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일·돈·보람 '세마리 토끼' 잡는 은퇴 후 일거리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16)
임성한(58) 씨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자동차회사에서 신차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해온 우리나라 1세대 자동차 개발자다. 임 씨는 그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자동차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상무까지 승진하고 55세에 퇴직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경력이면 재취업은 크게 힘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 제2공장에서 로봇팔이 차체를 용접하는 모습(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현대자동차 중국 베이징 제2공장에서 로봇팔이 차체를 용접하는 모습(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초기에는 괜찮은 부품회사를 알아보았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쉽게 나오지 않아 눈높이를 낮춰 작은 규모의 회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전에 있던 회사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얼굴마담 역할을 맡기려 했다. 그는 자동차 개발과 관련된 일을 원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이 부딪쳤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어느덧 1년의 세월이 흐르자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됐다. 사소한 일로 아내에게 짜증을 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이 친구는 “이럴 때일수록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보라”며 모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해주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어서 친구와 함께 가보니 자신과 경륜이 비슷한 베이비부머들이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이었다. 
 
상담과 관련된 기본 교육을 받은 후 직업소로 파견돼 그 곳을 방문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상담해주는 것이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상담하면서 그들의 고충과 현실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때 잘 나가던 대기업 임원이었지만 현재 자신의 상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구직활동이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예전의 활기찬 표정을 되찾았다.   
 
 
사회공헌 활동하며 예전의 활기 되찾아  
더욱 중요한 것은 4주 동안의 상담 교육과정을 함께 수료한 25명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점이다. 교육 첫날 자기 소개시간에 전직 교장 선생님, 정부기관 과장, 금융회사 지점장, 일반 기업체 부장, 가정주부 등  비슷한 연령대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돼 정기 모임도 만들었다. 모임 참석자 중 ‘산학협력중점교수’로 활동하는 한 분이 임 씨에게 이 제도를 추천해주었다.
  
 
한 대학교에서 산학협력중점교수가 현장 밀착형 강의를 하고 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한 대학교에서 산학협력중점교수가 현장 밀착형 강의를 하고 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임 씨는 본인의 경력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았다. 역시 자동차와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도 있었다.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가 크게 학력은 따지지 않지만, 박사과정수료라는 학력도 있어 자동차와 관련된 학과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사람은 물론 대학에 몸담은 지인들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모두 정리했다. 전화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만나 ’산학협력중점교수 ‘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렸다. 그 뒤 6개월 만에 드디어 모 대학 자동차학과의 강단에 서게 됐다. 
 
임 씨는 젊은 학생들과 생활하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 당분간 지금의 일에 전념하고, 65세 은퇴하면 코이카 자문단에 참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가 자신의 자동차와 관련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이다. 보통 한번 출국하면 3년 정도 근무하게 되니 잘만 활용하면 70세까지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오늘도 하루 1시간씩 젊은 학생들과 함께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다. 임 씨의 이 같은 해외봉사활동 계획은 대표적인 인생 3모작 성공사례다. 
 
올해부터 정부에서는 ‘신중년 인생 3모작’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 생산가능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60대를 ‘신중년’이라는 용어로 명명한다.
 
이들은 대개 50대 전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20여년간 제2, 3의 재취업이나 사회공헌형 일거리에 종사하다 72세에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길을 밟는다. 하지만 그  20여년간 고용의 양과 질은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신중년 정책의 특징은 ‘주된 일자리→재취업 일자리→사회공헌 일자리’로 이어지는 인생 3모작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해 활력 넘치는 노후(Active Ageing)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인생 3모작. [그래픽 박영재]

인생 3모작. [그래픽 박영재]

 
중장년 인생 3모작의 주요 경로로 재취업(임금 근로), 창업, 귀농·귀어·귀촌, 사회공헌으로 설정됐다. 경로별 특징을 살펴본다.
 
1. 재취업(임금 근로)
임금 근로에 있어 가장 선호하는 형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따라 ‘정년 60세 의무화’가 2016년에는 공기업 및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 데 이어 2017년에는 국가 및 지자체,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 중 정년 퇴직자의 비율이 7.6%에 그친다.  
 
현실적으로 재취업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나이인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중장년 구직자의 소득수준에 대한 눈높이 조정도 필요하다.
 
2. 창업
고용시장이 경직돼 중장년의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창업인 가운데 전문성이 없어 실패 위험이 크다. 더구나 반퇴 세대의 창업자금은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창업에 실패할 경우에는 노후가 무너지게 된다. 창업에 대한 접근이 매우 조심스러워 지며 창직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K-스타트업, 소상공인시장진흥 공단 등에서 창업교육, 컨설팅, 저리의 정부자금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특별시창업스쿨처럼 다양한 지자체별 지원사업도 있다.
 
3. 귀농· 귀어· 귀촌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 사이트를 방문하면 귀농귀촌 상담이나 교육정보, 지원정책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중앙포토]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 사이트를 방문하면 귀농귀촌 상담이나 교육정보, 지원정책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중앙포토]

 
귀농·귀어·귀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특히 50대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이민이라고 말할 정도로 잠재적 위험이 크다. 2015년 귀농 어귀 촌 종합대책이 수립된 이후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여러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면, 농어촌 창업, 주택구입지원, 현장실습 지원, 농산물 인턴제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4. 사회공헌
봉사활동과 일자리를 접목한 분야로서 전문직 퇴직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아직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지만, 외국에서 ‘앙코르 커리어’라는 이름으로 사회공헌활동이 중장년 일자리의 대안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 한국 노인인력개발원의 100세 누리(www.100senuri.go.kr) 등에서 다양한 공헌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안내하고 있다. 해외파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NPO 활동, 사회적 경제 등의 경로가 있다.
 
 
해외파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NPO 활동,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경로가 있다. [사진 월드비전]

해외파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NPO 활동,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경로가 있다. [사진 월드비전]

 
해외파견활동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가 있다. 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우리의 경험 및 자본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지원한다. 역시 전문직 퇴직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은 분야다. 정부에서도 예산을 확대하고 있어 전망은 아주 좋다.
 
사회적 경제 기업(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은 생계와 사회적 의미를 결합한 개념으로 중장년세대의 선호도가 높다.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면 대안적 진로로 삼을 만 하다. 도심 공동화, 복지서비스 수요 등 정확한 수요처 발굴이 필수적이다.
 
①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에 따라 범부처별로 접근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방식이 인건비 지원에 편중돼 재정적 자립이 어렵고, 사회적기업 인증범위가 협소해 창의적 모델 개발의 어려움이 있다. 
② 협동조합: 공동의 목적을 가진 조합원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소매업 중심의 업종 쏠림현상이 심한 데다 정확한 수익모델이 없고 조합원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지 않은 단점이 있다. 

③ 마을공동체: 지식경제부, 행정자치부, 농림수산부를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zang1@naver.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