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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유사수신’이라면서 산업 발전 바라는 한국 정부

‘결제 지갑은 비트플라이어 지갑을 이용해 주십시오’. ‘비트코인 결제는 비트플라이어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양판점 체인 야마다전기 계열의 라비(LABI)와 또 다른 양판점인 비쿠카메라(Bic camera)에서 볼 수 있는 비트코인 결제 관련 문구다.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의 애플리케이션(앱) 지갑이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어야만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했다. 
 
일본에서 지급ㆍ결과 관련 암호화폐 서비스를 가장 선두로 하는 곳은 비트플라이어를 비롯한 코인체크(해킹 사태 전까지)ㆍ비트포인트 등 거래소들이다. 
왼쪽 사진의 오른쪽 상단과, 오른쪽 사진의 스마트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서 비트플라이어 로고를 볼 수 있다.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는 비트코인 결제서비스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란 기자

왼쪽 사진의 오른쪽 상단과, 오른쪽 사진의 스마트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서 비트플라이어 로고를 볼 수 있다.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는 비트코인 결제서비스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란 기자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천수답(天水畓)’식 영업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늘면 영업이익이 늘고, 거래가 줄면 영업이익도 그대로 줄어든다. 
 
지난달 초,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함께 암호화폐 결제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열흘 만에 이 같은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부 정책에 대한 역행’으로 비처질까 하는 부담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달 초 암호화폐 결제시스템 계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모든 기업이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아예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못 하도록 막았다. 지난해 9월 말,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관련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상통화(암호화폐를 가리키는 정부 당국 용어) 거래업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관여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 진출을 준비하던 회사들은 모두 프로젝트를 접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일반 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선물 설명회를 열려고 했지만 금융당국의 거래 불허 방침에 설명회를 열흘도 채 안 남기도 취소했다. 
 
금융회사들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비트코인 관련 파생상품 출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국내법에선 가상통화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당연히 할 수 없고 해외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라고 해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파생상품 기초자산은 적정한 방법에 따라 가격 산출과 평가가 가능한 상품 또는 통화로 제한돼 있다.
 
비트코인.tif

비트코인.tif

네이버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한국을 두고 일본에서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를 통해 ‘라인 파이낸셜(LINE Financial)’이라는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를 기반으로 라인에 암호화폐 교환이나 거래소ㆍ대출ㆍ보험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암호화폐의 쓸모가 분명하게 입증된 해외송금, 특히 소액 해외송금 분야도 국내에선 제자리걸음이다. 
 
세계은행(WB)에서 제공하는 세계송금가격(Remittance Price Worldwide, RPW)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200달러를 송금했을 때 호주에서 바누아투공화국으로 보내는 경우 송금 비용이 26.67달러(13.35%)에 달한다. 평균 비용만 해도 7.09%다. 
 
게다가 송금이 완료되기까지 적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도 걸린다.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수수료가 0.0005비트코인, 약 6000원(업비트 기준, 1비트코인=1200만원)에 불과하다. 전송도 길어야 몇 시간이면 된다. 
 
그러나 최근까지 소액 해외송금업 관련 인가를 받은 16개 업체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해외송금업체들에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송금 방식을 쓰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센트비 등은 여러 건의 소액 송금을 모아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 등으로 영업하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유사수신 혹은 투기’ 쯤으로 전제하고 정책을 내놓는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모집인 ICO(Initial Coin Offering)은 현재 안 된다.
 
금융위가 지난해 9월 말 대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업체의 ICO를 전면 규제하기로 했다. ICO를 통한 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국내 투자자의 해외 ICO 투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다. 
고액의 현금을 들고 해외로 나가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원정투기족에 대해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강정현 기자

고액의 현금을 들고 해외로 나가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원정투기족에 대해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중앙포토] 강정현 기자

 
그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ICO를 위해 해외로 나가고,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ICO의 ‘전주(錢主)’로 전락하고 있다. 암호화폐 열풍에 휩쓸려 이른바 ‘스캠(사기)’ ICO에도 국내 투자금이 대거 몰린다.
 
암호화폐가 유사수신이니 IC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기업은 유사수신 관련 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 그나마 현재는 유사수신에 암호화폐(정부 용어로는 가상통화) 관련 내용이 없다.
 
 법 개정을 통해 국내 ICO 기업을 처벌하겠다는 건데, 엄밀히 따지면 법 제정 전까지는 ICO가 불법이 아니다. 
 
반면, ICO 투자자는 법을 개정해도 처벌할 수 없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ICO는 본질에서는 자본투자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비트코인(혹은 이더리움)과 해당 ICO의 토큰을 맞바꾸는 형태의 물물교환에 불과하다"며 "해외 자본투자는 외국환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물물교환 형태의 개인 간 사적 거래는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암호화폐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쇄국정책과 메이지유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게 투기를 막고 산업을 키우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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