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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실명화·과세·투자자보호 3박자 갖춰야”

암호화폐, 투기서 산업으로 <상>
‘결제 지갑은 비트플라이어 지갑을 이용해 주십시오’. 일본 양판점 체인 야마다전기 계열의 라비(LABI)와 비쿠카메라(Bic camera)에서 볼 수 있는 비트코인 결제 관련 문구다. 일본에서 지급·결제 관련 암호화폐 서비스를 활발히 하는 곳은 비트플라이어 외에 코인체크(해킹 사태 전까지), 비트포인트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한국에서는 ‘암호화폐=유사수신 혹은 투기’쯤으로 인식된다. 유사수신은 법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사기다. 국내에서도 실명 거래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성과는 있었다. 이 결과 암호화폐 가격이 안정을 찾으면서 투자 열풍은 잠잠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와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 진흥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아직 암호화폐의 법적 정의조차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체는 통신판매업자다. 금융업이 아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갖추고 구청 등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다. 금융업 수준의 보안이나 투자자 보호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30여 개 암호화폐 거래소가 난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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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암호화폐에 공신력을 인정할 생각이 없다. 불법 거래와 피해 방지에 정책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위원장도 이후 “암호화폐는 금융이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당연히 금융회사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못 한다. 지난해 9월 말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관련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 후 “가상통화(암호화폐를 가리키는 정부 당국 용어) 거래업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관여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진출을 준비하던 금융회사가 프로젝트를 접은 이유다.
 
해외 송금, 특히 소액 해외 송금 분야에서도 암호화폐 활용은 제자리걸음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은행(WB)에서 제공하는 세계송금가격(RPW)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호주에서 바누아투공화국으로 200달러를 송금했을 때 송금 비용은 26.67달러(13.35%)다. 평균 비용만 해도 7.09%다.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가 0.0005비트코인, 약 6000원(업비트 기준, 1비트코인=12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소액 해외 송금업 관련 인가를 받은 16개 벤처업체 등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이 해외 송금 업체들에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송금 방식을 쓰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렸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없으니 세제도 정비되지 않았다. 암호화폐 거래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매길지, 거래마다 부가가치세를 부과할지 정해진 게 없다.
 
국회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 제도 개선을 추진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일부 의원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법률안’을 논의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보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인가 규정을 신설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의무와 금지 행위 등을 정하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 규율 체계 등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논의는 진전되지 않는다.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도를 정비해야 기업이 눈치 보지 않고 새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거래 실명화, 과세체계 구축, 투자자 보호 등의 생산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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