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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北처럼 '고난의 행군' 겪은 쿠바···위기 벗어난 비결은

 

쿠바는 1990년대 이래 체제 유지와 경제발전의 두 가지 토끼를 잡아 왔다. 59년 1월 1일 들어선 쿠바 공산정권은 식량 배급,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국가 주도 경제체계를 유지해왔다. 쿠바 경제는 소련 원조를 바탕으로 작동했지만 91년 소련이 무너지고 원조가 끊기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립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대신 원조에 의존했던 탓이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설탕 산업이 흔들리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소련의 농약, 비료, 농기계, 연료 원조가 끊기면서 농업이 마비돼 식량난까지 겹쳤다. 동물원이 약탈당하고 길거리 고양이까지 식탁에 오르는 일이 생겼을 정도다. ‘특별한 시기’로 불리는 쿠바의 경제위기는 북한의 ‘고난의 행군’과 일맥상통한다.  
쿠바 아바나의 도심.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 택시, 수입 중고차를 이용한 택시, 올드카를 수리한 택시 등 다양한 택시가 보인다. 택시는 2011년 쿠바 정부가 소규모 자영업을 허용하면서 가장 먼저 대상에 포함뫴다. 외국인 관광객 진흥과 실업자 해소, 민간 경제 발전을 동시에 노린 개혁 조치다.

쿠바 아바나의 도심.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 택시, 수입 중고차를 이용한 택시, 올드카를 수리한 택시 등 다양한 택시가 보인다. 택시는 2011년 쿠바 정부가 소규모 자영업을 허용하면서 가장 먼저 대상에 포함뫴다. 외국인 관광객 진흥과 실업자 해소, 민간 경제 발전을 동시에 노린 개혁 조치다.

  
북한은 개혁개방 거부-쿠바는 변신 도전  
두 나라 모두 일당독재의 공산체제는 유지했지만, 방식은 달랐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거부했지만, 쿠바는 변신에 도전했다. 2008년 49년간 국가평의회장(대통령 격)을 맡던 피델 카스트로가 물러나면서 뒤를 이은 혁명 동지이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는 2011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경제사회개혁방안’을 의결하면서 신경제체제의 시동을 걸었다.  
  
쿠바 아바나 시내를 달리는 자전거 택시, 국가가 주는 20~30달러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쿠바 아바나 시내를 달리는 자전거 택시, 국가가 주는 20~30달러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국가 책임 경제활동, 민간에 크게 이양
국가가 책임지던 국민 경제활동을 민간으로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외화와 세수 부족, 실업자 증가로 더는 국가주도의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소규모 자영업을 육성해 경제를 활성화하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를 위해 택시, 렌터카, 민박집, 민영 식당, 이발소, 청소업, 수리업, 건설노동 등 관광업 진흥과 관련이 큰 180여 분야를 중심으로 민영화에 들어갔다. 직장 무상급식 등 정부 서비스도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쿠바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 전광판. 다양한 행선지가 쿠바의 개방 정도를 보여준다. 해외 관광객도 실어나르지만 무역과 친지 방문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쿠바인도 이용한다. 쿠바는 2013년 자국민의 해외 여행을 전면 자유화했다.

쿠바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 전광판. 다양한 행선지가 쿠바의 개방 정도를 보여준다. 해외 관광객도 실어나르지만 무역과 친지 방문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쿠바인도 이용한다. 쿠바는 2013년 자국민의 해외 여행을 전면 자유화했다.

  
소규모 자영업에 해외여행도 자유화
2011년 자동차와 주택 매매가 허용되면서 관련 산업도 발전을 시작했다. 2013년 1월 쿠바인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비공식 무역도 늘었다. 변화와 수구, 정부 주도와 민영화의 갈림길에서 쿠바는 변화와 민영화를 선택한 셈이다. 일당체제는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민영화를 강화해 효율을 높이는 쿠바식 경제개혁이다. 베트남 방식과도 비슷하다.  
  
