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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이 잠겼어요"…단순 민원엔 앞으로 소방관 출동 안한다

 지난 1월 30일 오후 11시14분쯤 경기도의 한 소방서 119안전센터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빨리 좀 출동해 주세요. 곳곳에 물이 가득해요"
소방서는 큰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펌프카와 함께 소방관 3~4명을 현장으로 즉시 파견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해보니 단순 수도관 동파였다. 큰 피해도 없었다. 전문 업자를 불러야 할 일을 소방서에 연락한 것이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119 생활안전출동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선 소방관이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는다. 고드름 제거도 위험하지 않는 경우는 자원봉사단체인 의용소방대가 출동한다.[사진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119 생활안전출동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선 소방관이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는다. 고드름 제거도 위험하지 않는 경우는 자원봉사단체인 의용소방대가 출동한다.[사진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소방관들이 "고쳐달라"는 주민과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 진짜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관들이 급하게 동파 현장을 마무리하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펌프차는 예상 출동 시간 5분을 넘겨서 도착해야 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안전센터에는 불을 끄는 펌프카는 물론 구급차도 각 1대씩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단순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실제 사고 현장에 뒤늦게 출동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경기도에선 집 대문이 잠겼다거나 고양이가 차량 엔진룸에 들어가는 등 단순 민원을 119에 신고해도 소방관이 출동하지 않는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이런 내용의 생활안전분야 요청사항 출동기준을 마련해 일선 소방서에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이 '출동기준'은 응급 환자나 화재 발생 등 긴급한 경우에만 소방관이 출동하는 것이 골자다. 
 
신고 내용을 접수하는 119 재난종합지휘센터는 생활안전분야 요청사항의 경우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잠재적 긴급·비 긴급 등 3가지로 판단해 출동 여부를 결정한다. 
단, 신고 내용만으로 위험 정도가 판단되지 않을 경우는 소방관이 출동하도록 했다.
긴급 상황이 아닌 경우 소방관이 출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상황별 세부기준을 마련한 것은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처음이다.  
 
예를 들면 맹견이나 멧돼지·뱀 등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동물이 주택가에 나타나면 소방서에서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너구리나 고라니, 고양이가 농수로에 빠지는 등 긴급하지 않은 상황은 해당 시·군이나 민간단체에서 처리하도록 통보한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의 사체 처리도 지자체나 유관기관에 맡긴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119 생활안전출동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벌집 제거도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소방관들이 직접 출동하지 않는다. [사진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119 생활안전출동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벌집 제거도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소방관들이 직접 출동하지 않는다. [사진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도 민원인의 집 문이 단순하게 잠겼을 경우는 열쇠업체를 이용하는 등 자체 처리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반면 화재 발생이나 집안 거주자의 신변확인이 필요할 경우엔 소방관이 출동한다.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등 위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도 소방서에서 현장을 방문한다.
 
벌집이나 고드름 제거도 위험하지 않는 경우는 자원봉사단체인 의용소방대나 유관기관에서 처리하도록 하기로 했다.  
전기·가스·낙석·폭발물·도로·가뭄 등 상황별 출동 기준도 마련했다. 
꼭 소방관이 출동해야 할 사안이 아니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생활안전분야 세부 출동기준을 정한 이유는 단순 민원으로 실제 긴급 상황 출동에 방해를 받는 일이 많아서다.   
로드킬 당한 꿩. [중앙포토]

로드킬 당한 꿩. [중앙포토]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의 지난해 구조활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벌집 제거, 잠금장치개방 등 생활안전 관련 구조 건수는 전체 구조 건수(14만9279건)의 63.4%인 9만4627건이다.
이 중 맹견 포획이나 고드름 제거 등 잠재적 위험제거 관련 출동 건수는 65.4%(6만1922건)였고 34.6%(3만 2705건)는 고양이 등 유기동물 보호 요청 같은 비 긴급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의 한 소방서는 비둘기 사체 처리를 하느라 소방관들 3~4명이 출동하면서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때도 고드름 제거로 구조대의 현장 도착이 지연됐었다. 
이재열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장은 "단순 문 개방이나 동물 포획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편의 등을 위해 소방관들이 직접 실천하진 못했다"며 "이번 세부 대응기준은 현장 출동을 위한 소방관의 판단을 돕고 급하지 않은 생활민원은 거절해 위급한 상황에서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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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