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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국을 너무 사랑한 미얀마 천사 윈톳쏘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이달 3일 4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미얀마의 ‘천사 근로자’ 윈톳쏘(45)의 심장·간·신장을 받고 말기 질환을 앓던 누군가가 다시 태어났다. 장기 이식 수혜자는 1살이라고 표현하는데, 4명이 한 살이 됐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믿자. 슬픔에 빠지지 말고. 떠나는 사람 마음이 편하지 않을 테니….”
 
아들의 장기를 한국인에게 나누기로 결정한 아버지(75)는 머나먼 미얀마에서 막내를 가슴에 묻으며 가족들을 달랬다고 한다. 지금도 아들의 체취를 떼려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게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3/13

요람에서 무덤까지 3/13

윈톳쏘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추락해 뇌사 상태에 됐고 자신을 나누고 숨졌다. 그는 6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해서 한국을 고향처럼 여기며 열심히 살았다. 공장 동료들이 생일을 챙겨줄 정도로 잘 대해줘 타향살이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을 너무 사랑했고, 사정이 되면 계속 남고 싶어했다. 그는 떠난 뒤에도 한국을 생각했다. 정부의 장례비·진료비 지원금(540만원)을 아픈 아이들한테 써달라며 기부했다. 미얀마에서 적지 않은 돈일 텐데도 그리했다. 유골마저 한국에 남았다.
 
11일 사촌 여동생 찬미조(32)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국땅에 모든 걸 줄 수 있느냐고. 찬미조는 13년 전 밀양으로 시집온 다문화 여성이다. “오빠는 남을 돕는 걸 좋아했어요. 미얀마의 고아와 자식 없는 노인을 위해 월급을 쪼갰고, 고모 신장 수술비를 다 댔어요.”
 
그래도 “장기 기증은 좀 다르지 않냐”고 물었다. 찬미조는 “미얀마에서는 불교 덕분에 어릴 때부터 베푸는 걸 배운다. 장기 기증하면 다른 사람을 살리고 이름을 남긴다. 사람이 어떻게 죽을지 모르지 않느냐. 몸이 아프면 기증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말한다.
 
국내 장기기증 대기자는 3만명이 넘고, 평균 4년(신장은 6~7년) 이상 기다린다. 대기하다 숨지는 사람도 많다. 기증자가 너무 적다. 장기 기증을 전제로 한 뇌사 제도를 도입한 지 18년 됐지만 진전 속도가 매우 더디다. 지난해에는 뇌사자가 17년만에 10% 줄었다. 때문에 장기 밀매가 ‘아저씨’ ‘크로스’ 등의 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나온다. 이참에 까다로운 뇌사 절차, 기증에 동의해야 뇌사를 판정하는 시스템을 고칠 게 없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윈톳쏘의 명복을 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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