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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의 자존심 '코시노칸바이'… "같은 입맛 갖기 위해 전 직원 같이 식사"

이시모토 주조 직원들이 사케의 원료가 되는 누룩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시모토 주조]

이시모토 주조 직원들이 사케의 원료가 되는 누룩을 만들고 있다. [사진 이시모토 주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처럼 일본 니가타(新潟)는 눈의 고장이다. 3월 중순인데도 거리엔 눈이 1m씩 쌓이고, 니가타시를 관통하는 시나노 강은 눈 녹은 물로 만수위를 기록한다. 
 
눈이 녹은 물과 그 물로 키운 쌀, 그리고 둘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것이 일본 최고의 '지자케(地酒)'로 치는 니가타 사케(酒)다. '지역의 명주'란 뜻의 지자케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 위주로 소비됐다.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담백한 음식, 고급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자케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수백 년 동안 '탄레이가라구치(淡麗辛口, 은은하고 깔끔한 맛)'라는 전통을 간직한 니가타 술은 이때부터 전국구로 자리 잡았다.  
이시모토 주조의 엠블럼. [사진 이시모토 주조]

이시모토 주조의 엠블럼. [사진 이시모토 주조]

니가타 사케는 일본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인구 감소와 젊은 층의 소비 저하로 니가타 사케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10%가량 줄었지만, 이를 수출이 대신하고 있다. 2016년 니가타 현의 사케 수출량은 약 2500kL로 10년 전보다 4배 늘었다. 720mL 기준으로 약 330만병이다. 특히 니가타 3대 사케로 치는 '코시노칸바이(越乃寒梅)', '구보타(久保田)', '핫카이산(八海山)' 등 프리미엄 사케는 한국을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 고급 술로 자리 잡으며, 고가에 판매 중이다.
 
일본 전체로 보면 지난해 사케 수출액은 1900억원 규모다. 막걸리 외엔 마땅히 내세울 술이 없는 우리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6년 막걸리 수출액은 약 130억원이다.
지난 9일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 열린 사케노진 현장. 이틀 동안 14만명이 입장한 일본 최대의 술 축제다. 김영주 기자.

지난 9일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 열린 사케노진 현장. 이틀 동안 14만명이 입장한 일본 최대의 술 축제다. 김영주 기자.

니가타현 주조조합이 2004년부터 열고 있는 '사케노진(酒の陣)'은 사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열린 사케노진은 단 이틀 동안 국내외 관광객 14만명이 몰려드는 일본 최고의 술 축제로 발전했다. 입장객 14만 명은 대강 어림잡은 인원이 아니라 주최 측이 입구에서 일일이 입장객 수를 센 숫자란 점에서 더욱 놀랍다. 한국 사케 애호가들의 참가도 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부터 '사케노진' 여행상품을 판매 중이다. 
 
코시노칸바이를 생산하는 이시모토 주조(石本酒造)는 1970년대 지자케 열풍을 견인한 주인공이다. 1907년 주조를 연 이래 100여 년이 넘게 일본 최고의 사케라는 명성을 잇고 있다. 여기엔 이시모토 특유의 고집이 한몫했다. 2차대전이 끝나갈 때쯤 쌀이 부족하자 일본 정부는 주조장에 '삼배증량주' 정책을 강요했다. 삼증주란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해 알코올과 조미료를 섞은 술로, 순 쌀로만 만든 '준마이(純米)'와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당시 사장이던 이시모토 쇼고는 '삼증주는 만들지 않겠다'며 한때 문을 닫기도 했다. 이후 가족이 먹을 쌀까지 아껴가며 고유의 사케를 지켜냈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시모토 다츠노리는 지난 2003년 주조를 이어받았다. 2000년대 들어 사케 소비가 점차 들어들 시기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주조장을 물려받자마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기업으로선 당연한 일이지만 이시모토로선 '지역의 술로 지역 사람에게 우선으로 판다'는 전통을 깨는 파격이었다. 지난해엔 45년 만에 신제품 '사이(灑)'를 내놓았다. 젊은 층을 겨냥해 파란색 병과 라벨을 붙였다. 이 또한 파격이다. 지난 9일 이시모토다츠모리 사장을 이시모토 주조 본사가 있는 니가타시 키야야마(北山)에서 만났다. 사케노진을 앞두고 방문한 한국인 단체관광객에게 직접 코시노칸바이를 직접 소개했다. 
니가타 최고의 사케 중 하나인 '코시노칸바이'를 생산하는 이시모토 주조의 이시모토 다츠모리 사장.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김영주 기자.

