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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휴가복귀 중 자살하겠다"…긴급전화 20분 뒤 구출 성공

강원도 고성군 탈영병 검거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 [사진 중앙포토]

강원도 고성군 탈영병 검거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 [사진 중앙포토]

 
지난달 18일 오후 8시 30분 국방부에 전화가 걸려왔다. 육군 OO부대 A상병은 “휴가복귀 중인데 자살해야겠다”며 “불법 스포츠도박 중독으로 빚이 천만 원 있는데 생활관 병사들에게도 200만 원 빌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대에 복귀하면 빚 독촉에 시달릴까 걱정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관은 긴급상황 조치규정에 따라 움직였다. 상담관은 A상병과 계속 대화를 이어갔고, 같은 시간 다른 상담관은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위치추적을 시도 한 뒤 파주시 인근 공중전화로 경찰관을 급파했다. 경찰은 오후 8시 50분쯤 공중전화에서 상담관과 통화중인 A상병을 찾아내 해당 부대로 넘겼다. 자살 위기에 처한 A상병의 생명을 구하던 순간이다.
 
휴가를 나온 병사들이 서울역 앞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휴가를 나온 병사들이 서울역 앞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국방부 국방헬프콜센터(국번없이 1303번)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위기상황은 112 경찰청ㆍ119 소방청 안전신고센터와 다름없었다. 같은 날 불과 4시간 전에도 자살 위기상황이 발생했었다. 오후 4시 14분에는 육군 △△부대  B일병이 전화를 걸어와 “○○사단 ○○연대 ○대대 ○중대, 그냥 이것만 알아두세요”라며 자살을 암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에 상담관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부대 지휘통제실과 대대장에게도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 B일병은 약 30분 뒤 소속 부대 유류창고에서 자살을 시도한 상태로 발견돼 원주 소재 대학병원으로 후송했다. B일병은 다행히 생명을 건졌으나 아직 의식은 찾지 못하고 있다.
 
국방헬프콜 전문 상담관이 지난 8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국방헬프콜 전문 상담관이 지난 8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지난 8일 국방헬프콜센터에서 만난 상담업무 7년차 전윤선 상담관은 “상담 업무 중 자살 대응이 가장 어렵다”면서 “대처하는 상담관들의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을 이어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막고, 경찰 신고와 위치추적 및 해당부대 협조를 구하는 절차가 동시에 이뤄져야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다.    
 
국방부 조사본부에 위치한 센터는 군 생활 고충 및 성폭력 상담, 군 범죄와 방위사업 비리 신고를 받고 있다. 전화 뿐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상담도 24시간 대응하고 있다. 상담 내용에 따라서는 해당 부대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군 수사관이 바로 투입되기도 한다. 국방부 수사를 총괄하는 조사본부 상황실과 복도를 마주하고 있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국방부조사본부에 설치된 국방헬프콜센터는 각종 상담 및 신고전화와 인터넷 문의를 응대한다. [사진 박용한]

국방부조사본부에 설치된 국방헬프콜센터는 각종 상담 및 신고전화와 인터넷 문의를 응대한다. [사진 박용한]

 
군 당국의 이런 노력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군 자료에 따르면 군 자살자 수(간부/병사)는 ▶2011년 97명(39/58)까지 올라갔지만 ▶2013년 79명(27/40)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17년 51명(34/17)까지 줄었다. 이중 ▶2015년 57건(35-22)을 기점으로 간부 비율이 병사를 추월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의 자살률(10만명당)은 25.6명(2016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자살률 12.1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지난해 병사 자살률은 4.1명, 하사는 20.7명, 대위는 23.6명으로 간부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5년 동안 나타난 군 자살자 수 변화를 보여 준다. [국방부 제공]

지난 5년 동안 나타난 군 자살자 수 변화를 보여 준다. [국방부 제공]

     
허욱구 국방부 병영문화혁신TF장(육군 준장)은 “2014년 발생한 각종 사고를 계기로 병영문화혁신을 추진했다”며 최근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군대에서는 지난 2014년 4월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병사가 사망한 ‘윤일병’ 사건, 두 달 뒤 6월 부대원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5명이 사망한 ‘임병장’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었다.
 
국방부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혁신안 마련에 나서 ▶심리검사 강화로 부적격자 차단 ▶의료인력을 증원해 진료여건 개선 ▶ 공용휴대폰과 SNS을 활용한 소통채널 강화 ▶인권교육과 국방헬프콜 확대 등 복무여견 개선을 시작했다. 허욱구 준장은 “총 90개 과제를 선정해 지난 3년 동안 80개를 완료했다”며 “최근 나타난 변화는 그동안 다각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살과 함께 군무이탈(탈영)도 2014년 연간 418건에서 큰 폭으로 줄어 지난해는 150건에 그쳤다.
 
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임모 병장이 당시 상황재연을 위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검증에서 임모 병장이 당시 상황재연을 위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군 장병 자살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 군 당국의 자료를 보면 병사들은 복무 부적응(37.5%), 간부들은 업무부담(14.6%)과 정신질환(15.7%)이 크게 작용했다. 전윤선 상담관은 “병사들은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며 “작은 문제라도 해소하지 못하고 계속 축적되면 자살이나 탈영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소한 상담도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상담 사례를 보면 C병사가 “밥 생각이 없어 식사를 하지않자 지휘관이 징계를 준다고 경고해 걱정이다”며 고충을 털어놓자, “병사도 소중한 군사력이라 지휘관이 신경을 쓰는 것”이라며 “징계할 일은 아니니까 혹시라도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 달라”며 공감과 지지를 보내줬다.  
 
군대에서는 이성문제와 성 충동도 큰 고민거리다. D병사가 “여자친구가 전화를 받지않고, 여자친구 SNS를 보니 전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 같아 나가야겠다”며 탈영 조짐을 보이자, “군대에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냐”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전윤선 상담관은 “이런 경우 순간적으로 여자친구에게만 집착된 관심을 다른 주제로 바꾸고 마음을 풀어줘 충동적 선택을 막는다”며 “해당 부대 지휘관에게 연락해 도움 줄 수 있는 방법도 찾는다”고 소개했다.  
 
국방부에서 국방헬프콜 홍보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 [사진 국방부]

국방부에서 국방헬프콜 홍보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 [사진 국방부]

 
국방헬프콜 상담은 입소문을 타면서 2014년에 만 7482건에서 지난해 6만 4149건으로 272%p 증가했다. 국방헬프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수경 소령은 “그동안 홍보에 집중했고 장병 중 80% 정도가 헬프콜을 알고 있다고 조사됐다”며 “친구, 부모, 여자친구가 신고하거나 상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간부들의 상담 전화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022년까지 장비를 교체해 상담전화 4회선을 6회선으로, 상담관은 17명에서 21명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수경 소령은 “현재 사용하는 장비는 아날로그식이라 전화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3억 5천만 원을 투입해 디지털 장비로 교체하는 방안을 세워 국방중기계획에 예산도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허욱구 TF장은 “각급 부대에도 상담관들이 배치되어 있고 부대를 직접 방문해 정기 상담을 하고 있다”며“대대장 진급 대상자 인권교육을 강화해 지휘관부터 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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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