤 내년 졸업과 동시에 창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발명 창업이 많아지면서 특허청은 지난해부터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 디딤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6개 광역지식센터와 함께 예비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 특허 출원 등을 지원하고 각 대학 창업보육센터로 연계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1121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758건의 지식재산권리화를 진행했다.
 
제주도에 있는 ㈜애드크런치 신승민(46) 대표는 이 사업을 통해 배터리 잔량표시가 가능한 보조배터리 내장 스마트폰 케이스를 특허 출원해 창업에 성공했다. 브랜드비 백상현(41) 대표는 LED광원모듈이 탈부착 가능한 신발을 개발해 특허를 내고 지난해 7월 회사를 설립했다.
보조배터리 잔량이 표시되는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 제주지식재산센터]

보조배터리 잔량이 표시되는 스마트폰 케이스. [사진 제주지식재산센터]

 
특허청은 올해 연중 접수를 받아 930건의 발명 창업가를 도울 계획이다. 송상용 특허청 지역산업재산과 사무관은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통해 창업을 시도하는 일반인들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예비창업자들의 지식재산 권리화를 도와 발명이 도용되거나 사장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춘천=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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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