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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의 메시’ 정승환 “하키가 날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평창 겨울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11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렸다. 역전골을 넣은 정승환(오른쪽)이 주장 한민수와 환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평창 겨울패럴림픽 아이스하키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11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렸다. 역전골을 넣은 정승환(오른쪽)이 주장 한민수와 환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번엔 돌아가신 아버지께 꼭 메달을 바치고 싶어요.”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정승환(32·강원도청)은 11일 체코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패럴림픽 예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연장전 끝에 체코를 3-2로 물리쳤다. 전날 일본을 4-1로 꺾은 한국은 승점 2점을 추가하며 조 1위(2승·승점 5)를 달렸다.
 
한국은 지난 1월 4개국 친선대회에서 세계랭킹 9위 체코를 4-1로 꺾었다. 이날도 유효슈팅 10개에 그친 체코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유효슈팅(22개)을 기록하며 경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체코는 끝까지 한국을 물고 늘어졌다.
 

체코전 서든데스골 포함 2골·1도움
 
답답한 경기의 흐름을 깬 건 ‘빙판 위의 메시’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의 정승환이었다. 0-0으로 맞선 2피리어드 초반 정승환은 빠르게 체코 진영을 돌파한 뒤 이주승에게 절묘하게 패스했다. 퍽을 받은 이주승은 가볍게 골로 연결시켰다. 3피리어드 초반 체코 공격수 미칼 가이어에게 동점골을 내준 한국은 3피리어드 종료 2분27초를 남기고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종경의 패스를 받은 정승환은 상대 골리의 빈틈을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막판 이주승이 홀딩 반칙을 범해 2분간 퇴장당한 데 이어 체코의 가이어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39초.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3피리어드(45분)까지 승부를 내지 못할 경우 5분간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전을 치른다.
 
그러나 이날 연장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3초 만에 장동신과 조영재의 어시스트를 받은 정승환이 결승골을 터뜨려 승부를 마무리했다. 2골·1도움을 올린 정승환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우리가 몰랐던 국가대표] ③ 장애인 아이스하키
 
다섯살 때 사고로 오른 다리 잃어
 
정승환은 5세 때 집 근처 공사장에서 놀다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럽게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오른 다리가 파이프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다리 일부를 잃고 의족을 차게 됐다. 정승환은 대학 선배이자 국가대표인 이종경을 따라 빙상장에 갔다가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정승환은 “경기를 보자마자 스피드와 힘에 매료됐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뒤로는 장애가 부끄럽지 않았다”고 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썰매를 타고 경기를 펼친다. 썰매를 타고 경기를 하기 위해 스틱도 2개다. 선수들은 썰매를 타고 빙판 위를 달리면서 보디체크를 한다. 퍽을 몰고 나갈 때는 썰매 밑의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다. 그런데 정승환은 썰매를 타고 질주하면서 퍽을 몰고나가는 기술이 독보적이다. 그래서 그는 ‘로켓맨’이나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린다. 정승환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인 메시의 이름을 딴 별명을 갖게 되다니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키 보자마자 스피드·힘에 매료”
 
2010 밴쿠버 대회에서 6위에 머문 한국은 2014 소치 패럴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렸다. 정승환은 특히 ‘2013년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소치 대회에서 한국은 개막전에서 러시아를 이기고도 캐나다와 이탈리아에 패해 순위결정전(7위)으로 밀려났다. 2012년 세계선수권 당시 제작됐으나 평창패럴림픽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에도 정승환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정승환은 “워낙 훈련 일정이 빡빡해 해마다 설에도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4년 전 아버지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이번엔 꼭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에선 미국과 캐나다가 세계 최강을 다툰다. 한국은 지난해 강릉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내 랭킹 3위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미국(2위), 일본(10위), 체코(9위)와 한 조에 배정됐다. 8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선 2개 조 1, 2위가 4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일본과 체코를 잇따라 꺾으면서 사실상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13일 미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조 1위를 다툰다. 주장 한민수는 “이제까지 한 번도 미국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전력 차이는 크지 않다. 이번엔 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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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컬링 ‘오벤져스’도 3연승
 
휠체어컬링 대표팀 방민자가 11일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딜리버리 스틱으로 스톤을 밀고 있다. [뉴시스]

휠체어컬링 대표팀 방민자가 11일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 딜리버리 스틱으로 스톤을 밀고 있다. [뉴시스]

한편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슬로바키아를 7-5로 꺾고 예선 1위(3승)로 올라섰다. 스킵 서순석(47), 리드 방민자(56), 세컨드 차재관(46), 서드 이동하(45), 정승원(60) 등 다섯 선수의 성이 각기 다른 대표팀은 ‘오성(五姓) 어벤져스’ 또는 ‘오벤져스’로 불린다. 한국은 12일 오전 9시35분 캐나다, 오후 7시35분에는 독일과 맞붙는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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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