1959년 공산혁명 이전 수입됐던 미국산 승용차를 수리해 사용하는 올드카. 이를 활용한 관광 택시는 쿠바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돠고 있다. 주로 해외 친척의 송금을 받는 사람들이 이런 관광 자원에 투자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1959년 공산혁명 이전 수입됐던 미국산 승용차를 수리해 사용하는 올드카. 이를 활용한 관광 택시는 쿠바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돠고 있다. 주로 해외 친척의 송금을 받는 사람들이 이런 관광 자원에 투자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자영업자, 해외송금, 관광객 동시 증가
그 결과 2008년 15만 명에 불과하던 자영업자가 2015년에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자영업자의 60%는 과거 실업자였다. 친지 창업을 돕기 위한 해외거주 쿠바인들의 국내 송금도 매년 30억 달러 이상으로 튼튼한 외화 자금원 구실을 했다. 관광객도 늘어 매년 25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안기고 있다. 90년대부터 전략적으로 국영 호텔과 리조트를 확충하면서 2011년 이후  민박집과 민영 식당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한 덕분이다. 통일교육원의 권영경 교수는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던 북한과 달리 쿠바는 외국인을 외화 수입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2016년 400만 명의 외국인이 쿠바를 찾은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평가할 수 있다. 7000달러대인 쿠바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중남미에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1월 국교를 정상화하고 4차례에 걸쳐 경제 제재를 완화한 것도 쿠바 정부의 이러한 경제 민영화 강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 투자를 받아 건설한 쿠바 바라데로의 리조트. 관광은 해외 송금과 함께 쿠바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북한이 이를 벤치 마킹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 투자를 받아 건설한 쿠바 바라데로의 리조트. 관광은 해외 송금과 함께 쿠바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북한이 이를 벤치 마킹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쿠바와 계속 접촉 벤치마킹 가능성
미국과 대화에 나선 북한이 장기적으로 마식령 스키장 등 인프라를 바탕으로 쿠바처럼 관광업을 진흥해 외화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2016년 12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피델 카스트로 조문차 아바나를 찾는 등 쿠바와 교류를 꾸준히 해오면서 이런 외화 유입 현장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쿠바 민박집 입구. 2011년 민간에 허용된 소규모 자영업의 대표 업종이다.

쿠바 민박집 입구. 2011년 민간에 허용된 소규모 자영업의 대표 업종이다.

대학 졸업해도 일자리 찾기 쉽지 않아
쿠바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체제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통역인 펠리페 이슬라(62)는 “제조업 기반이 빈약하다 보니 대학이나 고교를 졸업해 직장에 배정받아도 할 일이 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상의료를 제공해도 출산율은 1.6%까지 떨어져 인구가 줄고 있다.  
이슬라는 “유학 온 외국인 의사들이 쿠바인을 진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로부터 미화 기준 25~30달러 수준의 월급을 받는 쿠바 의사들이 4배가 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해외 근무에 대거 나서면서 나타난 진풍경이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이 사이에선 해외로 나가 사는 것을 탈출구로 여기는 풍조가 번지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그림, 공예품은 쿠바의 주요 외화 벌이 아이템이다. 헤밍웨이가 모히토를 마시러 자주 왔다는 아바나 서부 해안 마을의 공예점 모습. 민간 창업의 한 형태다.

그림, 공예품은 쿠바의 주요 외화 벌이 아이템이다. 헤밍웨이가 모히토를 마시러 자주 왔다는 아바나 서부 해안 마을의 공예점 모습. 민간 창업의 한 형태다.

  
청년층, 해외이주와 국내창업의 갈림길
무역진흥공사(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의 정덕래 관장은 “해외로 나가 예로 미국 마이애미에서 일하면 매달 국내의 100배인 2000~3000달러를 벌 수 있지만, 전공을 살리기 힘들고 생활비도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어 국내에서 창업으로 기회를 찾으려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쿠바 정부의 민영화 확대 노력이 쿠바의 미래를 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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