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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잡으러 가자” 매학교 꿈꾸는 공무원

매를 들고 있는 이기복 응사. [김정석 기자]

매를 들고 있는 이기복 응사. [김정석 기자]

지난 10일 경북 청도군 이서면 청도박물관에서 열린 ‘매사냥 시연회’. 순식간에 꿩 사냥을 한 매 한마리가 금세 순한 모습으로 매꾼의 팔목 위에 올라 탔다. 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인공은 바로 이기복(54·사진)씨. 30년 이상 매를 부렸다는 이씨는 자신을 ‘응사(鷹師)’라고 소개했다. ‘응사’는 사냥에 쓰는 매를 부리는 사람을 뜻한다.
 
도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맹금을 오랜 세월 다룬 이씨는 청도에선 유명인사다. 청도군청의 7급 공무원인 이씨는 중학생 시절 매를 기르던 이웃집 아저씨를 보고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20대 후반엔 전북 진안에서 활동하던 매사냥 무형문화재 전영태씨(2006년 작고)와 응사 박정오씨를 찾아가 배웠다.
 
이씨가 그들에게서 배운 것은 매가 ‘소유물’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점이었다. “매를 조련하는 일을 ‘매를 푼다’고 합니다. 마음을 닫고 있던 매가 응사와 교감하는 순간 곤두세운 털을 푼다고 해서 그런 말이 붙었죠. 매가 ‘저 사람은 내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동반자’란 생각을 해야 비로소 매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야생의 매를 잡는 일도 ‘매를 받는다’고 표현한다. 매가 날아드는 숲에 낚시줄로 만든 그물을 거미줄처럼 쳐놓고 그물 앞에 살아있는 비둘기 한 마리를 묶어둔다. 이씨는 “매일 아침 7시에 그물을 쳐놓고 오후 6시까지 기다린다. 비둘기가 아무리 퍼덕여도 의심이 많은 매는 쉽사리 비둘기를 덮치지 않는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며칠 허탕을 치다 응사가 포기할 즈음 비로소 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어렵게 받은 매를 이씨는 봄이 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고대로부터 이어지던 전통 방식이다. 그는 “겨울 한철 꿩 사냥을 하고 봄에 자연에 돌려보내는 것이 아깝지만 매도 야생에 빨리 적응하고 사냥꾼도 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북도 무형문화재 등록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행법상 천연기념물인 매를 잡아 사육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금은 무형문화재인 박정오 응사의 도움으로 매를 부리고 있다.
 
실제 한국의 매사냥 전통은 명맥이 끊어질 위기다. 현재 매사냥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2명을 비롯해 응사 10여 명이 남아 있다. 이중 매사냥 전통을 후손에 전수할 만한 실력을 갖춘 응사는 5명 정도다. 매사냥을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없다. 이씨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직접 매를 키울 수 있게 되면 청도에 최초의 매사냥 학교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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