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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한국에 둥지 튼 국제기구 금세 12배 … 안방이 곧 세계다

 논설위원이 간다 - 남정호의 '세계화 2.0'  
 
댜양한 국적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직원들이 지난 7일 업무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댜양한 국적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직원들이 지난 7일 업무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전쟁·기아·환경오염 등 세계적 난제를 풀기 위해 각국이 함께 세운 국제기구. 급속한 세계화로 한 나라가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국제기구의 숫자와 중요성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간 국제기구라면 으레 뉴욕·제네바·빈 등 머나먼 외국 대도시에 있는 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땅에 둥지를 튼 국제기구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2000년 전까지 5개에 그쳤던 국제기구는 이제 60개가 됐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려는 젊은이들에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한국에 살면서도 글로벌한 분위기 속에서 세계를 누비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제기구 중 한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찾아 활력 넘치는 다국적 일터를 살펴봤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가 입주해 있는 서울 정동 정동빌딩.  김상선 기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가 입주해 있는 서울 정동 정동빌딩. 김상선 기자

 
 지난 7일 '아관파천(俄館播遷)'의 서글픈 무대였던 서울 정동 옛 러시아 공사관 터. 지금은 정동공원으로 불리는 이 역사적 현장 앞에는 독특한 디자인에 푸른 유리창이 인상적인 20층짜리 초현대식 건물이 솟아 있다. GGGI 본부가 입주해 있는 정동빌딩이다. 
서울 정동에 본부를 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로고.

서울 정동에 본부를 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로고.

 GGGI는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을 돕기 위해 2012년 한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28개 회원국의 참여하에 26개 나라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본부는 이곳 정동에 있다.  
 GGGI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19층 사무실에 들어서려니 흰색 로고 외에는 초록색 넝쿨로 뒤덮인 대형 나무 세움 간판이 눈길을 확 끈다. 이곳이 자연 친화적 기구임을 대번에 일깨워주는 개성 넘치는 설치물이다. 
지난 7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한국인 직원들이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업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7일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한국인 직원들이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업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곧이어 마주친 이색 풍경은 사무실 내 직원들의 구성비였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80% 이상이 외국인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피부색의 외국인들과 모여앉아 진지하게 논의하는 한국인 직원들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인도계 뉴질랜드인인 니르멀 신하 인사팀장은 "전체 직원 300여명 중 한국인은 50여명"이라며 "회원국은 28개국이지만 직원들은 4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기구에 관한 한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때까지 유엔 관련 기구에 준(準) 정부기구인 세계과학도시연합(WTA)까지 합쳐도 5개를 넘지 못했다. 숫자도 숫자지만 부산 유엔군 묘지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유엔기념공원(UNMCK)처럼 대부분 소규모였다. 유일한 예외라면 1997년 서울대에 세워진 세계백신연구소(IVI) 본부 정도로 직원 수는 140여명 정도다.  
1999년 불과 5개에 불과했던 국내 국제기구는 2017년에는 60개로 12배나 증가했다. 출처: 외교부

1999년 불과 5개에 불과했던 국내 국제기구는 2017년에는 60개로 12배나 증가했다. 출처: 외교부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놀라운 속도의 경제 발전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전 세계적인 인기의 한류 덕에 국내에 들어오려는 국제기구가 크게 늘었다. 2007년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의 수장으로 취임한 것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13개의 국제기구가 들어서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서울시설관리공단 제공]

13개의 국제기구가 들어서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서울시설관리공단 제공]

어쨌든 2000년 전만 해도 불과 5개만 있었던 한국에서 이제 60개의 크고 작은 국제기구가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18년 만에 12배나 된 셈이다.
 물론 이들 기구 중에 국내에 본부를 둔 경우는 GGGI, IVI, 그리고 2013년 설립된 녹색기후기금(GCF) 등 3개가 전부다. 대다수는 유엔 산하 기구이거나 정부 간 기구의 사무국, 또는 한국사무소다. 하지만 규모가 작든 크든, 외국인 동료와 손잡고 세계를 무대 삼아 일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국내 국제기구의 특징이라면 절반 가까이가 서울 종로와 인천 송도에 물려있다는 점이다. 세계화의 전략의 일환으로두 지방자치단체가 국제기구 유치에 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서울글로벌센터 내 국제기구 소속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유치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 남정호 기자

