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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정상회담은 ‘총론 찬성, 각론 신중’ 자세로 준비해야

4월 남북, 5월 내 북·미 간 정상회담이 잡히면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주변국 상황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 간 만남의 당사자이자 북·미 정상회담의 중재자다. 북핵 해결을 힘차게 추진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신중한 처신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회담 준비에는 통상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남은 기간을 꼽아 보면 시간이 빠듯한 게 아니라 크게 모자라는 형편이다.
 
이런 터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하게 임종석 비서실장을 수장으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미국에서 막 돌아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각각 러시아·중국과 일본에 파견했다. 당연한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은 뉴욕 채널 등 그동안 유지해 온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통해 정 실장 일행이 김정은의 이야기라며 들고 온 메시지가 정확한지 확인에 들어갔다고 한다. 겉으로는 두 정상회담 준비가 모두 빠르게 진행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낙관만 하긴 힘들다. 백악관의 기류부터 달라졌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구체적 조치와 행동을 보지 않고는 (김정은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한 트럼프 자신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미 정상회담 소식에 함구하는 건 물론이고 여전히 미국의 압박을 비난하는 논평을 싣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타협이 쉽게 이뤄질 리 없다.
 
예상되는 더 큰 장애물은 사전협상이 이뤄지면서 북한이 한·미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들을 쏟아낼 경우다. 정 실장이 워싱턴에서 밝힌 내용에는 없지만 국내에서 공개된 김정은의 비핵화 조치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려되는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군사적 위협 해소를 빌미로 한·미 동맹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의 평화협상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괜한 트집을 잡아 회담을 질질 끌거나 무산시킬 수도 있다. 평화협상을 단숨에 침몰시킬 지뢰밭이 곳곳에 있는 셈이다. 많은 전문가가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될 확률을 50% 이하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도 힘든 두 정상회담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총론 찬성, 각론 신중’의 자세가 요구된다. 아직은 북측의 말뿐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두고 “유리그릇 다루듯이 다루라”고 강조한 것은 올바른 주문이다. 정부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20년 넘게 되풀이해 온 ‘실패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달콤한 제안에 현혹돼 섣불리 경제제재를 늦추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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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