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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무역전쟁 파고 밀려오는데 … 전략 없는 경제 컨트롤타워

하남현 경제부 기자

하남현 경제부 기자

“모든 가용 채널을 활용해 총력 대응할 예정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서명이 이뤄진 지 며칠이 지나서야 경제팀을 이끄는 부총리의 ‘총력대응’ 얘기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달 1일 미국 철강·알루미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며 고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했다. 이에 대한 대(對)미 설득을 주도한 건 차관급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었다. 경제팀을 이끄는 부총리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일 대외통상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한 뒤 11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한국산 철강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게 전부다. 서한을 발송한 11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고위 인사가 통상 관련 이슈를 이끌어갔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이전에 부총리가 미국의 주요 인사와 보다 적극적으로 접촉 시도를 해야 했다.
 
물론 오는 23일부터 관세가 공식적으로 발효하는 만큼 아직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오는 19, 20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하는 아르헨티나에서 미국과 양자회담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기간 다른 국가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이미 자국의 관세 면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통상 관련 ‘경제팀’의 미진한 대응은 이뿐이 아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미국의 기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당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출발한 CPTPP는 미국이 탈퇴한 뒤 이름을 바꾸고 지난 8일 공식 출범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CPTPP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보고 관련 사안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이 최근 재가입 방침을 천명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달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투자설명회에서 “TPP 복귀에 대해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김 부총리는 부랴부랴 12일 “CPTPP 가입 여부를 올해 상반기 중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없는 통상 정책의 허점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보호무역을 주도하는 미국의 진의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이 나올만하다. ‘트럼프 발(發)’ 보호주의 파고는 끝이 아니다. 반도체, 자동차 산업으로 그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인 셈이다. 부총리, 더 나아가 청와대가 통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의 키를 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
 
하남현 경제부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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