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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폭로할까' 4050 '폭로당할까'···미투 앞 남성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림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열림 한국YWCA연합회원들의 미투 운동. [중앙포토]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을 통한 여성들의 피해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일부 남성들은 고민에 빠졌다. 조직에서 말단의 위치인 20~30대 젊은 층 남성들은 성희롱 피해자로서 미투를 할지 고민을 하는가 하면, 상급자인 40대 이상 중년남성들은 혹시나 과거에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하진 않았나 되새기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콜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하는 정모(26)씨는 "일부 여자 선배들이 회식자리에서 '타부서 직원의 하체가 튼실하다. 여자친구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 불쾌했다. '내 하체는 어떠냐'고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기도 했다"면서 "나도 미투를 하고 싶지만 비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고 호소했다. 대기업 직장인 이모(29)씨는 "마른 몸이 콤플렉스라 올해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짓궂은 남자 선배가 술자리에서 동료들이 다 보는 가운데 '요즘 운동하냐'며 정장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 동성이지만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8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내놓은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협하는 직장 성희롱 실태'에 따르면 15개 주요 산업분야 남성 근로자 1734명 중 25%가 '지난 6개월간 주 1회 이상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근로자 1인이 6개월간 평균적으로 경험한 성희롱 횟수는 남자는 6.79회, 여자는 5.79회로 남성이 더 많은 성희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몸통 등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 등'의 성추행 피해 빈도는 여성이 0.88회로 남성(0.73회)에 비해 높았으나 '음란물을 피해자에게 보여주는 행위'(남성 0.61회, 여성 0.32회), '피해자 본인을 성적으로 대상으로 삼는 음담 패설행위'(남성 0.61회, 여성 0.25회)와 같은 피해 빈도는 남성이 더 높았다. 가해 성별은 피해 성별과 무관하게 대부분 남성이었다.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강원도 춘천 여성민우회, 춘천여성회,BPW춘천클럽 등 여성단체들 회원들이 강원대학교 후문부터 명동입구까지 미투 (#Me Too )운동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강원도 춘천 여성민우회, 춘천여성회,BPW춘천클럽 등 여성단체들 회원들이 강원대학교 후문부터 명동입구까지 미투 (#Me Too )운동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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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남성들이 조직 내 피해자로서 고민한다면 중간급 이상 일부 남성들은 '혹시나 나도 지목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대기업 과장급인 40대 박모씨는 최근 인사팀과 면담을 하고는 마음이 불편했다. 몇 년 전 그가 하급자인 여직원에게 "35살 이상은 여자가 아니다. 여자인데 목젖이 있냐"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오래전부터 나한테 소리도 지르고 짓궂은 장난도 치던 여직원이 갑자기 업무적으로 문제를 지적받은 이후 과거 문제를 들춰낸 것 같아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모 대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는 "과거 언행들이 문제없는지, 혹시나 본인에 관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조마조마해 하는 부장급 이상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나 업계에서 문제있던 사람들은 소문이 돌면 내부 조사를 받고 징계나 해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모 정유회사 임원은 여직원 스킨십이 논란돼 해고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투운동의 성공과 확장을 위해서는 남성들의 공감과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미투운동의 본질은 권력관계 문제로 남성들도 '위드유(#WithYou)'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 불필요하게 위축되는 측면도 있다. 피해에 대한 상담뿐 아니라 일상적인 위축에 대한 상담과 교정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들이 피해자로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더 큰 피해를 봐온 여성 피해자들과 동일하게 여겨져 미투의 본질을 축소할 수 있다"면서도 "상부 계급 남성들이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검열한다는 것 자체가 미투운동이 폐쇄적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방증이고 의의다"고 평가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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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