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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노쇼' 손해배상 첫 판결…"40인분 음식값 물어줘야"

텅 빈 식당 모습. 사진은 이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텅 빈 식당 모습. 사진은 이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음식점을 통째로 빌려 회식을 하겠다고 한 뒤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손님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일본에서 처음 나왔다. 
 
도쿄 간이재판소는 9일 음식점 주인 A씨가 '노쇼' 손님 B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음식값 13만 9200엔(우리 돈 약 139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B씨가 예약했던 40인분의 코스요리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의 '노쇼' 손님, 재판도 '노쇼' 해 원고 승소
 
J-CAST 뉴스 등 일본 외신에 보도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도쿄 신주쿠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는 지난해 4월 "다음 주 목요일 오후 8시부터 40명이 회식을 하려고 한다"는 예약 전화를 받았다. A씨의 가게는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은 B씨 일동을 위해 전부 비워뒀다. 
 
예약한 날이 돌아오자 A씨는 정확히 오늘 몇 명이 참석하는지 확인하려 B씨에게 전화를 했다. B씨는 "다시 걸겠다"고 한 뒤 끊었다. 전화는 오지 않았고, 약속한 시간이 되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변호사와 상담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자 연락이 닿았다. A씨는 "전화 너머로 다른 곳에서 회식을 하는 듯한 소리가 요란했다. 본인도 취해 기분이 한껏 오른 것 같았다. 왜 연락을 주지 않았냐고 묻자 휴대폰을 떨어뜨렸다고만 할 뿐 더 이상의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전에도 '노쇼' 손님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예약을 받았을 때 문자메시지를 보내 기록을 남겨뒀다. 또 식당 홈페이지에는 '취소 수수료는 요리 요금의 100%를 받는다'고 써뒀다. A씨는 이를 근거로 B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하지만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던 B씨는 법정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노쇼' 손님이 '노쇼' 피고가 된 것이다. 법원이 A씨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노쇼'로 인한 피해는 국내서도 심각한 문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음식점·병원·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액 손실액은 약 4조 5000억원이다. 업종별 노쇼 비율 중 음식점이 20%로 가장 높았다.
 
아는 건 전화번호뿐인 '노쇼' 손님, 법적 대응하려면
 
예약을 해놓고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는 국내서도 심각한 문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약을 해놓고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는 국내서도 심각한 문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직까지 알려진 판결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법적으로 '노쇼'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소송을 내기 위해서는 A씨의 사례에서처럼 문자메시지 등으로 계약 내용을 증거로 남겨 놓고, 취소 수수료에 대한 규정을 공지 또는 통지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홈페이지에 공지해둘 수 없다면 카카오톡 등 메시지로라도 남겨두는 것이 좋다. 
 
계약(예약)을 해 놓고 이를 이행(식사하러 오는 것)하지 않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있어야 한다. 법무법인 화우의 김병익 변호사는 "계약 단계에서 미리 '노쇼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과 그 배상금이 얼마인지를 미리 약속을 받고 증거를 남겨 두면 소송은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휴대전화번호밖에 없더라도 소송은 진행할 수 있다. 피고 이름을 모르더라도 '성명불상자'로 소를 제기하면 된다. 법원에서 통신회사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상대방의 이름과 주소 등을 특정할 수 있다. 또 법원이 판결한 손해배상금을 순순히 주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고, 강제집행에 드는 비용까지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
 
법정에 가지 않고 소비자피해구제지원 통합센터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하는 방법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소비자 분쟁해결기준' 개정안에 일반 식당의 위약금 규정을 넣었다. 최소 예약한 시간 1시간 전까지는 취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너무 늦게 취소를 하거나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물도록 했다. 하지만 예약보증금 없이 예약을 받았다면 이 기준에 따라 구제받을 수 없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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