니가타 최고의 사케 중 하나인 '코시노칸바이'를 생산하는 이시모토 주조의 이시모토 다츠모리 사장.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김영주 기자.

 
다음은 이시모토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9일 한국인 여행객들이 이시모토 주조장을 시찰하기 위해 장화를 갈아신고 있다. 2층으로 가려면 장화를 3번 갈아신어야 한다. 김영주 기자.

지난 9일 한국인 여행객들이 이시모토 주조장을 시찰하기 위해 장화를 갈아신고 있다. 2층으로 가려면 장화를 3번 갈아신어야 한다. 김영주 기자.

-한국인의 방문이 잦은 편인가. 
“한국 영사관 직원 외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일본인에게도 주조장을 보여주진 경우는 드물다. 외부의 세균 등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에 있는 술 익는 과정을 직접 보려면 장화를 세 번 갈아 신어야 한다.”
 
-요즘 일본의 젊은 층은 사케보단 맥주 등 다른 술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사케 소비가 줄고 있는 건 맞다. 그래서 단맛을 내는 사케, 스파클링 사케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시노칸바이는 전통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변화를 시도하자는 입장이다. 쉽지 않은 딜레마다. 젊은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코시노칸바이라는 브랜드는 서서히 잊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45년 만에 처음으로 신제품을 냈다. 준마이(純米) 주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청량한 맛을 가미했다. 젊은 층에서 좋은 반응을 보인다.”
니가타를 대표하는 사케 '코시노칸바이'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게임 캐릭터에 자사의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니가타를 대표하는 사케 '코시노칸바이'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게임 캐릭터에 자사의 브랜드를 노출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있나. 
“사케는 아직 세계적인 술은 아니다. 이제 글로벌로 나가고 있다. 근래 한국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사케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갈 때는 대중적인 술이지만, 수입할 때 관세 등이 붙기 때문이다. 그것을 고려해 가격억제 정책을 쓰고 있다. 쌀 등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고급 사케인 코시노칸바이도 대개 900엔(약 1만원)에서 3000엔(약 3만원) 사이로 판매되고 있다. 
 
-4대째 지켜오는 전통은 무엇인가. 
“좋은 술을 만드는 원칙은 재료다. 기본적으로 좋은 쌀을 써야 한다. 니가타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특별히 재배한 쌀을 원료로 쓴다. 또 재료와 사람과의 궁합도 필요하다. 우리는 대대로 니가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또 전 직원이 회사 식당에 모여 같이 식사를 한다. 매 끼니 똑같은 것을 먹고, 그래서 똑같은 입맛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늘 같은 맛을 내는 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이시모토 주조의 '토지' 다케우치 신이치. [사진 이시모토 주조]

이시모토 주조의 '토지' 다케우치 신이치. [사진 이시모토 주조]

 
“늘 한결같은 술을 만들 순 없겠지만, 이런 노력이 우선이 돼야 한다. 지금의 토지(杜氏, 사케 장인)인 다케우치 신니치는 주조에서 31년째 술을 만들고 있다. 또 1970년대 지자케 열풍이 불었지만, 우리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또 지난해 출시한 사이는 110년 동안 우리가 내놓은 일곱 번째 사케다.”
 
-코시노간바이의 오리진은 무엇인가. 
“술은 혼자 돋보일 수 없다.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술이 좋은 술이다. 술맛이 강하면 전체적으로 술자리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시노칸바이는 앞장서지 않는다. 영화로 치면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되고 싶다. 그것이 코시노칸바이가 지향하는 바다.”
 
니가타=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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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