서울시가 서울글로벌센터 내 국제기구 소속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유치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출장소. 남정호 기자

 실제로 서울시는 출입국 관리사무소 출장소를 종로 서울글로벌센터 안에 유치했다. 입주 국제기구의 외국인 직원들의 입출국 수속을 훨씬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 입주한 기관들. 남정호 기자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 입주한 기관들. 남정호 기자

 이런 노력 덕에는 유엔인권사무소 (UNOHCHR)·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기구 13개가 이 건물에 들어와 있다. 
송도 경제자유구역도 이 못지않은 국제기구의 요람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G타워와 이 일대에는 UN거버넌스센터(UNPOG) 및 세계은행(World Bank) 한국사무소 등 15개 국제기구가 진출해 있다. 서울글로벌센터와 G타워는 모두 국제기구에 무척 좋은 조건으로 사무실 등을 빌려주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다른 국제기구들은 부산·대전·거제·제주 등 각지에 흩어져 있다. 
  비록 있는 곳은 달라도 국내에 세워진 국제기구들은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한국인 직원의 비율이 높다. 유치국인 한국 정부 및 관계기관과의 업무 협조를 위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해외 국제기구보다 한국인이 들어가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국제기구 진출을 바란다면 노려볼만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국제기구도 한국인 직원을 뽑는 데 적극적이다. 로버트 도슨 GGGI 사무차장은 "뉴욕·제네바 등에서는 비슷한 곳에서 일했던 이들이 주로 국제기구에 오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인기업 출신 등 다양한 인재들도 지망해 선택이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 한복판에 위치한 G타워. 이 건물과 인근에 15개의 국제기구가 자리잡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 한복판에 위치한 G타워. 이 건물과 인근에 15개의 국제기구가 자리잡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그럼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을까. 에너지정책 전문가인 정인희 GGGI 선임연구위원은 "영어와 프랑스·스페인어 등 외국어 실력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함께 적극적으로 뛰겠다는 열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엔 본부처럼 해외에서 일할 꿈이 있다면 먼저 국내 국제기구에 들어가 근무 경력을 쌓는 게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 정인희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 정인희 선임연구위원. 김상선 기자

 
 이런 터라 정부도 한국인들의 국내외 국제기구 진출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국이 국제기구에 내는 기여금에 비해 국내 출신 직원의 숫자가 크게 적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한국인들의 진출을 돕기 위한 웹사이트를 만든 것은 물론 청사 내에 '국제기구 인사센터'를 두고 문의에 응하고 있다. 
 인사센터 측에서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 국제기구에 자리가 나면 즉각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기구 진출 가이드북』도 만들어 희망자들에게 나눠준다. 이 안에는 지원방법 및 전략, 국내 국제기구 현황, 그리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인 직원들의 수기가 담겨있다. 
 센터 운영을 맡은 최성은 연구원은 "매년 주요 국제기구의 인사 담당자 10여명을 초청해 이들 기관의 소개와 함께 취업 전략을 듣는다"며 "국제기구에 뜻을 둔 이들이 많아 매번 20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불행히도 국내에서는 괜찮은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둑한 연봉을 받으며 세계 무대에서 보람있게 뛸 수 있는 국제기구는 여간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다. 게다가 두둑한 연금에 최근에는 정년이 62세이거나 아예 없는 국제기구도 늘고 있다. 노후를 생각하면 이만한 곳도 없다.  
 이런 곳에서 일하기 위해 살인적인 물가와 싸우며 쪼들리며 살 거나 해외의 험지를 돌아다니는 이들도 많다. 이런 판에 '꿈의 직장'으로 통하는 국제기구가 코앞으로 몰려왔으니 치밀한 계획 하에 도전해 볼 일이다.       
 
 
 
 
자료: 외교부

자료: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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