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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의 이몽동상(異夢同床)] GM 확실한 경영투명화 조치 없으면 지원 말아야

‘이몽동상’은 갈등 조정(調停, mediation) 기법을 활용해 사회 갈등의 타협점을 모색하는 실험이다. 주제의 찬반을 대변하는 전문가를 초청해 양쪽의 입장을 듣되 공동의 정책 목표도 함께 정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으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두 번째 주제는 ‘한국GM 지원 여부’다.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은 1996년 고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ROUND
정부로 공 넘어간 한국GM 사태
 
2월 초 경영난에 빠진 한국GM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연이어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한국 철수설까지 거론되면서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 와중에 GM 본사가 원재료를 비싸게 넘기고, 비싼 이자를 챙겨 부담을 가중했다는 의혹이 있다. 낮은 생산성에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한 노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3월 중순부터 시작할 실사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약 15만4000명의 일자리가 걸린 사안이라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공존한다. 지난 1일 ‘한국GM 지원’을 주제로 이몽동상 두 번째 토론이 열렸다. 찬성 측에선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반대 측에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나섰다.
 
2ROUND

“회생 가능성 있다” vs “연명치료에 불과”
 
이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과제인 상황에 일자리를 잃는 건 안 될 일”이라며 “이번 사태의 중심지가 낙후된 호남지역이라는 점도 살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정부가 여론을 고려해 부실기업에 돈을 퍼붓고, 몇 년 뒤 다시 무너지고,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며 “한진해운은 경영상 책임을 물어 퇴출해놓고 원칙 없는 구조조정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GM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GM의 경영난은 본사의 경영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한국GM의 자구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경영상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연명 치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 교수는 “2009년 폐쇄의 문턱에 갔던 르노자동차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위기를 딛고 2016년 세계 자동차공장 생산성 1위에 올라섰다”며 “정부의 노동개혁, 경영진의 혁신, 노조의 양보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유력한 지원책으로 거론되는 유상증자에 대해 이 교수는 “GM 본사가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고, 약 3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제안한 만큼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또 혈세를 투입하는 건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생적 생존을 돕는 세제 지원 정도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3ROUND
“고임금 노조 희생 없인 개혁 실패”
 
이렇게 각론마다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다만 대화 내내 불씨가 현대·기아차로 튈 경우 국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구조조정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장기 성장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동의했다. 이 큰 줄기를 놓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 나갔다.
 
김 교수는 “본사가 진짜 한국GM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3조원을 더 투자한다지만 지금처럼 곳간 빼먹듯 한다면 망하는 시점만 뒤로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교수는 "경영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지원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세제 지원만으로는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후 두 사람은 "우선 정부가 본사의 경영전략 수정을 확인하고, 확실한 약속을 받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전제로 유상증자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만약 경영 투명화 조치가 불확실해도 지원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자동차 산업 피해와 실업 충격 완화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최소한의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완충 기간이 필요한 건 맞지만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시간만 끄는 거라면 과감히 손을 터는 게 훨씬 낫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 교수는 "나쁜 구조조정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고통 분담과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협상 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교수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는 오히려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강력한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가 먼저 철수를 언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다만 두 사람은 "지원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면 신차 배정 확대, 전기차 생산 등 GM의 확실한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엔 동의했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교수는 "당장의 생존 가능성보단 산업 전체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만큼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을 잡는 게 맞다”고 봤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렇게 산업계의 눈치를 보다 보니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산업계의 이해로부터 중립적인 기구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 두 사람은 "금융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되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선에서 의견을 모았다.
 
박진

박진

두 사람의 의견이 처음부터 일치한 부분도 있었다. 노조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생산성은 세계 자동차 공장 중 100위권 밖인데 임금은 업계 평균보다 1000만~1500만원가량 높은 상황”이라며 "노조가 적자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공장 운영과 교대 시스템에까지 관여하는 패턴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지원해 당장 위기를 넘기더라도 회사가 살아날지 아닐지는 결국 노사의 치열함에 달린 것”이라며 "정부는 4~5년 뒤 추가 지원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어느 정도 희생을 감내하겠다는 노조의 약속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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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