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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김기덕 영화 vs 셰이프 오브 워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 여러 여주인공은 창녀 겸 성녀였다. 남성의 폭력을 견디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몸을 내주어서 자기혐오에 빠진 남성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역할이었다. 성녀/창녀 이분법을 넘어서 그 둘을 합쳐놨으니 파격이라고 찬양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을 창녀도 성녀도 아닌, 스스로의 욕망과 고통에 충실한 한 인간으로 보고 싶은 이들에게 김기덕식 여성 묘사는 파격이 아니라 지겨운 성녀/창녀 프레임의 때깔 좋은 변주에 불과했다. 게다가 여성을 그렇게 철저히 타자화·도구화하는 태도가 누군가의 현실 성폭력의 밑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최근 김 감독에 대한 ‘미투’ 고발을 보니 기우가 아니었다.
 
‘나쁜 남자’(왼쪽)와 ‘셰이프 오브 워터’ 포스터.

‘나쁜 남자’(왼쪽)와 ‘셰이프 오브 워터’ 포스터.

성(性)과 폭력은 우리 인간사의 일부이기에 예술이 그것을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태도와 방식이다. 거의 100년 된 단편소설인 현진건의 ‘불’은 지금 읽어도 신선하고 또 불편하다. 성에 무지한 채 시집을 간 시골 소녀에게 일방적인 부부관계가 어떻게 폭력으로 느껴지는지가 뛰어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여성은 타자화되지 않는다. 이 단편의 불편함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문학의 특권이자 의무로서 의미 있는 불편함이다. 반면에 다른 여러 한국 문학과 영화는 여성을 타자화하는 진부한 틀은 못 깨면서 그저 폭력적이고 일탈적인 성을 다루는 게 파격과 혁명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그래서 진보는커녕 퇴행적인 약자 성 착취가 작품 안팎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불편한 성(性)이 진정한 파격과 전복이 되려면 약자가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 좋은 예가 최근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다. 주인공은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언어장애 여성. 사회적 약자의 조건은 다 갖추고 있지만 자존감이 넘치고 예술을 즐기는 여유가 있다. 그는 연구소에 잡혀온 인어 같은 괴생명체와 정신적·육체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자신처럼 물을 좋아하는 고독한 별종이라는 동질감 외에도 그 괴생명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아웃사이더를 예찬한다. 이종간의 성이 불편함을 주지만 의미 있는 파격으로 인한 불편함이다. 이와 달리 파격을 가장한 성착취는 그만 보고 싶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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